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의 산책
갑작스럽게 매일 집에 있다 보면, 하루의 감각이 조금 이상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전혀 환기되지 않는 느낌이다.
가뿐히 할 수 있었던 요가 동작을 5분도 못하고 누워버린 다음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력감을 쫓아낼 요량으로 밖으로 나가 걸었다. 매일의 걷기가 몸과 마음에 환기를 주리라 믿으며.
폭설이 내리거나 비가 내려도, 꽁꽁 싸매고, 우선 나간다. 엄청난 추위와 마스크 때문에 더욱더 안경에 습기가 차 앞이 보이질 않는다. 어느 날은 안경의 습기가 얼어 하얀 안경이 되었다. 그러면 두툼한 장갑을 낀 손으로 안경을 들고 또다시 걷는다.
이렇게 걷기 힘든 날은 빨리 들어가 볼까도 생각하지만, 아직 걷기를 멈출 수 없다.
오늘은 무엇을 그릴까?
무엇에 대해 쓸까?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걸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음... 좀 더 한적한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
십 년 안에는 이사 가야지.
참. 다시 생각해도 그건 너무 했어, 실망이야.
과연 이토록 실망했던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도 지금 생각하지 말자.
흐음... 이번 주 식단을 아직 짜지 못했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그러다 보면 마스크 안쪽에 엄청난 물이 생기고 허벅지는 얼어서 터질 것 같은데, 거의 고행 수준의 걷기를 난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오늘 뭘 그릴 지도 생각하지 못했는걸.
그러나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집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음... 그래도 이런 고민이, 나에게 만보에 가까운 건강을 주었을 거야. 그나마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면서 토리가 있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간다.
“토리야~~ 엄마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