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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부모에게 사교육에 대해 묻는다면...

미국 공교육 관찰기

by 이순

미국 학부모에게 사교육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미국 아이들에게 학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라고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돌아온 대답은

"아니, 그런 게 왜 필요해"였다.

사실 내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미국에서 결혼했고, 여기서 아이를 나아서 키웠으며, 한국인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미국에서 사교육(과외)이 성행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한인밀집 지역은 사교육이 성행한다고 하니 그런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의 의견임을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미국학교에서는 "과외를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학교 핸드북에 명시되어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담당과목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봤다. "학교에서 왜 공개적으로 과외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라고,

이유는 학교밖에서 배워 오는 방법(method)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서는 문제를 풀 때 과정만 맞아도 절반의 점수를 받는다.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아도 의심을 한다.


2. 미국에서 과외가 필요하다는 것은 학교 수업을 따라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원어민 선생님이라고 강조하지만 보통 이상만 되는 학군이라면 학교의 선생님들이 학원 선생님들만 못할 이유가 없다.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은 수입이 나쁘지 않아서 학원에 가서 파트타임 일을 할 이유가 없다.

(명문대를 졸업한 아시안이 선생님이라고 강조한다면 그 분야는 모릅니다.)


3. 미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서 킨더가든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이를 맡기는 사설기관에 이미 엄청난 돈을 썼기에 공립에 보내는 부모 입장에선 드디어 한시름 놓는 시기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초등학교는 학교 내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교실도 없고, 돌봄 교실 같은 것도 없어서 여전히 오후에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지만 그래도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이집 비용과는 비교가 안된다. 정부 보조를 받는 곳에 보낼 수도 있지만 그런 곳은 당연히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고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보살핌이 적은 아이들일 확률이 높아 어울리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4. 중고등학교 방과 후 교실은 저녁에 학원 갈 에너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보통 2-3시간의 스포츠, 동아리 활동은 공부로 1차전을 마치고 2차전에 돌입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귀가하면 오후 5-6시다. 저녁식사 후에는 숙제가 남아있다. 숙제는 보통 학년마다 기준이 있어서 중학생 때는 60-90분, 고등학교는 좀 더 많다. 한데 이 기준이라는 게 한 과목 기준인지 전체과목 기준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모든 과목의 숙제를 다하는데 한 시간 이내에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한마디로 숙제가 끔찍하게 많을 때가 자주 있다. 숙제도 점수를 매긴다. 고등학생이 되면 일은 하는 학생도 많다.



5. 학교수업, 방과 후 활동을 마치고 귀가한 자녀를 밤에 학원에 데리고 다닐 에너지가 미국학부모들에겐 없다. 당연히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세븐일레븐에 가고 싶어도 부모가 차에 태워주지 않으면 못 간다. 차로 왕복 20-30분이면 가까운 곳이다. 미국 직장인들은 대부분 일찍 출근한다. 새벽 5-7시 사이에 출근해야 오후 2-5시 정도에는 퇴근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 저녁 먹고, 일찍 자야 한다.


6. 한국인이 밀집된 지역(한인상가 밀집지역)이 아니면 학원이 거의 없다.

이 지역의 한 개의 중고등학교 학생만 4천 명이 훨씬 넘는데 미국학원이 한두 개가 전부다. 물론 과외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도서관 입구 알림판에 과외를 한다는 종이가 다양하게 꼽혀있다. 개인적으로 시간당 얼마에 무슨 과목을 가르친다는 내용을 적고 전화번호나 이메일 번호를 적어 붙여 놓는다. 또한 부자들이 소개하는 아주 고액의 과외도 있다. 이들은 주로 SAT준비나 대학입시 컨설팅을 위주로 한다.


7. 한국인과 어울리면 불안감 때문에 무조건 과외가 도움이 된다고 믿게 될 수도 있다.

어떤 한국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의 교육법을 전도하는데 열심히라 귀가 얇은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엉뚱한 길로 따라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아이가 학원을 다니다 왔다면 더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한국에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오는 경우라면 친구들도 있을 수 있고, 엄마 친구들도 있으니 사교육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고 다른 아이들이 이것도 한다, 저것도 한다 하면 혼자 '금단' 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할 사람은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저는 이십 대 중반에 미국에 왔습니다. 약 40년의 세월을 타국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인터넷에서 본 내용으로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려다 보니 글이 '미국에서는..."을 일방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모국어로 글이란 것을 쓸 일이 없는 삶에서 용기를 내어 굳이 한글로 미국교육에 대한 관찰기를 쓰는 이유는 미국에 사는 한국이민자들이나 미국에 교육을 위해 이주하실 분들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나의 관찰이 누군가의 질문으로 이어지길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처음글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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