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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Oct 05. 2018

화려한 불빛의 도시, 나고야

아이치현


아이치 현의 현청이 있는 나고야는 일본 4대 도시로 규모가 제법 다.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에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다. 400년 전부터 에도(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소도시 여행에 나고야를 포함하게 된 것은 나고야를 통해야 주변 소도시로의 이동이 편하기 때문이다. 나고야는 소도시 여행의 거점이 되는 셈이다.

17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나고야에 성을 세웠다. 일본의 3대 성인 나고야 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공습으로 시가지가 파괴되었지만 전쟁 후에 근대도시로 재건되었다. 도요타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나고야에 문을 열어 세계적인 기업도시로 성장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음식도 다채로워졌다. 우동과 비슷하지만 면발이 넓고 납작한 기시멘, 따뜻한 밥 위에 장어를 썰어 올린 히쓰마부시, 돈가스에 붉은 된장으로 소스를 뿌린 아카미소, 닭 날개 튀김 테바사키까지 다양한 음식이 있어 여행은 더 행복하다.

     

목조 천수각으로 다시 돌아올 나고야 성

 마을은 언제나 성을 중심으로 번창하지만 나고야 성은 나고야의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본 성은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 화려하다. 기와지붕 용마루에는 황금빛이 반짝인다. 나고야 성은 오사카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마가와 가문에서 축성했다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페허가 된 것을 1612년 당시 에도 막부의 장군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들을 위해 다시 축성했다. 나고야 성은 1867년 막부가 막을 내릴 때까지 도쿠가와 3대 가문의 하나인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거성으로 영화를 누렸다.

나고야 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금으로 만든 한 쌍의 샤치호코다. 샤치호코는 보통 기와나 나무, 돌 등으로 만들어 금박을 입혀 지붕에 장식한다. 금을 입혔기 때문에 긴샤치라고 부른다. 나고야 성 천수각 용마루에 장식되어 있는 긴샤치의 얼굴은 호랑이와 비슷하고 몸은 물고기 형상이다. 몸에 가시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나와 있고 꼬리는 하늘을 향해 치켜든 상상 속 동물이다. 상상 속 바다 동물은 천수각 지붕에서 화재를 막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오사카 성과 에도 성에 있던 긴샤치는 세월이 흘러 소실되고 유일하게 나고야 성에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나고야 성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나고야 성을 재건하면서 철근 콘크리트로 천수각을 복원하고 긴샤치도 새로 만들었다. 긴샤치 암수 한 쌍에 들어간 황금이 약 89kg에 달했다.

나고야 성의 대부분이 무너져 새로 복원되었지만 혼마루와 니노마루 일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혼마루를 어전이라고 하는데, 호화로운 전각에 성주가 살면서 정무를 보는 곳이었다. 혼마루를 중심을 니노마루, 산노마루가 있다.

나고야로 떠나기 며칠 전, 2022년까지 나고야 성을 폐쇄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천수각을 목조로 재건축한다고 한다. 나고야 성의 상징과도 같은 천수각은 가장 큰 규모의 천수각으로 꼽힌다. 천수각에는 나고야 성과 나고야의 역사 자료, 도쿠가와 가문의 역사, 예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천수각 전망대에서 나고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며칠 사이에 당분간 나고야 성의 천수각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니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몇 년 후에야 목조로 복원되어 품격을 갖춘 나고야 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미가 가득 담긴 도쿠가와엔

일본은 도시마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나고야에는 나고야 성 혼마루에서 동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 자연미가 녹아있는 정원이 있다. 도쿠가와엔은 1695년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2대 영주 미쯔토모가 만들어서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미쯔토모가 죽고, 메이지 시대에 도쿠가와 일가의 저택이 되었다. 1931년, 쇼와 시대 19대 영주 요시치카는 저택과 정원을 나고야 시에 기부했고, 시에서 이곳을 보수하여 ‘도쿠가와엔’으로 공개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도쿠가와엔은 나고야성처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건물과 수목이 대부분 소실되었다. 전쟁 후에는 평범한 공원으로 이용되다가 2001년 대규모 보수공사를 시작해 2004년 일본 정원 도쿠가와엔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연이 많은 것처럼 정원의 경관도 변화무쌍하다. 정원 안의 넓은 호수와 폭포는 나고야 주변의 기소 산맥, 이세 만, 노비 평야를 축소해서 표현한 것이다. 야다가와의 하안단구를 살려 정원 지형은 높낮이가 다르다. 군데군데 커다란 돌을 배치해 정원에 입체감을 주었다.

도쿠가와엔으로 들어서는 구로몬(黑門)은 메이지 33년에 완성된 오와리 도쿠가와가  저택의 유산이다. 느티나무로 만든 문과 문에 이어진 와키 나가야 담장은 전쟁의 폭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은 얼마 안 되는 유산으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긴 담장에 이어진 문을 들어서면 정원 입구 바로 앞에 폭포, 류몬노 다키가 있다. ‘류몬바쿠’라고도 불리며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된다는 등용문 전설이 있는 폭포를 재현했다.


폭포를 지나 정원으로 통하는 노송나무로 만든 나무다리 고센쿄에 올라서면 5m 아래로 흐르는 물과 넓게 펼쳐진 정원의 호수, 류센코를 조망할 수 있다. 도쿠가와엔 한가운데 펼쳐진 류센코는 바다를 본떠 만든 것인데 물 위의 섬에는 줄기가 검은 소나무가 뻗어있다. 물가의 큰 바위 옆에는 단풍나무가 늘어서 있고 물가를 건널 수 있는 징검돌과 솟아 오른 사취, 나루터 등이 정원의 운치를 더한다.

정원 가장 안쪽에 있는 오조네노 다키는 낙차가 6m나 되는 삼단 폭포다. 오조네는  근처의 지명으로 폭포 이름은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폭포의 상‧중‧하단에 쌓여 있는 돌의 모양과 배치가 달라서 폭포수가 떨어질 때 번지는 물보라의 표정이 다양하다. 도쿠가와엔에 봄이 오면 모란이 화려하게 핀다. 초여름에는 창포꽃도 활짝 피어 정원에 생기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일본 정원은 정원사가 예술작품처럼 깎아놓은 창조물이다. 물론 도쿠가와엔도 사람의 손길로 가꾼 정원이지만 정원 곳곳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거친 속살이 드러난다.

     

왕의 신검을 모시는 아쓰다신궁

주부 지방 여행 중에 일본의 3대 신궁 중 2개의 신궁을 만난다. 신궁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에 현의 이세신궁과 나고야의 아쓰다신궁이다. 도쿄의 메이지신궁까지 일본 3대 신궁이라고 불린다. 어쩌다 보니 일본을 여행하면서 3대 신궁은 다 만나게 되었다. 이세신궁이나 아쓰다신궁처럼 신사를 신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왕실과 관계가 깊은 특별한 신을 모시기 때문이다.


신사는 언제나 숲에 둘러싸여 있다. 일본의 신사는 원래 ‘모리’라고 불렸는데, 모리는 숲을 뜻한다. 일본 사람들은 ‘신사’하면 숲을 함께 떠올린다. 나고야 도심 속에 있는 커다란 숲을 찾아가면 아쓰다 신궁을 만난다. 숲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커다란 도리이를 지나면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산책길이 열려 있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신궁이라기엔 소박한 본궁 건물이 나온다. 아쓰다신궁은 113년 제 12대 게이코 일왕 시대에 창건되어 190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대부터 왕의 보물이라 불리는 삼종신기가 있다. 검, 거울, 구슬이 그것인데 아쓰다신궁에는 구사나기노쓰루기 신검을 모시고 있다. 그런 이유로 아쓰다신궁은 옛날부터 조정과 무장의 숭배를 받았다.


신궁의 정궁은 신령한 곳이라 하여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다. 겹겹이 쳐놓은 울타리 밖에서 참배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1일에는 800만 명이 소원을 빌기 위해 줄을 서서 기도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신사를 찾아가 참배한다. 입학, 졸업, 취직, 결혼 같이 감사와 축하를 해야 할 일에 신사를 찾아가 기원을 한다. 신사는 숲처럼 생활 속에서 늘 함께한다. 이런 일본의 신사 문화를 바로 알아야 일본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신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궁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경내의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빛이 새어들어 올 틈도 없이 하늘을 가린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수령이 1000년이 넘는 녹나무도 있다. 두 팔을 벌려도 반도 못 감을 굵은 나무줄기가 높이 솟아 있는 길은 경이롭다.


신궁을 나서는 길옆에는 보물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보물관에는 <일본서기>를 비롯해 6000점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보물관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커다란 신검이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다. 왕의 보물인 신검은 귀하게 여겨 신전 깊은 곳에 보관하고 있으니 여기서 보는 것은 진품이 아닐 것이다.

나고야의 중요한 문화재의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실된 것처럼 아쓰다신궁도 파괴되어 1955년 재건되었다. 전쟁이라는 참상 속에서 옛것이 그대로 남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고야 문화재는 재건된 근대 문화유산인 셈이다. 다시 세운 신궁의 넓고 푸른 정원은 예부터 호우라이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도심 속의 오아시스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고야의 화려함을 보다, 사카에

도심의 번화가는 언제나 화려하다. 나고야에서 가장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카에는 근교 여행을 위해 거쳐야 하는 나고야 역과 가깝다. 사카에는 고층건물이 숲을 이룬다. 나고야의 상징인 텔레비전 탑이 불을 밝히고, 우주선처럼 생긴 오아시스 21이 있다. 백화점이나 명품 숍들이 늘어서 있어 거리는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고야의 명물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도 이곳에 몰려 있다. 나고야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다면 사카에로 가면 된다.

     

나고야의 빛을 담은 히사야오도리 공원

히사야오도리 공원은 나고야의 번화가 사카에 지역에서 남북으로 2km 정도 이어진  도시공원이다. 로스앤젤레스 광장, 시드니 광장 등 나고야 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 이름을 딴 광장이 펼쳐져 있다. 광장에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밤에는 나고야 TV타워, 오아시스 21가 아름다운 불을 밝힌다.

파리의 에펠탑이 그러하듯 나고야 TV타워는 나고야를 상징한다. 1954년에 완공된 일본 최초의 전파 철탑은 높이가 180m나 된다. 지상 90m 지점에 오르면 스카이 데크가 있고, 100m 지점에는 스카이 발코니가 있다. 이곳에서 히사야오도리 공원과 나고야 시내의 풍경, 멀리 이세 바다까지도 내다보인다. 어둠이 내리면 화려한 LED조명이 켜지고 많은 연인들이 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인다.

나고야 TV타워 옆에는 버스터미널과 상점가, 공원이 함께 있는 복합 시설 오아시스 21이 있다.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은 물의 우주선이라 불리며 텔레비전 탑과 어우러져 나고야를 상징한다. 두 건축물은 도심 속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물의 우주선 오아시스 21의 1층은 녹색의 대지라고 하는 잔디밭과 벤치가 놓인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물의 우주선과 나고야 TV타워를 사진으로 담으면 근사한 장면이 나온다.

지하 2층은 은하의 광장과 상점가로 이루어져 있다. 물의 우주선은 지하 2층부터 뻥 뚫려 있는 공간 위에 기둥을 설치하고, 우주선과 같은 거대한 유리 지붕을 얹었다. 유리 지붕 위에는 물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그 주변에서 공중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붕에 흐르는 물에 햇빛이 스미면 그 빛의 파장이 지하 2층 은하의 광장을 비추어 환상적이다. 어둠이 내리면 건물 전체에 조명이 켜지고 밤하늘 아래 커다란 우주선이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입체적인 풍경은 사카에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고야의 서민적인 거리, 오스

화려한 번화가도 좋지만 여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서민적인 정서가 가득한 시장이 아닐까 싶다. 나고야의 소박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오스 시장으로 향한다. 오스 시장은 나고야의 명소인 오스칸논과 연결된다. 시장 입구에서 빨간 사찰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오스칸논에 먼저 들렀다.

오스칸논은 관세음보살(칸논)을 모시고 있는 사찰이다. 도쿄의 아사쿠사칸논, 미에 현의 츠칸논과 함께 일본 3대 칸논으로 불린다. 1190년대 지금의 기후 현 하시마 시 오스 지역에서 창건한 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에 따라 1612년 나고야 시로 자리를 옮겼다. 나고야 칠복 신 중 하나인 호테이를 모시고 있다.  


본존이 놓인 보문전에는 금색의 물결이 휘황찬란하다. 빨간색과 금색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는 사찰은 중국풍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사찰에는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등 귀중한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 사찰의 본당 역시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1970년에 재건되었다.  

매월 18일과 28일에는 경내에 골동품 시장이 열린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물건과 볼거리가 많은 골동품 시장은 여행의 감성지수를 한껏 높여준다.


오스칸논을 나와 서민적인 느낌이 가득한 오스 시장으로 들어섰다. 오스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도쿄의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덴덴타운과 함께 일본 3대 전자제품 거리이자 오타쿠 전문거리였다. 지금은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선 쇼핑거리로 모습이 변했다.

오스 시장에는 타코야끼나 붕어빵 같은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나고야의 유명한 커피점인 고메다 커피도 있다. 오전 11시까지 커피를 주문하면 토스트가 공짜로 나오니 조금 서둘러서 커피점에 들러도 좋을 듯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커피점을 나서면 빨간 지붕 아래에서 마네키네코 고양이 동상이 손을 들어 환영한다. 복을 불러온다는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는 일본의 상점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데, 오스 시장의 사거리가 교차하는 중앙에 커다란 마네키네코가 마스코트처럼 앉아있다.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100엔 샵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콘셉트로 한 액세서리 점도 있다. 용무늬가 그려진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독특한 구제 옷을 파는 상점도 있고 컴퓨터 할인 매장도 늘어서 있다.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시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리를 돌아보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거리 대부분이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로 되어 있어 비를 맞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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