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교육 관찰기
"선생님, 화장실 가도 될까요?"
매번 이렇게 학생들이 손을 들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모두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옆 학교와도 다를 수 있는 것이 미국 학교들 이니까요.
아들이 다닌 미국 공립 초, 중, 고등학교 중 어느 곳도 한국 학교에서 처럼 일정하게 쉬는 시간을 주고 그 시간에 친구들과 놀 수도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학교에서 적용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는 정해진 자기 교실에서 음악실, 미술실, 도서실, 체육관등을 다녀오는 것 외에 따로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은 학생은 선생님에게 말하면 허락을 받고 갑니다. 이때 저학년의 경우 보통 친구 한 명과 같이 가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Hall Buddy라고 부르는데 친한 친구와 같이 가기도 하고 선생님이 짝을 지어서 보내기도 합니다. 다만 점심시간 전 리세스(recess)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에는 모두 놀이터에 나가서 놀다가 카페테이아로 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중, 고등학교는 학교 수업이 시작되면 수업과 수업사이에 교실을 이동하는 4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수업시간에 늦게 교실에 도착하면 당연히 지각처리됩니다. 실제로 새 학기를 시작할 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수업스케줄을 따라 교실을 방문하는 체험을 해보면 4분 안에 다음 교실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음을 체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처음에는 긴장하지만 금방 적응해서 괜찮다고들 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뭔가 딴짓(?), 딴생각(?)을 할 틈을 미리 예방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대목입니다.
그럼 화장실은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요? 시도 때도 없이 가게 되면 자신만 손해니까 잘 조절해서 점심시간, 자습시간, 또는 교실과 교실 이동구간 사이에 화장실이 가까운 위치에 있는 시간대를 잘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직 4분(학교건물이 아주 큰 곳은 6분이라고도 함)의 교실이동 시간만 주어지는 것은 많은 학교가 비슷할 수 있지만 자습시간 25분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학교 건물이 학생수에 비해 매우 적어 한꺼번에 전교생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없으므로 25분씩 4 교대(5-6교시) 또는 6 교대(4-6교시)에 나눠서 점심시간을 사용해야 하므로 그나마 편의상 자습시간이 만들어진 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다만 초중고 한 번도 점심시간이 25분을 넘은 적은 없습니다. 점심도 느긋하게 먹을 수 없다고나 할까요.
점심시간 전에 밖에 놀이터에서 놀게 하는 것도 초등학교에서만 있는 일이며 중학교부터는 자습시간(점심시간으로 사용된 5교시나 6교시의 전반 25분이나 후반 25분)은 정해진 교실에 조용히 앉아서(당연히 교실감독 있음)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충격적이었던 일은 아들이 다닌 중학교 건물은 각학년마다 한 층을 사용하는데 수업이 시작되면 복도에 '홀 모니터'가 지키고 앉아서 화장실 가는 학생으로부터 '패스'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마치는 종이 울릴 때까지 7시간(수업시간 기준 8교시)을 쉬지 않고, 멈출 수 없는 컨베어벨트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가 떠오른 것은 저만의 과장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학교가 그렇다고? 놀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연하게 미국학생들은 공부를 여유롭게 하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들의 학교 내 생활의 스펙트럼을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모든 학교는 아무리 같은 공립이어도 같은 주 안에서도 다른 점이 아주 많음을 감안하여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