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공과

왜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거죠

by 김이소

처음 세금업무를 담당한 것은 지금의 세무대리인이 아닌, 인사총무팀에서 재직할 때였고, 입사 한달만에 연말정산이란 원천세 파트에서는 가장 큰 이벤트를 맞이하게 되었다. 숫자와 관련된 업무는 죽어도 안 할거라고 부모님께 호언장담하며, 작가가 되겠다며 말로만 염불을 외우며 대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결국 급여담당자가 되다니….구업인가 싶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지금은 어느정도 연말정산의 흐름과 로직을 이해하기도 하고, 십여년전과 비교해서 홈택스 시스템이나 회계프로그램이 엄청난 발달이 이뤄졌기에 비교적 쉬이 작업이 가능하지만 과거의 새내기 총무사원에게 연말정산은 죽고싶을 정도의 과업이었다.

분명 현장교육도 이수했고, 전임자에게 휘뚜루마뚜루 교육도 받았건만, 막상 1월 15일 이후 홈택스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pdf를 받아오라는 공지를 낸 이후부터 진짜 별의별 희한한 사건은 다 겪었다.


간소화 pdf에 자신만 아는 비번을 설정해서 넘겨주질 않나, 작성한 공지와 안내문은 가뿐히 무시하고 추후 결과가 나오면 왜 옆 과장님에 비해 자기는 환급액이 적냐고 화를 내는 직원이 있질않나-참고로 근로소득자가 당해에 낸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의 금액도 중요하고, 결정세액이 0원이면 내가 낸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까지만 환급이 가능한건데 옆 사람과 비교해서 자기는 적다고, 내가 일을 잘못한거 아니냐고 윽박지르면 이 어리석음에 어찌 말해야하나 말을 잃게된다, 설명을 해도 무지성으로 화를 내면 이제는 조용히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을 뿐이지만,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가만안둬 김대리…-

이쯤되면 구비서류를 미비하거나, 배우자 몰래 보내달라고 급여통장이 아닌 비밀통장사본을 건내주시면서 찡긋 윙크를 하는건 귀여운 수준이었다.


누군가는 타인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재밌지않냐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타인이 사는 생활상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서 재미없었고, 일이지만 당시 내 능력이 많이 부족했기에 버겁고 괴로울 뿐이었다. 세무사회 실무교육 교재를 반려처럼 여기며 야근과 주말출퇴근을 감내하며 첫 해 연말정산을 무사히 넘겼고, 첫 업무위기를 넘겼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힘들어했나 싶지만,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 고심했었다.


그때 느낀점 두 가지, 첫째는 경영지원 업무는 계속적인 직무교육과 경험 레벨업이 중요하다-둘째는 이 세금과공과는 앞으로 날 힘들게 할 항목이겠구나라는 슬픈 예감이었다.



세무대리인이 되고 나서, 거래처를 대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할때도 보통 사람들이 제일 이해못하는-혹은 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목은 대부분 부가세였다. 재산세나 주민세 등 애초에 지정해준대로 내는 세금이나 법인세는 워낙 복잡해서 그런지 대체로 수정요청이나 클레임이 없었고, 종합소득세도 그간 1년의 자금흐름이 있기에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납득하고 납부세액에 순응하였다. 그러나 희한하게 부가세는 때마다 우는 소리가 나오곤 했다.

부가세는 사업장 혹은 사업자가 발생시킨 매출의 10프로, 그리고 사업장 혹은 사업장에서 매입한 금액의 10프로를 미리 붙여서 주고받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내가 매출이 1천만원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부가세 10프로를 붙여서 거래처로부터 1,100만원을 받는다. 반대로 내가 거래처에서 100만원의 매입이 발생하면 부가세 10프로를 붙여서 거래처에 110만원을 지불한다.

이때 당장 부가세 신고를 할것이오! 이러면 나는 매출시 발생한 부가세 100만원-매입때 발생한 부가세 10만원=총 90만원을 납부하는 게 부가세의 프로세스다.


그래서 나는 거래처 대표님들이나 관련 업무종사자들께는, 매번 부가세 대비하여 매출시 발생한 부가세를 다른 통장이나 혹은 꼭 그 금액을 기억하시고 되도록 쓰지말고 두셨다가 추후 확정신고시 부가세 납부때 쓰시라고 말씀드리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분들, 그리고 대비하는 분들은 5프로 되려나….? 환급이면 모르겠는데 납부를 하게 되면 돈이 없다느니, 제대로 계산한 게 맞냐느니, 드물지만 지난 부가세 신고때와 달리 왜 더 나왔느니 나를 탓하실 때도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직전 대비 매출이 높고, 아니면 매출이 비슷하거나 낮아도 매입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오로지 부가세 납부액만 기억하곤 한다.)

그때는 정말 전화를 끊고 세속과 단절되어 소로의 월든처럼 사회를 떠나 나만의 세계에서 지내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자의 톱니바퀴인 나는 아직 벗어날 용기가 부족해서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고, 때로는 다른 풀어낼 방법을 모색하며 순간의 감정에 지지말고 업무와 나를 분리하자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매년 1/25일과 7/25일에 유독 늘어난 흰머리를 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회계사나 세무사같이 세금과 직접 연관이 있는 사람들도 막상 부가세 납부기한이 되면 세금이 왜 이렇게 나오냐고 탄식할때를 보면, 그냥 인간이란 존재는 매우 단순하여서 조삼모사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아가는구나라고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 회사에서 해탈의 스텝을 밟아나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에는 타고 남은 재만 자리잡고 번아웃이 다가온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감정조절법이 필요하다, 매번 오는 부정적 피드백과 감정싸움에 일일히 휘둘린다면 이 업은 못 해나간다는 상사의 조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곤 한다.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억울할 때가 없지 않지만 그건 상대방의 몫이고, 그나마 조정이 가능한 내 마음 내에서 이뤄지는 좌충우돌 자아분투기는 내가 위로하고 다뤄보려고 한다. “그러라 그래”-가수 양희은님의 말을 잠시 쉬어가는 이 연휴에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