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던 날의 산책
눈이 보송보송 내리기 시작했다.
토리는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만져지지 않는 눈을 만지다 이내 포기한 토리는 창문 앞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괜히 호들갑을 떨다, 산책을 나갈 채비를 한다.
내복, 그리고 모자와 목도리, 장갑, 마스크를 후다닥 장착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준비 단계에서 미적거리면 또 나가기 싫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나가고 나면 역시 나오길 잘했다 생각이 든다.
보송보송 내리던 눈은 금방 동네를 하얗게 만들었다.
현관을 나오자마자 우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꼬맹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조물딱 만지면서 놀고 있다.
거의 모든 것들이 하얗게 뒤덮였고, 소리와 공기마저 고요하다.
똑똑- 다리에서 물이 천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요란하게 나지만, 조용한 천 가를 걷는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생각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여전히 무슨 생각인지도 모를 생각들이 쌓여가고 딱 그만큼만 내려놓으며 걸었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어제보다 복잡함이 줄어들고 조금 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현관문으로 들어가면서 날이 따뜻해지면 이제는 뛰어보자고 좀 이른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