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동안 서울의 중심부였던 종로는 어찌보면 서울에서 가장 변하지 않은 곳이다. 종로가 조선시대의 도성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곽은 남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로구에 속한다(동대문은 동대문구가 아니라 종로구에 있다).
계획성은 없어 보인다. 원래 사람들이 다니던 좁은 길들이 그대로 도로가 되어 구불구불한 곳이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 '새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곳도 없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모습이 이곳 저곳에 뒤엉켜 있다. 종로에 선 하나를 긋고 그 단면을 보면, 마치 각기 다른 시대가 퇴적된 지층처럼 여러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종로구의 인구는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서울의 교통이 발달하며, 변두리에서 도심지로 출퇴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지자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도넛처럼 서울의 도심이 텅 비었다. 사람들이 이사해 가자 그에 딸린 아이들의 학교들도 자리를 옮겼다. 생활의 터는 돈을 버는 사람들의 장소가 되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가게들이 차지했고, 또 한 세대가 지나자 작고 낡은 가게들은 부서지고 합쳐져 빌딩이 되고 있다. 갈 때마다 종로가 달라진다. 공사중이던 한 빌딩이 다 지어지면, 또 다른 곳에서 빌딩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