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ords and Pictures"
개봉: 2013
장르: 로맨스/코미디
사립학교라고 모두 명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학생에게 "너는 이미 MIT에 합격했다고..." 또 한 학생은 "저는 프린스턴에서 아직 합격통지를 못 받아서 이번학기 성적이 필요해요."라는 대사로 미루어 짐작하면 꽤 좋은 사립학교라 하겠다.
이 사립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잭 마커스(Jack Marcus: Clive Owen 분)는 한때 문학상까지 받은 실력 있는 작가였으나 이제는 동료교사들도 불편해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그는 이혼 후 알코올중독으로 교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으며 글이 써지지 않아 아들이 쓴 시를 자신의 시라고 내놓을 정도로 망가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는 솔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여러 선생님 중에 관심의 대상은 미술선생님 디나 델산토(Dina Delsanto: Juliette Binoche 분)다. 뉴욕에서 성공한 화가로 알려진 예술가가 선생님으로 왔다는 사실에 학생들도 흥분됐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여러 가지 개인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델산토는 "나는 너희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고, 알필요도 없고, 누구의 인생이야기도 알고 싶지 않다. 너희들과 좋은 친구가 될 생각도 없다. 나는 너희들이 졸업 후 찾아올 그런 선생이 아니다."라고 한마디로 나한테 관심 가지지 말라고 딱 잘라 선을 긋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재능을 가진 학생(에밀리)을 계속 채찍질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다.
재능은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에밀리에게 "네가 배우고 성장하고 창조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시간은 널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지금 더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델산토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심해 걷는 것도 불편하고, 약병을 여는 것조차 힘들다. 그런 그녀가 가족이 있는 곳으로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지만 화가로서의 작업을 멈추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영화 내내 그녀의 작업실 풍경, 작업하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림은 백 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다."라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델산토.
"멋진 단어들"을 강조하고 평소에 항상 음절놀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커스.
두 사람의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학생들을 다룬 비중이 크다.
에밀리를 괴롭히던 학생이 처벌받는 과정도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교사 휴게실 풍경, 수업시간, 학생들의 발표회 모습 등에서 미국 사립고등학교의 풍경을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료교사들의 무시에도 꿋꿋하게 음절놀이를 즐기는 마커스가 델산토에게 단어 음절놀이를 시도했을 때 그녀는 대꾸했다. 두 사람의 케미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델산토가 수업시간에 "그림이 더 가치 있다."라고 말한 것을 학생들이 전할 때 흘려듣지 않고 마커스는 새로운 제안을 한다.
"Words vs. Pictures"라는 타이틀로 "말과 그림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학생들의 발표회를 해보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델산토가 주제를 선택해서 그림을 그리면, 같은 주제로 마커스는 1000자 쓰기를 하겠다고 한다. 관심이 없다고 한마디로 거절하는 델산토에게 "이런 어리석어 보이는 싸움이 아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며 학생들의 목표달성의 기회가 되어줄 수도 있다."라고 설득한다.
한심해 보이는 마커스에게 아직도 학생을 위한 가르침의 열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셈블리는 훌륭하게 치러졌고 이것은 꼭 이기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모두는 알게 된다. 두 선생님의 학생들을 위한 마음이 "단어와 그림의 결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발전의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되었음에 감사하고 델산토와 마커스의 화해와 사랑의 표현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국에는 "러브 앤 아트"로 소개된 것 같은데 "단어와 그림", "문학과 아트", "문학과 예술"... 그중에 제일은 그냥 "Words and Pictures"가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용구절과 대사가 좋은 것들이 많았다.
이 글을 읽으신다면 꼭 영화로 보시길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