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그림은 일란성쌍둥이.
그리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매일 드로잉 프로젝트' 모임을 하고 있다. 일명 매드프. 어느덧 2년 째다. 모임장이자 예술가이자 그림 선생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Sunny님은 최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월 1회 모여 각자의 삶과 그림과의 연결성을 말과 글로 풀어낸다. 함께해 온 시간이 벌써 몇 년이다 보니 이젠 내밀한 이야기도 제법 공유하고, 저마다의 드로잉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묘한 변화가 생기면 서로 간에 잘 알아채는 편이다.
지난번 참여했던 모임에서는 그림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스스로 의식하고 있던 바이긴 했지만, 타인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문득 궁금해 질문을 드렸다. 예쁨에 연연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글과 상담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발견해 가면서 점점 삶의 형태가 매거진의 주제와 맞닿아 가는 걸 느낀다. 특히나 요즘엔 더욱. 그게 그림으로도 바로 나타나는구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과 마음의 흐름이 어쩔 수 없이 닮아있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묘미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 어떤 수식어나 설명 없이 드로잉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변화가 비취는 게 새삼 퍽 신기했다.
이전엔 잘 그리고 싶었다. 좀 더 면밀히 말하자면, 불특정 다수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잘 그려진 그림처럼'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순 없다는 걸 깨달아 가면서 불완전한 모습을 점차 드러내고 싶어 졌다. 그런 마음으로 이전엔 차마 망설이다 긋지 못했던 선들을 조금씩 용기 내 그어 보면서 밝고 깔끔해 보이던 드로잉은 점점 어둡게, 검게. 때론 삐죽거리며 울적한 마음을 담고, 손끝의 선은 뭉개지기도 했다가 뾰족하게도 되어 보았다가. 불온전의 형태를 조금씩 담아 가기 시작했다. 꼭 나를 닮은 모습으로.
그림과 삶은 맞닿아있다. 바다 깊숙한 곳 아래 무거이 침잠해 있던 마음들이 사뭇 홀가분해지며 수면 위로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거대한 무의식의 해방은 태풍이 바다를 뒤엎고 지나가듯 거센 파도를 일며 삶 전반을 뒤흔든다. 혼돈의 고통은 순환과 자정 작용으로 이어지고, 수면 아래 켜켜이 삼켜낸 슬픔으로 거멓게 멍들어 있던 바다는 그제야 제 빛의 색을 찾아 일렁이기 시작한다. 달라져 가는 선과 삶은 이제야 마주하는 원래 나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