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생님, 화장실...?

미국 공교육 관찰기

by 이순

"선생님, 화장실 가도 될까요?"

매번 이렇게 학생들이 손을 들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모두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옆 학교와도 다를 수 있는 것이 미국 학교들 이니까요.


아들이 다닌 미국 공립 초, 중, 고등학교 중 어느 곳도 한국 학교에서 처럼 일정하게 쉬는 시간을 주고 그 시간에 친구들과 놀 수도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학교에서 적용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는 정해진 자기 교실에서 음악실, 미술실, 도서실, 체육관등을 다녀오는 것 외에 따로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은 학생은 선생님에게 말하면 허락을 받고 갑니다. 이때 저학년의 경우 보통 친구 한 명과 같이 가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Hall Buddy라고 부르는데 친한 친구와 같이 가기도 하고 선생님이 짝을 지어서 보내기도 합니다. 다만 점심시간 전 리세스(recess)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에는 모두 놀이터에 나가서 놀다가 카페테이아로 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중, 고등학교는 학교 수업이 시작되면 수업과 수업사이에 교실을 이동하는 4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수업시간에 늦게 교실에 도착하면 당연히 지각처리됩니다. 실제로 새 학기를 시작할 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수업스케줄을 따라 교실을 방문하는 체험을 해보면 4분 안에 다음 교실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음을 체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처음에는 긴장하지만 금방 적응해서 괜찮다고들 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뭔가 딴짓(?), 딴생각(?)을 할 틈을 미리 예방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대목입니다.


그럼 화장실은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요? 시도 때도 없이 가게 되면 자신만 손해니까 잘 조절해서 점심시간, 자습시간, 또는 교실과 교실 이동구간 사이에 화장실이 가까운 위치에 있는 시간대를 잘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직 4분(학교건물이 아주 큰 곳은 6분이라고도 함)의 교실이동 시간만 주어지는 것은 많은 학교가 비슷할 수 있지만 자습시간 25분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학교 건물이 학생수에 비해 매우 적어 한꺼번에 전교생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없으므로 25분씩 4 교대(5-6교시) 또는 6 교대(4-6교시)에 나눠서 점심시간을 사용해야 하므로 그나마 편의상 자습시간이 만들어진 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다만 초중고 한 번도 점심시간이 25분을 넘은 적은 없습니다. 점심도 느긋하게 먹을 수 없다고나 할까요.


점심시간 전에 밖에 놀이터에서 놀게 하는 것도 초등학교에서만 있는 일이며 중학교부터는 자습시간(점심시간으로 사용된 5교시나 6교시의 전반 25분이나 후반 25분)은 정해진 교실에 조용히 앉아서(당연히 교실감독 있음)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충격적이었던 일은 아들이 다닌 중학교 건물은 각학년마다 한 층을 사용하는데 수업이 시작되면 복도에 '홀 모니터'가 지키고 앉아서 화장실 가는 학생으로부터 '패스'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마치는 종이 울릴 때까지 7시간(수업시간 기준 8교시)을 쉬지 않고, 멈출 수 없는 컨베어벨트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가 떠오른 것은 저만의 과장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학교가 그렇다고? 놀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연하게 미국학생들은 공부를 여유롭게 하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들의 학교 내 생활의 스펙트럼을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모든 학교는 아무리 같은 공립이어도 같은 주 안에서도 다른 점이 아주 많음을 감안하여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즘 중학생은 어떤 수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