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공원

by 이순직

초안산 근린공원. 아파트 4층이라 거실에 서면 공원이 보인다. 공원은 초안산 기슭인데 사유지(私有地)였다. 어느 날 사유지를 울타리(fence)로 막았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골프 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위아래 층은 물론이고 옆 호에 사는 사람도 잘 모르던 주민들이 흥분했다. 주민들은 빠르게 ‘우리’가 되었다, 아내도 마찬가지.

“오늘은 도봉구청에 갈 겁니다. 미리 준비하세요.”

출근하려던 나는 아내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유지 주인도 만만치 않았다. 용역들을 고용했다. 유도학과나 태권도학과를 다니거나 졸업한 건장한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휴전선 철책선보다 더 열심히 울타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골프 연습장 건설을 위한 공사가 곧 시작되라라는 소문은 ‘우리’를 더욱 절망으로 내몰았다. 온갖 소음과 불빛으로 평화로운 저녁과 밤을 빼앗기리라.

“구에서 사지 못하면 시에서 사야 합니다.”

정확히 몇 달이 지났는지 모른다. 끝내 사유지는 시유지가 되었고 이윽고 초안산 근린공원이 되었다. 그런데 휴일이면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차를 끌고 와 도로에 주차하기 시작했다. 한 여름밤에도 베란다 문을 열어둘 수 없었다.

차선 하나를 없애는 공사를 며칠 전부터 시작했다.

“주차장 만드는 게 아닐까?”

“왜 주차장을 만들어? 택도 없는 소리!”

아내는 벌컥 화부터 앞세웠다. 차선 하나를 없애고 인도를 넓혔다. 문제는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높이가 없다는 점, 단지 검은 아스팔트와 흰 보도블록의 차이.

내년 여름이면 올여름보다 더욱 시끄럽겠지만 이웃 동네 사람들도 '우리'의 하나라는 걸, 아내를 설득해야 할 판이다. (2020.10.17)


도로 차선 하나를 인도로 만들었다. 인도가 넓어진 만큼 차도는 좁아졌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뒷길이어서 교통 체증 따위는 없다. 근린공원 입구 앞에는 건널목도 만들었다. 태양광을 이용한 LED 막대를 인도와 차도 경계선에 매설했다. 밤에도 LED는 쉬지 않았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알맹이 헐벗지 않고.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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