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중고등학교 "Back-to-school night"
학교, 학군, 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찰을 기록합니다.
미국에서 "학교 오픈하우스"라고 하면 꼭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초등학교에서 아이가 배정된 교실에 들어가 보고 학교 시설을 돌아보는 것.
둘째, 사립학교에서 학생유치를 위한 홍보 목적으로 날짜를 정해 학교를 오픈하고 설명회를 하는 것
셋째, 저녁시간에 학부모들을 초대하여 한 해 동안 어떤 교실, 어떤 선생님, 어떤 커리큘럼을 어떤 환경에서 받게 되는지 설명하는 행사로 학교에 따라 "Back-to-school night"이라고 부르는 것 등이 있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것은 셋째다. 하지만 이 조차도 공립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똑같은 모습의 오픈하우스 행사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철저히 학교자체 재량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교 방문의 날은 주로 새 학기 시작일 한 주 전에 "신입생 학교 방문의 날"이 따로 있다. 이날의 일정은 낮(주로 오전 10시경)에 있으며 신입생(중1, 고1)들이 개학 첫날 교실을 무사히 찾아가게 돕는 행사다. 재학생들은 이날 자원봉사자로 신입생들을 그룹별로 인솔해 다니면서 학교 시설을 안내하고 질문에 답해 주는 등 도움을 준다.
신입생들은 각자의 시간표에 쓰인 교실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이날의 주된 목적이다.
<공립 중고등학교 오픈하우스: "Back-to-school night">
학부모들을 위한 스쿨 오픈하우스는 주로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주일 정도 후에 있다.
행사는 "저녁시간에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내 아이가 한 해 동안 어떤 교실에서, 어떤 선생님과, 어떤 커리큘럼으로 공부하게 된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또한 부대시설을 돌아보면서 학교 환경을 살펴보고, 아이의 수업일정대로 교실이동을 체험함으로써 학생들의 매일 일과를 그려볼 수 있게 한다."
학교 오픈하우스날의 풍경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1. 오픈하우스에 참가하는 학부모는 자녀로부터 학교 교실배치도가 그려진 종이를 받아서 학교에 가야 한다. 그 종이 뒷면에는 당일(오픈하우스 있는 날) 자녀의 수업시간표도 적게 되어있다.
2. 보통 오후 6시에 시작해서 밤 9시가 넘도록(3시간 이상) 교실과 교실을 오가야 하므로 운동화나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구두를 신고 멋 내고 갈 행사가 아니다.
3. 학생들의 원래 수업시간은 약 50-55분이지만 오픈하우스날 수업 시간은 각 20분으로 정해져 있다. 교실이동 시간은 4분으로 원래 시간과 같다.
4. 자녀에게서 받은 수업 시간표에 따라 교실 번호를 찾아 각 교실을 방문한다. 1교시 20분이 끝나면 2교시 수업이 있는 교실을 찾아서 이동하는 식으로 8교시까지 체험하게 된다.
5.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의 수업일정에 맞춰 교실에 가면 그 교실의 담당 선생님은
-교실 입구에 그 시간에 방문한 학부모들이 사인을 할 수 있도록 종이를 따로 마련해 놓고 어느 학생의 부모가 참석했는지 여부를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교사는 주어진 20분 동안 설명회를 가진다. 자기소개로 어떤 대학교, 대학원 다녔으며, 가족관계는 어떻고, 교사 경력과 이 학교에서는 얼마동안 근무했는지 등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만큼 파워포인트등을 이용해서 보여준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한 학년 동안의 커리큘럼과 성적 적용비율등의 가이드라인을 적은 안내물을 나눠주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
6. 20분 안에 교사가 할 말을 마치고 끝나는 종이 울리면 곧바로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이동해야 한다. 선생님을 붙잡고 내가 누구 엄마라고 소개하면서 내 아이에 대해 길게 얘기할 시간은 없다. 원래는 질문도 하게 되어있지만 그러고 있으면 민폐다.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연락처가 있으므로 집에 가서 이메일로 해야 한다.
7. 주요 과목 수업은 월-금(5일 연속) 매일 있으므로 오픈하우스 일정이 어떤 요일에 있어도 상관없이 모든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다.
8. 선택과목이 오픈하우스날 있는 과목이 아니라면 점심시간으로 정해진 시간에 선택과목 교실을 방문하면 된다.
9. 카운슬러 선생님들은 카페테리아에 따로 테이블을 마련하고 학부모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이 역시 점심시간으로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면 된다.
10. 쌍둥이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엄마, 아빠가 따로 두 아이의 수업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학교의 오픈하우스 행사 일정에 참가한 학부모는
첫째, 자녀의 학교 생활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둘째, 각 과목의 선생님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너희 수학 선생님"이 아니라 결혼을 해서 어린 자녀가 둘이나 있으면서도 취미로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다던 "미스터 스미스"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면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셋째, 아이들의 커리큘럼의 큰 윤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 한 해가 될 것인지 (주로 사회과목), 어떤 책을 몇 권 읽게 되는지(주로 영어과목, 보통 1년에 4-5권 읽음), 실험리포트는 얼마나 자주 쓰게 되는지(과학) 등을 미리 알 수 있다.
미국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모든 연락은 학교 이메일과 전화로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오픈하우스 방문 한 번이면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런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학생들은 선생님을 단순히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어른의 역할까지 감당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얘기를 아이로부터 듣게 되는 순간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