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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Oct 20. 2018

사가현 가라쓰, 백만 그루 솔숲을 달리다

대륙과 뱃길로 이어진 가라쓰시

바다를 품은 가라쓰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작은 도시다. 1608년 가라쓰 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성하 마을이다. 가라쓰는 동해와 마주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중 대륙을 뱃길로 넘나들었다. 가라는 한자로 당진(唐津)이라고 쓰는데 중국의 당(唐) 나라로 가는 나루터를 뜻한다.

바닷길을 통해 문화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우리의 역사와도 인연이 깊다. 백제 무령왕이 이곳 가카라시마에서 출생했다고 전해진다. 가라쓰에 무령왕의 탄생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건립있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출정했고 이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도자기술을 전수했다.

가라쓰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니지노마쓰라바의 거대한 솔밭의 풍경과 겐카이 국정 공원 같은 명승지가 많아 관광지로 발전했다.

바다와 맞닿은 가라쓰는 해산물이 풍부한 도시다. 특히 오징어 요리가 유명하다. 이카이키즈쿠리라는 살아있는 투명한 오징어를 모양 그대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어 회를 뜬다. 몸통 살을 먹고 나면 지느러미와 다리를 튀김으로 요리해 준다. 가라쓰의 명물이다. 해수욕장의 포장마차에서는 반건조 오징어 구이, 소라구이 등 해산물 구이를 맛볼 수 있다.

     

학이 춤춘다, 가라쓰 성

바닷가 언덕 위에 한 마리 학이 내려앉았다. 가라쓰 성이다. 해안에 펼쳐진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성은 그 모습이 ‘날개를 펼친 학이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마이즈루, 무학성(舞鶴城)’이라고도 한다. 가라쓰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성이다. 역사유산 가라쓰 성은 초대 번주 데라자와 히로타카가 1602년부터 7년에 걸쳐 축성했다. 히젠 나고야 성을 허물고 그 잔해들로 지었다.

화려한 외관에 비해 소박한 성 내부는 번제 시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고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라쓰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천수각 창으로 사방을 내다보면 360도 파노라마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이 내다보이고, 바다와 소나무 숲니지노마쓰바라가 넓게 펼쳐져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다.

가라쓰 성은 봄에 벚꽃이 필 때 환상적이다. 그리고 5월 등나무 꽃이 피면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꽃을 놓쳐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10월의 어느 캄캄한 밤, 불빛에 비친 가라쓰 성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마리 우아한 학 같았다.

     

무지개 솔밭, 니지노마쓰바라

가라쓰 해안에 ‘무지개 솔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솔숲이 있다. 니지노마쓰바라는 해안을 따라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시즈오카의 미호노마쓰바라, 후쿠이현의 기이노마쓰바라와 함께 일본 3대 송림으로 유명하다. NHK가 일본 5대 풍경으로 선정할 만큼 아름답다. 일본의 특별 명승지로 지정다. 솔밭의 길이는 약 4.5km에 이르는데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해도 될 만큼 거대한 솔숲을 이룬다.

이 엄청난 솔밭은 니지노마의 초대 가라쓰 번주가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막기 위해 사구에 검은 소나무를 심은 것으로 시작됐다. 무리 지어 있는 소나무는 씨를 흩뿌려 잘 자란다. 숲은 점차 넓어졌고 번주는 소나무를 벨 수 없도록 명했다. 땔감용 낙엽 체취도 못하게 했다. 초대 번주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소나무 숲에 자신이 아끼는 7그루의 금소나무가 있다고 했지만, 어느 소나무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는 주민들에게 소나무를 귀하게 여기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현재 100만 그루나 된다.


솔숲에 고요했던 바람이 해변으로 나가자 세차게 불어댔다. 바닷바람으로 굽어진 나뭇가지의 끝없는 행렬이 장관이다. 검은 줄기의 소나무가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따라 둥근 호를 그린다. 해안에는 커다란 무지개의 모습이 보인다.


무지개 솔밭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숲 중간쯤 가다 보면 주차장 같은 넓은 장소에 트럭 한 대가 서 있다. 버거를 파는 푸드 트럭이다. 요즘은 우리나라 해변에도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내는 푸드 트럭이 많다. 니지노마쓰바라의 푸드 트럭에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든 가라쓰 버거를 맛볼 수 있다. 작은 트럭이지만 196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전통 있는 버거 전문점이다.

숲 속의 벤치는 테이블이 된다. 주문하고 벤치에 앉아 기다리면 하나씩 포 해서 가져다준다. 계란, 치즈, 햄, 채소들어 있는 가라쓰 버재료는 다른 버거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맛은 일품이다. 청량한 솔숲 벤치에서 맛보는 가라쓰 버거는 어느 전망 좋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과 비교해도 손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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