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비 02

다 울었니? 성인이 되어도 할 건 해야지

by 김이소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 분명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몸 담고있는 세무회계분야는 직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변하는 법과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놓치기가 쉽고, 예전 지식을 적용하다가 잘못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허다하다.


결국 일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기에 대표님과 직장 동료분들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고, 나는 매년 상반기에 실무에 집중하고, 하반기는 틈틈히 업무와 직무 교육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 이 업을 지속할 수 있기에 이 루틴은 굳건히 하고자 한다.




사회초년생때에는 잘 몰라서 우선 상사들이 들으라고 권유하고 출장 보냈던 교육은 수강했으나,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다-이러면서 백치력을 뽐내곤 했다. 뭘 알아야 무지한 것을 인지할 수 있을 터인데 당장은 교육 자체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해야하는 건 어찌나 많은지…원천세, 소득세, 급여와 4대보험, 근로기준법, 그외 기타 법령과 시행규칙 등 쳐내야 하는 업무와 비례하여 쌓아야 할 지식도 많았다. 중압감에 깔려 죽는거 아닌가 울면서 인강을 들은 적도 있었고, 도망가면 되려나 회피 스킬이 잠시 발동했지만 ‘그래도 해야지, 도망치면 실업급여도 못 받아‘ 라면서 자조적인 위로를 하며 하루하루 버텨갔다.

지옥같았어도, 어찌어찌 숨은 쉴 수 있던 나날들이었다.



직무가 바뀌어서 세무회계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에는, 어설프게 배운 기존의 지식이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었으나 막막한 건 매한가지였다.

분명 내 손엔 전산회계 1급와 전산세무 2급 자격증이 있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이론은 조금 배웠을지언정, 실무에서 쓰는 방법과 지식이 다른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도 해야할 일이 무척 많았다. 예를 들어 이론에서는 안 된다고 한 방법들도 실무에선 해 달라고 우기는 회사들도 제법 많았고, 어디서 카더라 통신을 듣고 이상하게 편법을 시도하는 곳들도 많아서(이상하게 이런 분들은 정규 업무시간이 아닌 저녁이나 주말에 연락하는 경우가 있는 편이다. 진상은 하나만 하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세게 느끼고 현타가 와서 몸져 누울뻔한게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사수에게 업무 고충을 털어놓으니 돌아온 답변은 “그것을 하나하나 마음에 쌓아놓으면 진짜 암 걸린다. 잊어버리던가 아니면 짖으라고 하며 무시하고 넘겨야 이 업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직무 관련 정보를 찾고 공부를 스스로 하면 네가 말하는 내용에 힘이 실릴 터이니 직무 공부는 필수다”였다.

처음에는 업무를 그야말로 쳐 내는것도 벅찬데 어떻게 저게 되는지, 베테랑이니까 쉽게 되는거 아닌가라는 못된 의심이 싹트기도 했다. 이해받지 못함에 속상도 했으나, 말 자체는 신빙성이 있어서 한 번 시도는 해보자 하며 블로그도 자주 검색하고, 홈택스도 자주 들락거리고, 지금은 안 하지만 세무대리인 업무단톡방에도 들어가고, 교재도 사서 독학하기도 했다. 이 또한 울면서 이 악물고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거울을 볼 때마다 사회에 익숙해져가며 덩달아 느는 새치와 주름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사계절과 더불어 1월 부가세부터 12월의 결산 사이클도 겪다보니 이제는 아주 초보에선 조금은 발전한 것 같다. 예전에는 거래처에게 질문을 받으면 성급히 대답하거나 우물쭈물하게 답변하여 서로 난감한 적도 있었다. 허나 이제는 좀 더 찾아보고 보고가 필요한 내용이면 추후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린다. 그리고 관련 법령이나 사례 등을 검색하고, 회계사님께 검토받아 거래처에 회신을 하는 데 옛날에 비해선 유선상의 목소리나 메일의 필체가 차분하면서 힘과 자신감을 가미되었다. 이는 업무 경험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쌓아온 지식이 적용되어 발휘되는 흐뭇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물론 도망갈 수도 있었다, 지속적인 직무 관련 교육을 해야하는 게 맞지 않으면 나의 업을 바꾸면 된다. 한때 우울의 바다 최하층까지 가라앉았을 때 도망가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심호흡을 하고 조금 차분해진 뒤 진지하게 되물었다, 도망가는 것이, 그리고 업을 바꾸면 되는 것이 최선인지 내 스스로에게 여러번 물어봤고, 결과는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거래처에 회사분들에게 당당하게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상 부끄럽게 숨지 않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업무상 경험치를 쌓는 게 우선이고 이에 대한 부스터는 직무 교육이었다. 어찌보면 간단한, 그러나 막상 하기는 어려운 난제에 대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씩 덤벼보았다. 아마 그 시도는 내가 퇴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비록 어제도 학원가기 싫어서 고양이를 붙잡고 뒹굴뒹굴 하소연했지만, 우리 고양이의 표정은 이러했다.

“어쩌겠냐, 도태되기 싫어서 수강신청한 건 너잖아. 80% 수강 안 하면 돈 토해내야 하니깐 다녀와”


그래, 고마운 나의 스윗리틀키티야. 나는 너의 사료값도 벌어야 하니깐 학원 다녀올게, 너는 너의 삶을 살고 있으렴.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가는 거니깐“- 드라마 [미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