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소 Jan 12. 2016

영원한 삶의 지혜

<인턴, 2015>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저번 주 주말에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신작, 인턴이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로맨틱 코미디계의 대모, Nancy Meyers의 신작>


인턴 촬영 당시 마이어스


패어런츠 트랩 (1998),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2003), 로맨틱 홀리데이 (2006) 등 주로 가족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만들어 왔던 낸시 마이어스.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에는 그녀가 직접 집필한 그녀 특유의 현실적인 대사와 비현실 적인 남자 주인공들의 외모, 또 빠질 수 없는 (꼭 자기 자신을 묘사한 듯) 영화 속 여주인공들의 사회적 성공이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겠는데요.  


사랑은 너무 복잡해 (It's Complicated, 2009)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그녀의 신작 인턴은, 그녀가 1년 동안 집필한 영화로 소문에 따르면 생각보다 예산이 너무 커져서 배급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예산만 적었어도 훨씬 빠르게 개봉하지 않았을까요?


영화 인턴은 마이어스 감독의 필살기인 로맨스를 쏙 뺀 코미디 영화인데요. 단연코 "그냥" 코미디 영화는 아니고, 남녀노소에게 모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49년생 여감독의 아주 세련된 영화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번 여름은 특히나 한국영화들이 대작이 많이 나왔었죠. 쌍 천만 영화, 베테랑과 암살 사이에 신기하게 살아남은 인턴은 한국에서만 360만이라는 관객이 보았고 무려 300억 가까이 되는 수입을 내었답니다.


항상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 낸시 마이어스. 그녀의 다음 영화는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마음이 두근두근 설렙니다.



keyword #2 <모두가  공감할 만한 주제>



이 영화의 주제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턴"입니다. 하지만 극 중 앤 해서웨이가 CEO로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 취직한 인턴이 대학을 갓 졸업한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이 아닌 아내와 사별하고 수십 년간 일한 직장에서 은퇴한 70세 인턴이라면?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 실제로 일어날만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20대들도 회사의 눈치를 보며 명퇴를 하는 이 마당에 70세 인턴이라니! 하지만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나이 꽉 찬 인턴의 고군분투가 아닌 얼마나 이 연륜 있는 인턴이 가진 수 많은 삶의 경험들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영화는 이렇게 스토리를 풀어갑니다.


극 중 앤 해서웨이는 열정도 많고 굉장히 능력 있는 (창업 1년 만에 직원 220명 성공신화) CEO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 빨리 커버린 나머지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고 또 경험이 많지 않은 그녀가 혹시라도 큰 실수를 할까 투자자들은 다른 경험 많은 CEO를 구하라고 압박하는데, 여기서 이 혼란 속 한 줄기의 빛이 되는 게 바로 로버트 드 니로입니다.


드 니로는 해서웨이의 회사에서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지만 그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를 통해 젊고 패기 넘치는 그의 상사는 한 단계 더욱 성숙해지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keyword #3 <손수건은 언제나 옳다>



영화에서 캐주얼한 분위기인 회사 안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항상 슈트를 입고, 이제는 골동품이 된 수 십 년 된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고, 또 항상 손수건을 챙겨 다닙니다. 어떻게 보면 old school, 구식인 거죠.


영화에서 셔츠를 바지 밖으로 풀어헤친 나이 어린 동료를 보며 그가 이런 말을 합니다.


"왜 요즘 사람들은 셔츠를 바지 속에 껴입지 않는 거지?"


그리고는 비욘세의 남편인 Jay-Z에게 주문이 들어왔다며 자기가 직접 배달할 거라고 좋아하는 그 동료에게 외관이 깔끔해야  첫인상도 좋게 보일 수 있는 거라며 제대로 옷을 입고 가기를 추천합니다.


또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손수건인데요.

드 니로의 이 대사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할 겁니다.


"손수건은 누군가에게 빌려주기 위한 겁니다."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