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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 Jun 14. 2021

문과생도 만든다, 노션 포트폴리오.

내 일에 색깔과 의미 부여하기



포트폴리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인줄 알고 살아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문과 출신(?)들도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더라. 결국 내 일은 내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인것 같다. '그건 포트폴리오 감이 아니야'로 치부될 수도 있는 건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기획해서 실행했고 어떤 태도로 그 일을 했는지 이야기를 입히면 하나의 멋진 스토리가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여기서 말하는 '포트폴리오감'이란, 뭔가 예술 계통 종사자들이 뭔가 멋들어지고 크리에이티브하게 창작한 창작물이라던지 하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편견같은게 있었는데 많은 마케터들이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마음을 사회초년생부터 갖고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지금 생각한 이상 지금부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거 아니잖아요...!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좋았던 점이 몇 개 있다. 



이력서나 경력기술서에 무미건조하게 서술된 지난 일들에 색깔이 입혀진다. 


보통 이력서를 쓸때 

소속
프로젝트
담당 업무
성과

이런 포맷에 내용을 나열하게 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필연적으로 일에 스토리가 부여된다. 당시 어떤 조직 안에서 어떤 일을, 왜 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내 스타일대로 이야기할 수 있음은 물론,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특이점은 무엇인지(?) 약간의 TMI를 더해 나라는 사람을 보다 개성있게 어필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텔링 부분은 좀 더 보강해야겠지만, 밋밋한 기술서가 아닌 나의 커리어 스토리 한 편이 완성된 모습을 보는것 같아 혼자 뿌듯하기도 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사방을 열어둔 시원-한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세시간 정도 집중하니 만들 수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인게, 그 전날 미리 나 자신과의 워크샵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취업과 퇴사, 창업을 반복해온 나로서는 사실 그간 늘 머릿속에 '앞으로' 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 창업을 했던터라, 그럼 거창하게 일 벌리고 퇴사하고 창업까지 마무리한 이 시점에 이 다음은 도대체 뭐지? 싶어 거의 몇 주를 방황했다. 


하지만 셀프 워크샵을 해보니 오히려 지나온 일들에서 앞으로가 보이더라. 

지나온 일들에는 내가 내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저 그냥저냥 어떤 의미로 일하는지조차 모른채 일했던 과거까지 포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일하는 와중에도 늘 의지를 갖고 있더라. 첫번째 퇴사가 그 의지의 표출이었다. 물론 그 감정을 정확히 들여다 보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보자고 노력하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일단 하루 8시간 이상을 붙어있어야 하는 회사에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지 않는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던 과거의 나도 내가 끌어안고 있는 나다. 왜 그랬는지 탓하고 외면할게 아니라 들여다보니 내가 얼마나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지가 보이더라. 의미가 너무 중요해서, 그 의미를 스스로 찾지 못해 버거웠던 것이었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런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힘들었던 과거까지 쭉- 다 돌아보고 나니 결국 이어지는 점 같은게 보이더라. 그래서 오히려 현재의 나를 정의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를 또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게 될지 기대되는건 또 덤이다. 


아무튼 그렇게 탄생한 첫번째 버전의 포트폴리오. 

위에 잔뜩 늘어놓은 색깔 어쩌구~ 랑 안맞게 너무 증명사진이긴 한데.. 


++ 2023년 6월 ver.2 업데이트



내가 천천히 가는 사람이라는게 사주에 나와있더라. 


사실 처음 노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전에 여러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구경했다. 포트폴리오도 대단한데 그 안에 담겨있는 그들의 커리어와 그들이 해온 것들이 더 대단했다. 최선을 다해 능동적으로 만들어온 그 이력이 부럽고 대단해보였다. 그래서 야심차게 레퍼런스 조사를 시작해놓고도 내가 과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게 맞나..? 싶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박웅현님과 오영식님이 그랬다. 

‘브랜딩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일 수 있다고. 포트폴리오에 담은 내 모습 이상이 되어가자고. 그러기 위해 이렇게 천천히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단단해져가는게 나라고. 그래서 비록 야심차게 시작한 첫번째 창업이 멋지게 끝났을지언정 그 다음도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싶기도 했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내 첫번째 노션 포트폴리오 작업 소감이다. 앞으로 멋지고 활발하게 업데이트 해나가야지. 





(번외) 내가 참고한 노션 포트폴리오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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