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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mi Mar 02. 2021

크고 귀여운 나무

새로운 길로의 산책




오늘은 볼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새로운 길을 산책 코스로 선택했다.

새로운 산책 코스의 첫 지점은 조금 이상했다.

그 지점은 공사 부지 바로 옆에 종이를 자르듯 어색하게 시작되어 있었다.

어색함 속, 당당하게 시작된 산책 코스에서 편하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나는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 유독 크고 풍성한, 그리고 그림처럼 귀여운 나무를 만났다.
나무의 끝을 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지 볼 수 있었다.
모양은 땅에서부터 바로 시작된 크고 긴 삼각형, 큰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상록수 계열의 나무같이 단단한 잎이 촘촘하고 강인하게 나 있었다.
그 아이만 도드라지게 컸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고,
그 나무는 자연스럽게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큰 존재감이 더없이 포근했다.

그 나무처럼 큰 사람들이 좋다.
마음이 크고 여유로운 사람들.
자기만의 속도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
누군가가 자신을 오해해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사람들.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나 유연한 사람들.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은 웃을 수 있는 사람들.


나는 게으른데 늘 조급하다.

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용서하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타인의 말을 쉽사리 내 멋대로 해석하는, 나는 아직은 아주 작은 나무이다.


작은 나는 가끔 이런 큰 나무와도 같은 사람을 만나면 부끄러워지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이 큰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의 상쾌함이란!
나는 작아서 더 잘 느낄 수 있다.


크고 귀여운 나무를 본 날에는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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