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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생님)와 어떻게 연락하는 게...

미국 공립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는 어떻게 선생님들과 연락을 주고받을까?

by 이순

처음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면서 걱정이 앞섰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혹여나 선생님의 관심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다 자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는데 노심초사하는 부분이 많았음을 기억한다. 왜냐하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학생이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기에 학교라는 곳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곳이며 그야말로 안전한 곳에 맡겨진 상태인 줄 알면서도 걱정이 되고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우선 미국의 공립학교가 모두 같은 시스템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학교이메일을 이용하고 학교 전화를 통해서만 선생님과 연락하는 것은 대부분의 미국학교가 비슷할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개인적인 전화번호를 학생에게 공개하는 일이 있으면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서 평상시에 담임선생님께 연락하는 방법은

1. 학교로 전화(선생님교실) 또는 학교사이트의 이메일에 연락하는 방법이 있다. 연락하는 이유를 남기면 24시간 이내에 선생님이 답신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통화가 가능한 좋은 시간은 학교가 시작되는 시간 8:30에서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8:50 사이나 학교 수업이 모두 마치는 오후 3:20분 이후다.

2. 급하게 당일 연락해야 하는 일은 'Note'를 아이손에 들려 보내서 선생님께 전달하게 하면 된다.



당일 조퇴가 필요한 경우는 담임 선생님 앞으로 '노트'(메모형식이면 됨) 쓴 것을 보낸다. 무슨 이유로 조퇴가 필요하여 몇 시까지 데리려 가겠다고 쓴 것을 아이가 선생님에게 아침에 학교에 갔을 때 전하면 된다. 학부모는 예정된 시간에 학교 오피스에 도착하여 몇 학년, 어느 선생님 교실의, 학생 누구를 데리려 왔다고 하면 오피스 직원은 그 해당 교실에 전화를 걸어 연락을 해준다. 그리고 학생은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나온다.


초등학교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상담이 있는 주에는 3일 동안 오전 수업만 한다. 오후 시간을 미리 학부모들이 각자의 일정에 맞는 시간에 스케줄을 잡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각자 주어진 약속시간에 담임선생님을 만난다. 상담시간은 20분이다. 우선 성적표를 받는다. 그리고 특별히 아이의 학교 생활에서의 의견이나, 부모님의 요청사항 등을 교환하는 시간이 된다. 무난한 학생들이라면 대부분 10분 안에 면담이 끝난다. 사실 평범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당신의 자녀는 착하고, 똑똑하고, 성실하며,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 내가 아주 좋아하는 학생 중의 한 명입니다."라는 말이면 대충 다 커버된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도 이런 말을 들으면 "아이를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에 별 할 말이 없다. (다른 부모님들은 할 얘기가 많은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기간 동안에는 가끔 놀이터에서 놀다가 어디에 부딪치거나 넘어지는 경우에 연락을 받는다. (당연히 학생들을 지켜보는 '도움이'가 있다.) 이때는 양호실 간호사의 메모에 "오늘 당신의 자녀가 몇 시쯤 밖에서 놀다가 넘어졌다. 바로 간호원이 응급조치를 했고 심각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보여 수업에 참여했다. 다만 오늘 이런 일이 있었으니 아이를 잘 관찰하시고 이 문제로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연락하시오." 정도의 내용이 쓰여 있을 것이다. 만약 좀 더 심각한 상황인 발목이라도 심하게 삐었고 걷는데 지장이라도 있다면 당장 학교로 오라는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


그 외 초등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담임선생님의 이메일이나 교장선생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내용은 "당신의 자녀 000가 학교에서 이런 규칙을 위반하여 학교에 오셔서 미팅을 해야 하니 가능한 시간으로 일정을 잡아 주십시오." 대충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교장의 비서와 시간 조율을 해서 시간 약속을 잡고, 미팅에 참석하여 얘기를 듣고 해결책을 상의한 다음 학교의 조치에 따라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로 어떤 일을 항의할 일이 있을 경우 학교에서 권장하는 방법은 우선적으로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학교에 연락을 하라는 것이다. 파악해야 할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으며 핸드북에 올려서 홍보하고 가급적이면 논리적으로 파악이 된 후에 학교에 연락하기를 권한다.


1. 누구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2. 언제 그런 일이 생겼는지?

3. 현장에 있었던 어른은 누구였는지?(초등학교는 어린이만 방치되는 일이 드묾)

4. 그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누가 있었는지?

5. 무슨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6.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7. 어른 중에 누구에게 말했는지?

8. 다친 일이라면 양호실에서 간호사를 만났는지?



다음으로 중고등학교는 어떻게 학교에 연락을 할까?

중고등학교는 많이 다르다. 일단 담임이 없다.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일도 없다. 성적표는 학교에서 우편으로 보내준다. 문제가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학부모 면담도 없다. 학업성적이 너무 부진하거나 상담이 필요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학부모가 학교 방문할 일이 개별적으로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사고를 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이 달려가고, 부모를 부를 것이다.


중고등학교에는 결석, 조퇴를 관리하는 오피스가 따로 있다. 아프면 아침에 출석을 관리하는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몇 학년 누구가 아파서 결석이라고 알려야 한다. 오전 10까지 학교에 학생이 등교한 흔적이 없으면 학부모에게 연락이 간다. 아파서 결석을 했다면 다음날 학교에 갈 때 작성해 가야 하는 '카드'에 무슨 이유로 결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쓰고 부모의 사인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그 외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학부모회, 봉사활동이나 모금행사등이 있어서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은 가끔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지만 모든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연주회, 연극발표회, 입시설명회 등에서도 학부모들이 극성스러운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교육주간이라고 학부모들을 초대하지만 거의 오는 부모님들도 없고 설사 온다고 해도 교실이 좁아서 학생들 수업하는데 참관한답시고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라 두 번 가게 되지는 않는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학부모는 더 이상 학교일에은 너무 관심을 과하게 보이지 않는 편이 도와주는 것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국의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학생이 직접 선생님과 의논하게하고 해결하게 것이 학교 선생님들도 가장 좋아하는 소통의 방식이라 여긴것이 너무 소극적인 학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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