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1950년대의 소설을 중심으로

by 이순직

Ⅴ. 결론


1950년대 소설문학의 화두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은 해방공간의 영토적 분단을 타개하고자 하는 북의 적대적 의도에 의해 발발하는데 동족살상과 형제살해의 내전적 성격과 유엔군의 참전으로 인한 국제전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반영구적인 이념대립적‧체제경쟁적 분단의 시발점이며 공산이념을 피해 월남하는 혈연적 이산현상을 양산하며 이데올로기를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짓도록 만든 전쟁이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해서 등단한 신세대 작가들은 삶의 근간을 훼손하는 육체적‧정신적 폭력으로서 전쟁체험의 형상화에 문학적 관심을 둔다. 따라서 이들의 기본적인 문학적 태도는 “사느냐 죽으냐”에 있다. 1960년대가 “어떻게 사느냐”에 관심을 둔 시대라면 1950년대는 “사느냐 죽느냐”의 시대이기① 때문이다. 전장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물론이고 전후사회를 다룬 작품에서도 죽음이 일상사로 등장하는 것은 젊은 작가들에게 미친 전쟁의 정신적 충격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신세대 작가들은 기성세대에 대해 거부와 반항을 부르짖으면서 서구문학의 정신에 주목한다. 그것은 휴머니즘 문학론이나 실존주의 문학론으로 나타나는데 기성세대의 문학이 시대와 민족을 앞세우는 반면 신세대 작가들은 전후의 변전하는 역사적 현실을 주목하여 인간의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다.② 가령 동일한 전장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기성세대는 추상적 관념으로서 민족을 내세우지만 신세대는 극한상황에 놓인 구체적인 인간에 초점을 둔다. 전쟁-전후-분단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추이에 따라 시도한 1950년대 소설의 논의에서 다음을 결론 삼을 수 있다.


1. 전장의 잔혹성은 폭력이 원인이 되는 경우와 전쟁의 부조리한 상황에 기인하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적대적 감정이 선행하는 전장의 비인간적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서 휴머니즘이 제시된다면 전쟁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비롯하는 잔혹성은 반전의식으로 모아진다. 즉 전쟁의 폭력적 잔혹성은 휴머니즘과 관계 맺고 전쟁의 상황적 잔혹성은 반전의식으로 이어진다.


휴머니즘적 행동은 폭력에 대한 단편적 저항의 형태뿐만 아니라 전인적 차원으로까지 고양될 수 있는 이타적 희생에서 비롯하는 경우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반전의식의 형상화는 다소 추상적 양상을 보인다. 한국전쟁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한국전쟁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커다란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잔혹성과 반전의식의 관계는 전쟁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신세대 작가들은 총체적인 인간비극의 현장으로서 전장에 접근하는데 獸性의 잔혹성에 대한 정신적 대응이 휴머니즘이나 반전의식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전장은 인간성을 철저히 유린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죽음(meaningless death)을 초래하는 현장이라는 인식 역시 공통점이다. 따라서 전장의 잔혹성에 대한 정신적 대응으로서 휴머니즘과 반전의식은 주 플롯에서건 보조 플롯에서건 전쟁현장을 다룬 소설 곳곳에 편재한다.


2. 극한상황과 실존인식의 관계는 양상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감정적 차원에서 형상화되는 실존인식과 인간의 유한성을 제한이 아니라 확보로 인식하는 실존인식, 극한상황에 대한 저항으로서 실존인식이다.

감정적 차원에서 형상화되는 실존인식은 극한상황 속에서 실존적 자각이 감정의 차원으로 언표화되는데 감상적 분위기를 억제하기 못해 필요한 긴장을 상실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즉 허무적 존재로서 실존자각이 울음으로 드러나는 형식을 갖는데 죽음 앞에 선 단독자에 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의 상황 속에 던져진 단독자로서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부각된다.


극한상황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실존적 욕망을 도외시하고 상황인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빚어진 실존인식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유한성을 제한이 아니라 확보로 인식하는 실존인식은 죽음을 유한성의 확보로 해석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즉 유한성의 적극적 해석으로 인간을 되어 가는 운동과 과정으로 바라봄으로써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되어 가는 자유존재로서 生의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셸링의 지적처럼 죽음을 마땅히 치러야 할 필연적인 것으로 현재의 시간 속에서 통찰할 때 생의 시간적 전체성이 확보된다. 동시에 실존의 본질이 자유임이 드러난다. 누혜의 경우 자유의 획득을 위해 죽음을 유한성의 제한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자유에 대한 시도요, 기대로 본다.


이는 죽음이 생의 연속이 끊어지는 곳이 아니라 생의 의미가 집중되는 초점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생의 전면적 구조로서 자유의 획득이 죽음을 시간의 종말이 아니라 완성으로 옮겨놓는 것이다. 극한상황을 초극하려는 저항으로서의 실존인식은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자세로 나타난다.


세계의 부조리로서 전쟁은 죽음을 가져오지만 존엄성을 잃지 않는 태도는 절망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대 조건이다. 의식의 중심이라는 서술기법을 통해 극한상황을 제시하고 죽음 앞에서 결코 절망하지 않는 인간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한계상황에 대한 대항의지로써 실존인식을 형상화한다. 따라서 한계상황과 실존주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문학적 형상화의 과정에서 그것은 인과관계를 맺으며 전쟁의 강요된 한계상황에 대한 대응이 감정적 비탄이나 영탄에 빠지지 않고 서구적 문학정신에 기초함으로써 개화기 소설에 이어 한국 현대소설의 두 번째 근대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영향관계의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우선 전쟁의 한계상황 아래 존재이유를 고찰하려는 실존조명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위협하는 전쟁에 대한 각성을 전제로 하는 그와 같은 실존조명은 전후 한국문학의 깊이를 더해 줄뿐만 아니라 다양성에도 일조 한다. 또한 한계상황이 실존조명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는 패러다임은 세계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한다. 한국문학의 서구적 문학정신과의 접맥이라는 평가가 가능한데 전후 신세대 작가들의 문학정신이 실존인식을 매개로 2차 대전 이후 서구 문학정신과 일정한 상동관계(homology)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포로수용소에서 좌우충돌의 양상은 이념의 현실화를 위한 이념목적적 폭력성을 보여주는 경우와 수용소 체험이 심층심리에 깊이 각인 되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주류적 경향이라면 후자는 지류적 경향에 속한다. 포로수용소의 현실이 좌우대립의 이념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북의 지령을 받은 공산포로들이 이념화‧조직화‧무장화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산포로의 폭력은 이념목적의 성격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강제송환을 위한 폭력이다. 반면에 반공포로의 폭력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최소한의 저항 내지는 대항의 명분을 갖는다. 반공포로에게 강제송환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포로수용소의 체험은 전쟁체험과 다를 바 없어 그 전흔이 심층심리에 뿌리 박혀 정상적인 삶에의 의욕이나 욕구를 저하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삶에의 무의미로 형상화되는데 인간에 대한 어떠한 기대나 희망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로수용소는 축소된 戰場으로서 한국전쟁의 속성을 내포한다. 소련의 팽창주의에 힘입은 공산지역의 확장이라는 북의 적대적 의도가 실천이념으로 작용해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면 포로수용소 역시 남일을 정점으로 해서 강제송환이라는 적대적 의도가 선행하는 이념목적적 폭력의 형태를 가진다.


두 경우 모두 적대적 의도의 선행에서 비롯하는 이념적 폭력을 보여준다. 또한 반공포로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념의 현실화보다는 개인의 생존 차원에서 대항의 폭력을 행사하는데 이 역시 북쪽의 남침으로 인해 방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남쪽의 경우와 같다.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동족살상의 속성 또한 한국전쟁과 포로수용소의 현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처럼 포로수용소가 한국전쟁의 축소판이 될 수밖에 없는 상동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4. 한국전쟁은 기본적으로 이념전쟁의 성격을 갖는데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전쟁 수행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이념적 폭력의 양상은 두 부류로 정리할 수 있다.


이념의 현실화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폭력으로서 인민재판으로 대표되는 이념목적적 폭력과 외면적인 동기는 이념의 현실화를 목적으로 취하지만 내면적 동기는 누적된 적대적 감정의 해소로써 혈연관계를 비롯해 친분관계가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념도구적 폭력이다.


이념목적적 폭력은 맹목성과 남용성의 현상을 지적할 수 있으며 과잉 폭력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맹목성은 이념지상주의자의 비인간성과 비윤리성을 보여주며 남용성은 흑백논리에 기초한 단순한 감정적 판단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념도구적 폭력은 이념에 종속하는 적대적 의도보다 누적된 적대적 감정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봉건적인 신분제도의 인습에서 비롯하는 경우와 감정적 소외감에서 비롯하는 경우,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정신적 폭력의 형태로 가해지는 경우 등이 있다.


동족살상과 형제살해의 광범위한 현상은 이념도구적 폭력의 행사로 말미암은 것으로 한국전쟁의 내전적 속성을 증명한다. 적대적 의도가 선행하는 이념목적적 폭력을 이념을 앞세운 한국전쟁의 거시적 폭력으로 볼 수 있다면 적대적 감정이 선행하는 이념도구적 폭력은 한국전쟁의 미시적 폭력으로 형제살해와 부모살해의 결과를 낳는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정한 친분관계나 혈족관계가 성립하는 이념도구적 폭력은 한국전쟁의 내전적 성격을 분명히 하는 단서가 되는데 세대론에서 언급하는 유년기 체험세대의 작품에서 주요한 모티프로 이용되어 한국전쟁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5. 전통적인 공동체의식의 와해에서는 공산이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상부상조하는 전통적인 공동체의 삶의 원리를 제시하는 경우와 가족의 단위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권위와 가치체계의 자발적 해체를 다룬 경우, 공산 이데올로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역전적 종적 질서가 전통적 가부장적 종적 질서로 회복되는 과정을 제시하는 경우와 문체의 시각화를 통해 서정성을 획득하면서 전통적인 삶의 원리인 가부장적 권위와 가치관이 와해되지만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경우 등이 있다.


이들 작품들은 객관현실에 대한 대응양상이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은 인습적 신분제도에 근거를 둔 전통적 공동체의식이나 가치체계의 해체가 세대교체에 따른 순리적이고 발전적인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폭력과 적대적 감정에 뿌리를 둔 갈등과 증오의 폭력적 원리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인식에 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단위의 전통적 공동체의식이 공산 이데올로기의 개입으로 와해되고 신분의 역전현상이 일어나며 가부장적 권위 역시 해체된다.


또한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공산 이데올로기에 의한 계급대립적 갈등이 조장되며 서자를 비롯한 인습적인 신분제도가 해체되면서 공산이념에 따른 신분관이 성립된다. 이와 같은 공산 이념에 의거하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문학적 수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삶의 원리를 공산 이데올로기의 극복방안으로 제시하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인습적 신분제도의 해체가 세대교체에 따른 순리적이고 발전적인 경로를 밟지 않고 전쟁의 영향으로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다.


6. 윤리의식의 부재는 전쟁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해체가 아닌 붕괴의 의미를 가진다. 구체적인 외적 요소는 궁핍한 생활난‧정체성의 상실‧사회적 무질서 등이며 상호 영향관계를 맺으면서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성적 가치관의 경시와 사회도덕의 타락으로 나눌 수 있다.


성적 가치관을 경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궁핍한 생활난을 타개하기 위한 성의 상품화 결과이기도 하며 윤리적 가치체계의 붕괴 즉 성윤리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성적 가치관의 경시는 생계를 위한 여성의 적극성 및 자발성을 전제로 하며 사회도덕의 타락은 전후사회의 무질서한 사회상을 반영한다. 정체성의 상실은 군인의 경우 戰痕에, 민간인의 경우 가족구성원의 상실, 특히 부모의 상실에 원인이 있다.


정체성의 상실이 윤리의식의 부재와 결합할 경우 성윤리의 타락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사회적 무질서는 개인의 타락을 전제로 하는 사회조직체의 물신화 경향과 맞물린 도덕성의 경시에서 비롯한다. 물신화는 정신적 황폐를 단적으로 증명하며 근본적인 원인은 전쟁이다.


주둔지 주변의 기생주민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는 크게 주둔군을 물적 풍요의 대상으로 상정한 경우와 윤리의식 및 전통적 가치관을 타락시키는 오염원으로 보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요소는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하는데 전후현실의 궁핍을 해결하기 위한 대상으로서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성적 가치관의 타락 및 가치관의 서구화라는 문화충격의 면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족적 차원에서 도덕적 열등감과 상대적 빈곤감을 갖도록 하는 등 부정적 영향관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소년의 주둔군 체험은 동심의 타락으로, 여성의 주둔군 체험은 성적 타락으로, 지식인으로서 통역장교의 주둔군 체험은 민족적 자괴감으로 형상화되는 유형을 살펴볼 수 있다.


성윤리의 타락은 전후현실에 내재하는 물질적 궁핍과 전쟁의 정신적 상처가 복합화하여 비롯된다. 전쟁의 충격이 文面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黙示意 意思表示로서 배경화되는 경우도 있어 전흔으로서 성윤리의 타락을 염두에 둘 수 있다. 특히 정신적 상처는 정체성의 상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개인의 성윤리가 타락하는 이면에 사회도덕의 붕괴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윤리의식이 와해된 전후의 객관현실을 반영한다.


주둔군과 기생주민의 관계는 물질적 풍요를 매개로 하는 일방적인 종속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서구적 가치관의 傳播源으로, 경제적 궁핍을 해결하는 대가로 성적 상품화를 조장하는 공간으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집단 등등으로 형상화되지만 종속관계는 공통점이다. 이는 停戰의 분단상황 아래에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서 주둔군과 기생주민의 영향관계에 접근하는 현실인식에 기인한다.


7. 전후사회에서 전쟁체험은 불구로 대표되는 피해의식을 가져오며 피해의식은 왜곡된 내면세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절대적 원인으로 제시된다. 불구자의 현실은 상이군인의 경우와 민간인의 경우로 살펴볼 수 있다.


육체적 불구와 정신적 불구는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육체적 불구가 정신적 불구로 전이되는 일반적인 형상화 단계를 보인다. 상이군인의 경우 불구를 사회적‧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개인의 차원에서 다루는데 한국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지며 불구가 개인의 삶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제시한다.


정신적 불구는 자아지향성의 상실에 따른 정신지체의 현상을 띤다. 아버지의 육체적 불구가 아들의 정신적 상처로 남는 경우 간접적인 전쟁체험의 성장소설적 성격을 갖는다. 특히 불구적 인물은 비정산적인 전후현실의 불구성을 비정상적으로 형상화하는 탁월한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다. 즉 불구적 인물을 통하여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사회상의 불구성을 제시하는 문학적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육체적 불구가 사회적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대표되는 정신적 불구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8. 부성결핍 콤플렉스는 아버지의 부재로 말미암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체험 결핍이 원인이며 그 결과로 모성고착이 나타나는 심리적 양상을 보인다. 문학적 형상화의 유형에서 모성고착은 어머니를 결핍한 경우에도 나타나는데 어머니를 대리하는 모성적 존재에 투사되는 경우가 있으며 모성고착에서 벗어나 아버지에 대한 사후복종을 형상화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성적 페르조나의 경험 결핍으로 인한 정신적 기형성을 제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


모성고착은 아버지 체험의 결핍에서 비롯하는데 전쟁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양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전후성을 획득한다. 모성고착은 정상적이고 이성적이며 사회적인 삶의 원리보다는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개인적인 삶을 지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후현실의 도덕적 타락과 연관지을 수 있다.


9. 실향 및 분단의 인식과정에서는 혈연적 이산으로써 가족의 해체를 동반하는 실향에 근거하는 귀향소망을 주목할 수 있다. 이는 영토적 분단인식과 맞물리면서 실향과 분단의 등가성을 보여주며 귀향소망은 이데올로기적 분단인식의 결여로 정서적 차원에 머문다.


현실적인 귀향의 불가능성 때문에 귀향소망은 내면화되고 뿌리내리기를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다. 멸공에서 반공으로의 정치적 변화에 따른 뿌리내리기가 있는가 하면 귀향의 현실적 불가능에 따른 뿌리내리기도 있는데 실향의 고통과 죽음을 等價値化하거나 귀향소망이 내면화되면서 실향한 삶의 무의미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실향의 기본적인 속성은 공산 이데올로기를 피해 월남할 수밖에 없는 타의성에 있다.


타의적 실향은 영토적 분단과 등가적 가치를 가지며 귀향소망의 실현 불가능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실향의 고통은 내면화된다. 뿌리내리기는 내면화된 귀향소망을 전제로 하는데 혈연적 연속성의 단절로 인한 파편화된 삶을 낳는다. 특히 실향과 뿌리내리기를 연결해주는 내면화된 귀향소망을 결핍할 경우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오며 무의미한 삶으로써 실향민의 전형을 제시한다.


10. 이념과 체제의 대립에서 형상화되는 분단현실은 영토적 분단에서 이념대결적․체제경쟁적 분단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양상을 보여준다. 즉 영토적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해 혈연을 매개로 하는 이념강요를 한다. 집단적 이념강요에 저항하는 형태는 자유의지를 좇는 양상을 보여주며 이때 이념선택은 개인의 생존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남북의 이념 및 체제의 대립으로 개인의 자유의지가 희생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념강요의 갈등이 혈연적 온기로 해소되는 경우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논쟁 및 대화의 서술화법과 풍자를 이용하여 분단현실이 상호배타적 관계에서 상호포용적 관계로 전이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제시한 경우이다. 이념대립적 분단상황 아래에서 개인의 이념선택은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이념강요의 경우 자유의지는 유보되거나 희생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전쟁의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공간에서 집단적인 이념강요에 대한 저항으로써 자유의지를 좇는 것은 혈연적 관계보다 이념적 동질성이 앞서는 분단현실의 비극을 강조한다.


11. 전후소설에서 주제의식의 형상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서술양상을 살펴보았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인간신뢰」는 휴머니즘의 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평면적 인물을 통하여 형상화하고 있는데 인물의 연상작용을 통한 장면 겹치기를 채용하여 상반되는 내용의 장면을 병치함으로써 휴머니즘적인 사고를 부각한다.


「유예」는 한계상황에 맞닥뜨린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의식의 중심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철조망」은 서술자와 초점화자가 일치하는 일인칭 자기서술과 서술자의 삼인칭 직접서술이 반복적으로 구사되어 있는데 경험세계와 허구세계의 상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살모사」는 결과인 현재의 공포심에 주목하면서 공포의 원인의 제시로써 인과적 소급제시가 전편에 걸쳐 사용되었는데 사건적 요소를 암시하는 경과진술과 사물적 요소를 암시하는 정체진술의 비교에서도 알 수 있다.


「학마을 사람들」은 자연친화적 삶의 양식에서 얻어지는 서정성과 격렬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보여주기의 기능을 하는 시각적 문체를 통해 얻어지는 서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불신시대」는 전쟁미망인의 일상적 체험인 불신화에 대한 저항으로써 재생 모티프의 은유화가 활용되었다. 「잉여인간」은 인물의 정신적 외상을 통하여 자기지향성의 결여를 제시하는데 열린 플롯의 채용으로 비정상적인 전후현실을 형상화한다.


「신의 희작」은 자전적 진술로 이루어졌는데 정신적 외상의 개인적 체험과 문학관의 형성과정을 밝히고 있다.

「쑈리 킴」은 객관묘사와 내적 독백을 병행하여 타자를 통한 자기서술의 양상을 가진다. 「탈향」은 자기서술과 타자서술을 통해 귀향소망과 분단인식을 형상화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서술양상은 현대소설로서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며 미적 대상으로서 문학을 인식했음을 가리킨다.


결론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전후 신세대 작가들의 소설문학이 차지하는 문학사적 의의를 다음과 같다.


첫째, 실존주의를 통한 서구문학정신과의 접맥이다. 식민시대에 일본을 통한 문학장르의 근대화 이후 서구적 현대정신의 도입으로 세계문학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50년대 소설문학은 현대소설의 직접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서구문학과의 영향관계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서술기법과 문체의 변화를 통해 언어예술로서 소설미학의 현대성을 지향하는 계기로 서구문학과의 접맥을 염두에 둘 수 있다.


둘째, 신세대 작가들이 주목한 분단성은 5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하는데 이산문학으로써 분단문학의 시발점을 마련한 문학사적 의의를 꼽을 수 있다. 영토적 분단에서 이념대립적‧체제대립적 분단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분단양상에 대한 문학적 관심은 60년대로 들어가면서부터 한국전쟁을 정점에 두고 본격적으로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전후 신세대 작가들은 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역사적 거대사건인 한국전쟁과 관련된 문학적 상상력은 전쟁이 야기하는 시대적 제반 현상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전쟁의 부조리한 폭력적 현실에 기초하든지 전후현실에 산재하는 가치관의 타락에 중점을 두든지 간에 고발문학적 인식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제기된 문학의 사회참여론과 일맥상통한다.




① 김상태, 사는 것과 어떻게 사는 것, 「한국소설의 문제작」, 일념, 1985. 12쪽.


② 송하춘, 1950년대 한국소설의 형성, 「1950년대의 소설가들」, 나남, 199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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