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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재 Feb 13. 2019

합격선을 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로는 헛된 노력도 있다

고득점이 반드시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경쟁률과 합격선(커트라인)을 고려하며 공부해야 합니다.


저의 중학교 친구 A의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A대학 의예과를 가고 싶었는데 지난해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전년도 경쟁률이 낮았던 치의예과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원자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해 A대학 치의예과는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던 반면, 의예과는 1.5대 1로 추가합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미달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치의예과에 탈락했고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신지원’했더라면 자신이 원하던 전공으로 합격할 수 있었는데 지원을 잘못해서 재수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은 대학입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공무원 5급 공채 1차 시험의 경우 직렬과 무관하게 동일한 과목(헌법, PSAT)으로 평가하지만 합격선은 직렬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즉, 어떤 직렬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합격할 수도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공부는 공부 외의 부분에 대한 전략을 잘 세울수록 노력 대비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과 커트라인에 녹아있는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1. 경쟁률을 잘못 해석한다


경쟁률의 숫자를 보고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대표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2가지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100대 1은 100명 중 1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1,000명 중에서 10명을 선발하는 시험과 100명 중에서 1명을 선발하는 시험 모두 경쟁률은 100대 1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1,000명 중에서 10명을 선발하는 경우 100명 중 1등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990명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격한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사장에 들어가는 인원이 50명이라면 두 반에서 1명의 합격자를 뽑는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조금 잘못된 의미입니다. 이 해석을 듣고 ‘이번 모의고사에서 학원 수강생 100명 중 1등 했으니 합격하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② 경쟁률보다 중요한 것은 ‘체감 공부량’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부의 난도는 경쟁률보다 합격권까지 가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량입니다.


한국 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쟁률은 2013년의 경우 약 11.7대 1(최종합격자 904명, 1차 시험 출원자 10,630명)이었고 2018년의 경우 약 10.9대 1(최종합격자 904명, 1차 시험 출원자 9,916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준비 기간은 2008년 약 3.3년이었고 2018년은 3.8년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경쟁률보다 중요한 것은 체감하는 공부의 양입니다. 응시자 한 명의 입장에서 경쟁률이 조금 낮아진다고 해서 시험이 쉬워지지 않습니다.


경쟁률이 낮아져도 여전히 합격권에 가까운 응시자들의 수준은 비슷합니다. 내가 합격권까지 가는데 필요한 공부량이 그 시험의 난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2. 선발인원과 지원자의 증가폭을 고려하지 못했다


경쟁률을 볼 때는 선발인원의 수가 중요합니다. 1명을 선발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만약, 응시자 중 엄청난 고수가 존재한다면 경쟁률이 2대 1이든, 100대 1이든 관계없이 내 입장에서 그 시험은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고수가 10명씩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000명 중 10명을 선발하는 시험이라면 오히려 합격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① 선발인원이 너무 적은 시험, ② 갑자기 지원자가 몰리는 분야는 가급적 피해야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선발인원은 최소 10명 이상, 지원자는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몰리지 않아야 어느 정도 합격을 기대하면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3. 공부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커트라인 넘는다는 보장이 없


‘1년 동안 공부해서 평균 10점이 올랐으니, 1년 더 하면 10점이 추가로 올라서 합격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커트라인에 가까워질수록 점수는 오르지 않고 1∼2점 아래에서 몇 년간 정체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커트라인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국가직 7급 공개경쟁채용 시험(일반행정직렬)에서 필기 합격선인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응시생은 228명이었고 75점 이상, 80점 미만을 받은 응시생은 471명이었습니다. 최종 합격인원이 174명임을 고려했을 때 선발인원의 4배가 합격 커트라인 주변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커트라인이 신기루처럼 잡힐 듯 말 듯합니다.


제 대학 친구가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의 경험입니다. 1차 시험을 3번 보았는데 첫 번째 해는 커트라인보다 한 문제 차이로 합격하였고, 두 번째 해는 커트라인으로 합격, 세 번째 해는 한 문제 차이로 불합격하였습니다. 오히려 점점 점수가 내려갔고 결국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제 주변을 본 결과, 3년 이상 공부해서 커트라인과 가까워지지 않으면, 공부기간이 길어진다고 커트라인 넘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커트라인에 가까워질수록 점수 상승폭은 줄어들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한 번 합격선을 넘었다고 내년에도 넘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4. 시험도의 변화 응시를 망설인다


공무원 시험이든, 자격증 시험이든 일정한 시기마다 출제과목 또는 유형이 변합니다. 시험제도가 바뀐다는 소식이 들리면 응시하려다가도 망설이게 됩니다.


어차피 제도 변화는 모든 응시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제도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래의 두 가지 이유로 제도 변화 시기에 진입해야 합니다.


① 다른 잠재적 응시자들제도 변화 시점에 진입을 두려워합니다. 공직적격성평가(PAST) 시험이 처음 도입된 2005년 행정고시 지원자가 29.3% 감소하였습니다.


처음 도입된 시험제도는 모두에게 어색합니다. 누군가는 선발해야 하는 것이 시험입니다. 지원자가 줄어들 때 지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② 처음 제도가 바뀌었을  시험의 난도가 낮아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저도 2006년에서 PSAT 시험을 준비할 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이 많지 않아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의 난도도 지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습니다.


국제재무분석사(FRM)의 경우에도 초기 시험문제를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단순한 수준이었습니다. 제도가 변하고 처음 도입될 때가 기회입니다.



5. 2배 수안에 들어간 후에는 노력 외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2018년 5급 공채(행정) 시험의 경쟁률은 32.6대 1(선발예정인원 234명, 응시인원 7,646명)이었습니다. 과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확률로 합격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일까요?


제가 고시공부를 할 때 신림동 수험가에서는 “진짜 열심히 한 사람의 경쟁률은 2대 1이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즉, 경쟁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한 사람은 응시인원의 약 2배 정도라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열심히 공부해서 2 배수 안에 들었다면 나머지는 무엇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일까요?


① 첫 번째는 자신감입니다. 일단 열심히 했으면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내가 시험에 합격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열심히 공부해놓고 불안해서 떠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단 공부 열심히 했으면 무조건 합격한다고 생각하십시오.


② 두 번째는 시험을 보는 기술입니다. 시험장에서 공부한 내용이 ‘출력’되지 않는다면 그 공부는 헛된 것입니다. 빠르게 출력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시험 직전에는 ‘공부한 내용이 내 머리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③ 세 번째는 운입니다. 내가 자신 있어하는 파트에서 출제되어야 합니다. 만약, 약한 부분에서 시험에 나오면 어떡해야 하느냐가 고민일 것입니다.


공부할 때부터 아주 약한 부분은 없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나오든 내가 자신 있어하는 파트에서 나왔다고 스스로 믿어야 합니다. 자신감이 있어야 그렇게 믿을 수 있습니다.


결국 시험은 기술적인 대비와 자신감이 당락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자료출처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https://www.gosi.kr/)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 시험 홈페이지

(http://cpa.fss.or.kr/)

법률저널 2005.2.1. 자 기사 ‘행시, 일반행정 경쟁률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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