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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너무 많은 미국공립학교 괜찮을까?

Big school vs. Small school ( 미국공립학교)

by 이순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학교를 좋은 학교로 분류해야 할까. 미국에서도 많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좋은 학교라 한다. 명문대학을 많이 보내는 특성화고등학교가 큰 도시들에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 도시 안에서 만의 경쟁이다. 그런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고 삶의 터전을 다른 주로 옮기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공립학교들은 사립학교들과 비교하지 않는 문화라 생각한다. 부자라고 다 사립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공립이라고 나쁜 교육환경을 제공한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비교해 보고자 하는 부분은 비슷한 교육환경 조건의 공립학교 중에서 큰 학교(한 학년 학생 약 600명)와 작은 학교(한 학년 약 200명)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공립중고등학교는 중간 사이즈 정도는 되는 것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다 다양한 경험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작으면 방과 후 활동이나 주요 과목 외 선택과목에서 선택의 폭이 좁을 수 있고, 고등학교 AP 과정에 개설되는 과목이 적을 수 있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작은 학교와 큰 학교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실질적 거주지는 큰 학교에 속해 있었다. 이 학군은 다인종 학생이 많아 학군의 수준이 안 좋다는 소문이 있어서 가끔 한국인 학생들이 떠나는 사례를 접하곤 했었다. 그중에서도 아시안 학생 비율은 약 6%이고 같은 학년에 한국학생은 겨우 4-5명 정도였다. 좋다고 소문난 작은 학교는 한국인 학생이 훨씬 많았다. 잠시 작은 학교가 더 좋다는 소문에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사도 쉽지 않고 아이가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환경에 접하는 것을 우려해 초등학교를 다닌 같은 학군에 그대로 다니는 것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학교 안에서 생활해 보지 않고 학교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학교부터는 방과 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방과 후 활동의 클럽(동아리) 수는 선생님의 수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선생님들이 방과 후 활동의 지도선생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해 하는 봉사다. 일정명수의 학생이 지도선생님을 섭외하고 학생회의 승인을 받으면 언제든지 새로운 클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클럽이 없으면 마음 맞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섭외해서 만들면 된다. 아이가 다닌 학교(전교생 약 2400명)에는 약 80개의 클럽이 있었으며 한 학생이 평균 3-5개의 클럽에 가입하고 있었다.


방과 후 활동의 대명사는 스포츠다. 미국의 학교들이 방과 후에 스포츠를 많이 하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 스포츠 활동에서 재미를 더 하려면 경기에 이기는 맛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종목에 일정명수 이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데 학생 명수가 적으면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기 힘들다.

아이가 다닌 학교에서는 남학생만의 운동부(풋볼, 야구, 레슬링)와 여학생만의 운동부(소프트볼, 플래그 풋볼, 치어리딩) 외에 농구, 배구, 축구, 골프, 테니스 등등의 12개 종목에 남녀학생 총 24팀이 있었으니 운동팀만 해도 최소 30개 팀이다. 이 정도면 여기가 체육학교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스포츠에 못지않게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의 활동이다. 이 활동은 운동하는 학생들이 겸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포츠를 안 하는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고 스포츠와 다른 자부심을 가진 클럽활동이라 말할 수 있다. 스포츠가 오직 방과 후 활동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는 수업을 수강(한주 3시간짜리로 비중이 큼)하고 계속되는 활동이므로 또 다른 중요한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극단(theater)의 운영이다. 이 인근의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극단이 있다. 그것도 중간 사이즈의 학교에 극단이 하나정도 있으면 한 학년에 800명 이상인 학교는 2-3개의 극단이 있다. 극단을 운영하는 것 또한 학생들의 아주 큰 자랑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극단을 운영하는 모든 분야에 사람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비중이 큰 활동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학생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학생이 적어야 개별적으로 더 신경을 써 줄 것 같지만 오히려 제공되는 기회가 적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학생수가 많은 학교와 적은 학교를 비교해 본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가 느끼는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자녀가 학생이 너무 많은 곳이 부담스럽다면 아무리 좋은 학교라 해도 그 학생에게 좋은 학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부모 된 입장에서 무작정 좋은 학교를 찾아 삶의 터전을 옮겨 다닐 입장이 아니라면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녀 교육에 좀 더 나은 환경은 있겠지만 쉬운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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