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2006>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세상을 통치하는 그녀의 이야기, '더 퀸'이 상영되었습니다.
세상을 통치하는 그녀, 어린아이서부터 나이 든 어른들까지 여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 있지요,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우리에게는 '말 더듬 왕'으로 더 친숙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조지 4세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26살이라는 나이에 공주가 아닌 군주라는 칭호를 달게 된 엘리자베스 여왕. 1926년에 태어나 이번해에 아흔이 되는 그녀의 삶에 전쟁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왔으니, 바로 다이애나비의 죽음입니다.
찰스 황태자와의 이혼 후에도 많은 자선행사와 봉사활동에 다니며 온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국민의 공주, ' 다이애나비가 이혼 후 1년 만에 프랑스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것 이였는데요. 이 사건은 영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서특필되며 오랫동안 이슈가 된 사건이었지요.
다이애나비의 죽음에 왕실이 개입된 일은 없었다고 봐야 하나, 그녀의 죽음 이후에 별 다를 것 없는 차가운 왕실의 반응에 영국 왕실을 향한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갑니다.
영화 속, 왕실 사람들은 다이애나비가 죽고 난 후에도 예정대로 별궁에서 사냥을 하며 여름휴가를 즐깁니다. 아무도 없는 버킹엄궁에서 다이애나는 쓸쓸한 주검이 되어 홀로 있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미디어와 사람들은 여왕을 향한 분노를 표출해냅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임 총리 블레어는 왕실과 빗나가버린 민심을 화해시키고자 노력하는데요. 그는 그렇게 왕실의 법도와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여왕과 그런 그녀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총리의 대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지속됩니다.
과연 죽은 다이애나 비의 전남편인 찰스 왕세자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는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슬퍼하고 그녀의 죽음을 왕실에서 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총리에게 자신의 엄마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하는데요. 사실 그는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까 두려워 어머니를 총알받이로 내세운 것이었죠.
극 중, 사냥을 나가는 여왕과 찰스 왕세자의 차 안에서의 대화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다이애나의 죽음 이후 사나워진 민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찰스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우릴 싫어할까요라고 말하지요. 그 말에 여왕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Not us dear."
"'우리'가 아니란다 얘야."
왕실을 뛰쳐나간 전 며느리의 죽음보다는 천년이 넘는 왕실의 존엄함과 전통을 끝까지 지키려 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화의 끝에서 마침내 고집을 꺾고 별장에서 돌아와 왕궁 앞에 있는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꽃들과 마주합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그때 실감하게 되지요. 후에 왕궁에 들어와 블레어 총리와 대화하게 된 여왕은 이렇게 말합니다.
(도중 생략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1/4가 왕실을 없애고 싶어 한다고? 그렇게 미움받는 것은 처음이야. 요즘 사람들은 화려함과 눈물 같은 드라마를 원하지.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네. 그저 간직할 뿐이지. 그리고 멍청하게도 난 그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줄 알았지. 일이 우선이고 자신이 두 번째인.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겠군, 근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