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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이슬 Nov 01. 2021

[한입썰 1] 대낮에 길거리 헌팅 당하다

지금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라며 얼굴을 붉혔다




저기요, 열차에서부터
계속 쳐다봤어요

한복 짓는 여자 황이슬이 오늘 전해드릴 에피소드는, 리슬을 입고 걷다가 대낮에 번호를 따인 강렬한 경험담이에요. 지난 브런치글에서 소개한 대로 저는 2011년도부터 일상에서 한복을 입고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몇 년간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복이 아닌 옷을 산 기억이 많지 않네요. 최근 저의 패션은 당연히 리슬생활한복이에요. 업무로 인해 사무실 근무, 장거리 이동 등이 많다보니 자연히 활동하게 좋고 편리한 리슬의 스타일에 손이 가게 되거든요.


그날도 리슬한복을 입고 서울 출장을 가려던 길이었어요. 

저희 회사가 전주역 앞에 위치해 있어 서울 출장길은 주로 기차를 이용하게 되는데, 기차의 종착역인 용산에 도착해 서둘러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황급히 달려와서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저기요! "

20대의 낯선 여성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일상적으로 한복을 착용하는 것이 낯설던 시절이라 저를 '도믿걸' 로 오해하여 앞질러가는 사람은 종종 있었지만, 먼저 붙잡힌 경험은 생소하여 화들짝 놀랐지요. 놀란 제가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물으니, 그녀는 저를 불러 세웠을 때와 달리 주저하며 답을 했습니다.


“열차에서부터 계속 쳐다봤어요.”

처음 보는 여성이 종착에 도달하기 한참 이전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니 무슨 일일까?

내가 무언가 남에게 실례되는 행동이라도 한건 아닐까? 지난 몇 분을 곰곰이 더듬어 보는데, 그녀의 말이 이어졌어요.

“죄송한데, 지금 입으신 그 옷 어디서 사신건가요?”


‘아, 리슬 때문이었구나.’ 

“제가 원래 이런걸 물어보는 사람이 아닌데, 너무 예뻐서.... 저 진짜 옷에 욕심 없는 사람이에요. 한참을 물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불러세웠어요. 지금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입가에 미소를 물고 그녀에게 제가 리슬의 디자이너이며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평소에 한복에 관심이 많으셨어요?”라고 물으니
"아니요. 입고 계신 옷이 참 단아하면서도 예뻐서요. 붙잡았어요.”라고 대답하더라구요. 



한복, 누구나 입고 싶은
욕망의 패션이 되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 옷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을 받는 에피소드는 흔치않은 경험임이 분명해요. 리슬의 디자인과 스타일은 옷에 관심 없던 낯선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패션이라는 반증이겠죠. 그 후로 리슬을 입고 나서면 옷을 어디에서 샀는지 묻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답니다.

리슬의 디자인은 한복의 구조, 아이코닉한 디자인적 특징을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어요. 리슬의 한국적인 디자인의 뿌리와 재해석 능력은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자성을 가지고 있지요. 전통한복을 베이스로 현대에 맞는 새로운 패션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리슬의 방향입니다.


리슬의 실제 매출 20%는 해외에서 올 정도로 온라인을 통해 외국인으로부터 “이 옷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요, 드디어 한복이 외국인의 눈에도 새로운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요.

한복이 특별한 날, 특별한 누군가만 입는 옷이 아니라
세계의 누구나 입고 싶은 욕망의 패션이 되기를 오늘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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