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원하는 마음가짐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해!”
“끝까지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라고 다짐하며 공부의욕을 키웁니다.
그런데 정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공부에 실패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고 결심하지만, 연말에 돌이켜보면 성과를 낸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를 단순히 작심삼일에서만 찾는다면 내년에도 결심하고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매번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심의 부작용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의욕적인 마음가짐이 오히려 공부를 망치기도 합니다.
시험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 “끝까지 해서 반드시 합격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높은 결심으로 보이지만, 합격에 유리한 마음가짐은 아닙니다.
① 공부에 유리한 마음가짐은 구체적인 기한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올해 시험에 합격하겠다.’, ‘몇 월까지 토익점수를 몇 점까지 올리겠다.’와 같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될 때까지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와 일맥상통합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은 시험을 본 이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지 시험을 보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아닙니다. 처음 공부할 때부터 실패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실패하게 됩니다.
② 그러면 ‘만약 좋지 않은 결과를 얻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남습니다.
당초 목표한 기한을 넘겨서 공부하려면 이후의 공부에서는 무엇이 좋아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똑같이 1년 더 공부하면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더 공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의사결정은 시험의 결과를 확인한 이후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와 같이 행정고시를 공부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그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커트라인에서 1∼2점 모자라는 점수였습니다. 아주 아쉽게 탈락한 경우입니다.
그분은 지금 나이도 많고 더 공부한다고 해서 합격점수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고시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 직장에서 일을 해서 돈을 모아 로스쿨을 갔고 현재 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반면, 10년간 고시공부를 포기하지 못했던 친구는 아직도 합격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 있습니다. 될 때까지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나의 성장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했던 길을 포기했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한을 정하고 공부하였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성장할 기회를 기약하는 것도 긴 안목에서는 더 좋은 선택입니다.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두 가지 이유로 많은 투자가 공부의 효율성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① 많은 투자가 공부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올해는 제대로 공부해보겠다고 결심하고 가장 비싼 학원 강의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모두 구매합니다. 학원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면 수강 목록이 한 페이지를 넘고 택배로 한 박스의 책이 집으로 옵니다. 올해 이것을 모두 마스터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작심삼일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계획하기 때문입니다. 한 박스의 책을 처음 보면 나의 비장한 결심을 느낄 수 있지만, 2∼3일 지나면 ‘저것을 어떻게 다 볼까’하는 막막함이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② 시간을 많이 쓰는 행동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고시공부를 할 때 앞자리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험생들이 있었습니다. 앞자리에 앉으면 집중력이 높아지지만 앞자리에 앉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다면 전체적인 공부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원 강의는 모니터를 여러 군데 설치해둡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맞추어 와서 모니터 앞에 앉아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투자를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먼 거리에 위치한 학원에 가기도 하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특강을 듣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투자가 아니라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아껴 쓰려고 노력해야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매스컴에서 YOLO(You Only Live Once :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자신을 위하는 삶을 살라’는 말을 듣고 올해는 나의 꿈을 이루며 살아보자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나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영어와 중국어도 배워야 하고 자격증도 따고 싶고 코딩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결국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공부하게 되면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① 경쟁률이 높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도전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공부하려고 학원에 가면 이미 수강생들로 북적북적한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률이 높으면 많이 공부를 해야 성과를 볼 수 있어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② 현재 유행인 것들이다.
한때는 로스쿨, 한때는 약학대학원이 유행인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딩에 관심이 높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현재 주목받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현재 유행하는 공부가 앞으로도 유망할지는 의문입니다. 심지어 지금 공부를 시작한 후 실제 공부한 것을 활용할 시점에는 처음 기대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③ 확신이 없다.
1년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내가 과연 그 분야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유행을 따라가는 공부를 해서는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나의 꿈을 이루고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려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공부의욕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공부를 마스터한 이후 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서울대학교를 견학시켜주는 것입니다.
물론 성취한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공부의욕을 높이겠지만, 두 가지 부작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① 꿈을 꾸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보다 많다.
시험공부에서 좋은 성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합격 이후의 모습을 너무 자주 상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고시 공부할 때, “사무관이 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 가고 싶은데... 거기 가면 연예인도 만나고...”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상상하는 시간이 많으면 의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도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②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고 공부한다.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당장의 실천의지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로스쿨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부장판사가 된 내 모습을 생각하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지만, 당장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장판사가 되는 것과 오늘 일찍 기상하는 것이 결정적인 연관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장 실천하려면 구체적인 계획이 더 중요합니다.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인 가브리엘 외팅겐이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먼 미래는 낙관하고 가까운 현실을 비관해야’ 계획 오류를 제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너무 먼 미래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가까운 현실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어야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부에 의욕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작심삼일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 참고서적
신병철 지음 ‘더 좋은 해답은 반드시 있다(2015,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