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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Jan 11. 2020

내가 ‘다가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

단독, 다가구, 다세대의 정의

내가 중학교 2학년부터 살던 34평 아파트는 방 세 개, 화장실 2개, 넓은 거실, 남, 북 방향에 효율적인 베란다가 있는 일명 국민 아파트 구조였다. 1990년대 지어진 효율적인 30평대의 아파트.           

 결혼을 하고, 집주인의 방치로 거실에 등이 들어오지 않던 집에서 전세로 살다가, 이제는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평가된 지역의 아파트를 무작정 매매해버렸다. 매매하면 리모델링해서 예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얻은 우리의 소중한 처음 집은 내가 예전에 살던 국민아파트 구조와 같은 집이었다.           

“20년이 지나도 같은 구조. 같은 효율성...”     

내가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옮겨 가기로 결정을 한 계기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아파트의 삶이 조금은 획일화되고 똑같은 공간들의 향연.. 음 뭐랄까..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셀프로 예쁘게 리모델링해서 들어왔지만.. 나는 이 개성이 없는 아파트의 구조에 지쳐버렸다.     



 또한 나와 남편은 왠지 의심이 가지만 의심할 수 없는 비싼 아파트 관리비와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랫집 할머니의 계속된 항의..(낮에 청소기만 돌려도 벨이 울렸다. 낮인데!!!), 개성 있는 작업실과 프라이빗한 정원이 있는 나만의 집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열망 등이 뒤섞여서 주택에 가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막상 주택 하면 우리는 막연히 단독주택을 떠올리지만,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땅의 주인으로 그 땅에 지어진 집(건물)이 지어진 단독주택에는 두 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다는 것!

하나는 말 그대로 단독주택_자신의 땅에 자신의 건물 안에 하나의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다가구_자신의 땅에 자신의 건물 안에 여러 호수(세입자)의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이다. 이때에 많은 다가구에서 주인세대가 있고 세입자 세대가 있다. 주인이 함께 살지 않는 임대를 위한 다가구도 있지만 주인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다가구가 대부분 관리가 잘 되어있다.     


여기서 잠깐 :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점     

_다가구는 앞서 설명한 대로 땅과 건물의 주인이 한 사람이고, 주인세대를 제외한 세대는 전세와 월세의 세입자이다.     

_다세대는 땅과 건물의 주인이 여러 세대로 나누어진 공동 주택을 말한다. 예를 들면 빌라, 아파트와 같이 한 건물 안에 공용공간과 개인 공간을 공유하는 여러 세대로 이루어진 건물을 뜻한다.



처음에 단독주택을 사서 1층에는 예쁜 카페를 임대하고 집을 ‘예쁘고 개성 있게 꾸미고 살아야지’ 했던 생각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무식했던 생각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결정해야 했다. ‘단독 주택을 알아볼 것인가, ‘다가구를 알아볼 것인가.      

    

우리 가족만 프라이빗하게 건물과 땅을 차지하는 단독주택이 좋아 보였지만, 우리는 ‘다가구’를 선택했다. 이유인즉은 다가구는 세입자들의 보증금이나 월세가 매매가에 포함되기에 집을 매매할 때 그만한 돈이 없어도 은행에 빛을 지지 않고 매매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월세나 전세를 시세만큼 받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괜찮은 사람들, 마음 맞는 사람들을 세입자로 맞이해 함께 공동체로 살아간다면, 사람들이 누누이 이야기하는 어려운 세입자 관리가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와 남편은 땅과 건물의 주인> 주택> 다가구> 주인세대가 살 수 있는 다가구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다가구는 아파트처럼 세대가 많은 것이 아니라, 각각 모양도, 위치도 다르고  세상에 하나씩만 있는 집의 형태기에 집을 잘 알아보고 꼼꼼히 따질 것이 많았다.


그렇게 바쁜 일상 중에서 취미처럼 우리가 원하는 지역의 다가구 매물을 체크하고 괜찮은 매물들은 눈으로 직접 찾아가 보면서 안목을 키웠다.           


집이 마음에 들면, 위치가 별로고     

위치가 마음에 들면, 햇빛이 들지 않는     

집이 마음에 들고, 햇빛이 들고, 위치가 마음에 들면, 가격이 범접할 수 없는       

집이 마음에 들고, 햇빛이 들고, 위치가 마음에 들고, 가격이 가능하면, 그 집에 세입자분들이 속을 썩이시거나 문제가 있는 그런 집들을 보고 또 본 후에야          

우리는 현재의 우리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집을 어느 정도는 리모델링할 생각이 있었기에 집의 현재를 많이 따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었기에 집을 볼 때 기본적인 뼈대나 벽의 두께 등을 보면서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 집은 집을 짓는 아버지가 딸에게 주기 위해서 지은 집이었고,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것처럼 집의 두꺼운 벽체, 정성을 다해 지은 집의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다가구를 여러 채 보면서 많은 부동산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도시의 다가구, 단독에서 좋은 땅이란 땅이 네모 반듯하고, 차가 두 대 지날 수 있는 6m의 북쪽 도로를 낀 땅을 찾으면 무조건 사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잠깐: 좋은 땅이란?_

다가구는 건물보다 땅값을 가격으로 친다. 그래서 땅의 형태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반듯한 땅은 건물을 추후 재건축할 때 땅의 모양이 반듯하여 설계를 하기가 좋다. 또한 집 앞이나 뒤쪽에 넓게 북쪽 도로(북도로)를 옆에 둔 땅은 1층이나 지층에 상가를 넣게 되면 상가를 북향을 제일로 쳐주기 때문에 좋다. 재건축 시 북도로는 뒤쪽 건물이 없기에 일조권 침해로 인한 건물 설계에 지장이 없이 반듯하게 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남편은 조금 더 고민해보자고 했지만, 이미 100 채정도의 다가구를 보았던 나는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보면서 어떻게 집을 고칠 것인지 상상이 되며,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창조할 것인지도 감이 왔다.                

그렇게 나의 설득에 우리는 이 집을 계약했다.           

이 집의 전 주인분도 우리가 가진 마음처럼, 세입자 분들이 마음이 맞으면 전세에서 가격을 더 올리지 않고 함께 지내왔으며, 아버지가 지어준 집에 사셨던 사모님은 집을 정말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그 마음을 이어받아 우리는 이 집을 아끼고 사랑하며 더 많이 가꾸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현재 그런 마음으로 예쁘게 이 집에서 살고 있다.         

  

꿈만 꾸던 단독에서의 삶에서.. 다가구의 개념을 알게 되고 이 집을 만나기 이전까지 길었지만 너무나도 값지고 배울 것이 많았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혹시 우리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벗어나서  나만의 집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파트가 아닌 개성있는 집을 가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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