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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이슬 Nov 02. 2021

[한입썰 2] 나는 한복 100번 입기에 실패했다.

"도인이세요?"  한복을 입어보니 비로소 알게 된 사실들 

[ 한입썰 ] 에서는 한복을 입으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리슬의 스탭들에게는 듬직한 해결사 CEO로, 구독자들에게는 에너지넘치는 황PD라는 별칭이 붙은 저에게도 실패의 순간은 존재하는데요, 오늘의 썰은 한복100번 입기 프로젝트에 실패했던 경험담 입니다.



거울 속 내 모습에
큰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앞서 발행된 브런치를 통해 말씀해드린 것처럼 저는 2011년도부터 한복입고 생활하기를 시작하였어요.

사실 한복입기를 시작한 것은 일종의 시위 같은 것이었답니다. 갓 스물이 된, 2006년부터 한복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한복사업을 시작하였는데 노력과 열정에도 한복 1벌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소비자에게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예쁘긴 하지만, 입거나 사기는 부담스러운 옷이라는 것이었어요. 입을 일도 없고, 값만 비싼 애물단지라는 것이었죠.

'아니, 이렇게 예쁜 한복이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다니' 속상한 한편, 거울 속 저의 모습을 보니 큰 부끄러움이 몰려왔습니다. 한복을 입자고 외쳐대면서 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던 거였죠! 한복인인 나조차 한복을 입지 않는데 누구더러 한복을 입으라고 외쳤던 것인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이후로 겸손한 마음으로 먼저 실천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답니다.



'도인이세요?'
한복입고 생활하기란
생각보다 불편했다


2011년 1월 1일 다이어리에 ‘1년 동안 한복100번 입기 프로젝트’를 적었어요. 자발적으로 한복을 입는 모습을 통해 한복이 이렇게나 멋지고 아름다운 옷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나’ 한 명이 만든 이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힘찬 물결처럼 퍼져나가, 한복의 아름다움을 환기하는 전국적 캠페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첫술부터 설렜답니다.


다짐의 의미로 새해 첫날 한복을 입고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1년 365일 중 1/3이 채 되지 않는 100번이라는 횟수는 어렵지 않아보였고, 당당히 성공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으니 프로젝트는 순조로운 듯 보였답니다.

하지만 결과는 10여 번의 횟수를 기록한 완벽한 실패였어요.

기대했던 프로젝트가 대실패로 끝났지만, 오히려 실패는 큰 약이 되었습니다. 한복을 입고 일상에 도전한 10번의 경험을 통해 '왜 대중이 일상에서 한복을 쉽게 입을 수 없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직접 한복을 입고 생활을 해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였어요. 아름답긴 하나 21세기 라이프스타일과 한복의 형태는 적합하지 않았고, 편리성을 더한 생활한복이 시중에 있었지만 저와 같은 20대가 입고 싶은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고르고 골라 몇 점의 생활한복을 구매해 입어보긴 했지만, 썩 맘에 들진 않았어요.


“도인이세요? 공연하러왔어요?” 라는 소리마저 숱하게 들어가며, 어떻게든 한복을 100번 입겠다는 의지로 이 한복, 저 한복 스타일링과 감각적인 꾸밈을 시도했지만 제약이 너무 많았어요. 어느 날은 계단을 오르다 치마에 밟혀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구요. 반찬을 집기 위해 팔을 뻗으면 밥상 위의 모든 음식에 소매가 푹, 젖어 지인들의 불편한 기색 속에서 식사를 해야 했죠.


100번 입기 실패,
디자인 연구에 불을 지피다

실패 이후 저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 기존 생활한복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한복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활동성이 있는 치마길이는 뭘까?'
'날씬해보이면서 동작이 편안한 소매통과 길이는?'
'저고리 길이를 어떻게 해야 손을 들어도 겨드랑이가 보이지 않을까'


여러개의 옷을 똑같이 만들어서 입어보고 개선점을 적고.. 입어보고 개선점을 적고...실험을 반복하며 패턴을 정교화 시켜나가다보니 한복사업 창업 8년 째 되는 2014년, 연구의 결과물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저의 초기브랜드 ㈜손짱에서 새롭게 탄생한,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 이랍니다.



리슬 런칭 이후 17배가 넘는 매출 상승을 보이며 회사를 넘어 생활한복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수요를 잃어가던 한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평도 받았답니다. 


이 모든 것이 실패로부터 온 큰 선물이라 믿어요. 스스로 한복을 입으며, 경험에서 얻은 연구의 결과이기에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입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전통복식 한복을 왜 일상에서는 입을 수 없는지.... 모던한복 리슬은 머리 속에서 만든 한복이 아니라 발(경험)에서 나온 디자인이랍니다.


리슬은 첫째도 소비자, 둘째도 소비자를 생각해요.
내가 입는 옷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편하고, 공감할 수 있는 패션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서히 풀기 위해 아껴둔 파격적으로 웃픈 한입썰(=한복입으며 겪은 썰)이 한가득이랍니다. 재미있었다면 리슬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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