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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 Jul 27. 2021

문송하지만, 회사 밖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최근 회사 밖에서 방황하며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는 프리랜서, 사업자, 유튜버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다. 방황자들 중 문과전공자는 나뿐이라, 회사 밖에서 생존이 특히 어려운 문과전공자가 홀로서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게 됐는데 그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서 남겨본다. 




한때 ‘문송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소비된 적이 있다. 처음 들어도 그냥 왠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팩폭성 신조어다. 과바과이긴 하지만 흔히 백오피스라고 부르는, 회사에 직접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포지션에서 일하는 문과전공자라면 회사에서도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이렇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며, 회사 밖이라면 생존이 문제가 될 정도로 전공으로 쓰임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면 죄송해야할 대상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어쨌거나 그 문송하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람들과 모여 미래를 고민할때 자학개그에 쓰면서도 생각보다 더 팍팍한 현실에서 현타가 오는 바람에 언젠가부터 잘 쓰지 않게 됐다.



1. 그럼에도 퇴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문송했던 내가 용기있게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건 당연히, 회사 밖에서 내 전공을 살려 돈을 벌거야, 가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몰랐던 영역에 몰랐기에 무식하리만치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약 7개월 정도 동안 브랜드를 운영했고, 나름 그 전까지 배워서 해오던 일이 글을 써서 브랜딩을 하는 일이었기에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들 수 있었다. 


즉 퇴사를 할 당시의 목표는 퇴사가 아니었다. 퇴사가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퇴사할 수 있었다. 지금 와보니 아직 나의 세상은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회사 밖에서의 삶, 두 가지 뿐이어서, 결국 의식의 흐름이 '회사 -> 퇴사 -> 회사 밖'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자식같았던 첫번째 브랜드를 매각한 후 도깨비마냥 무의 상태로 돌아갔다. 자연인으로 산 지 세 달차다.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여러 권의 책을 읽었고, 혼자서 간직한 여러 개의 글을 썼으며, 이제는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2. 프리랜서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왕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프리랜서로 일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나에게 있어 프리랜서는 고려는 해보았으나 이제는 리스트에서 제외된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아예 생각을 안해보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프리랜서가 내 계획 리스트에서 가장 빠르게 제외됐던 이유는,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흥미가 가지 않는 분야의,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게 오랫동안, 진정성있게 지속가능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에 한 번의 퇴사에서 억지로 관심가는 분야를 찾아 기술을 배우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기도 하고..)


프리랜서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디자이너, 개발자, 번역가 등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에는 SNS와 강의 플랫폼을 활용해 꼭 전문성있는 기술이 아니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모으고, 강의를 해서 돈을 벌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퇴사를 하는 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회사 밖에서 혼자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크게 1) 회사 밖에서도 누군가에 의해 쓰일 수 있는 기술이 있거나 2) 남들에게 꾸준히 팔 수 있는 강의 콘텐츠가 있거나 3) 꼭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인맥이 있어서 계속해서 일을 받을 수 있거나 정도는 갖추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세상이 점점 더 혼자 일해서 먹고 살기에 적합해지고 있는건 맞는 것 같긴 하다만. 


그리고 여기에 회사 밖에서 경험했던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프리랜서는 개인사업자다. 같은 직무를 한다고 가정했을때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과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것에 장단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받는 월급의 두 배 정도를 프리랜서 수익으로 벌 수 있어야 회사 밖에서 홀로 일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회사를 나와보니, 회사에 소속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생각보다 많았다. 연봉 이외에도 회사를 통해 제공받는 각종 식대나 의료 및 교육 지원, 그 외 등등 복지 혜택을 포함해 액수로 환산하면 상당하다. 



3. 그럼에도,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이다.


말했듯이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직무를 가지고 강의를 하거나 컨설팅을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연차의,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문과전공자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퇴사를 한 후 지금까지 회사 밖에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브랜드를 만들어 물건을 팔아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돈으로 교환하거나, 그 브랜드를 만들게된 이유였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한 일상을 SNS에 꾸준하게 업로드한 것들이 내 브랜딩이 되어 원고 청탁이나 강연 요청을 받은 경우가 그랬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를 통해 매거진 인터뷰나 구독자가 90만에 육박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섭외 요청까지 이어졌다. 비록 브랜드를 운영하며 실험적으로 관리했던 ‘부캐’ 였던지라 브랜드를 접으며 관련한 퍼스널 브랜딩 활동도 모두 접었지만, 아무런 기술도 없는 문과전공자가 회사 밖에서 가치를 만들고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는 있었다.


결국 팔 수 있는 기술도, 전문성도 없는 문과전공자가 회사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좋아하고 잘하는게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게 또 있다면, 그 결과물을 끊임없이 밖으로 내보내는 것. 


그 어떤 때보다 개인 브랜딩이 중요해진 시대임을 회사 밖에서 치열하게 경험했다. 아무 기술도 없이 회사만 다녔던 나같은 사람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소위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는걸 배웠다. ‘없던 오늘’이라는 책에서 유병욱 작가는 ‘진정성의 핵심은 누적’이라는 말을 했다. 진정성이야 말로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축적의 결과물이자 이유인 것이다. 이제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기록을 계속해서 남겨가 보려고 한다. 관심사가 하도 다양해서 뭔가에 집중해서 쌓아간다는게 약간 어려운 ENFP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 도장깨기 하는 느낌으로 계속 해나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핵심은 누적이라는 말을 계속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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