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15>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상영되었습니다.
"만약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면, 그 아이를 학대할 때도 마을 전체가 필요한 법이죠."
2001년, 전 세계가 9.11 테러에 주목할 때 보스턴에 있는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한 사건을 세상에 밝히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건은 바로 보스턴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건. 사실 이 사건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건인데요. 새로 온 편집장인 배런은 스포트라이트팀이 이 사건에 대해 더 파 해쳐 주기를 원하고 그렇게 진실을 찾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한 명의 신부로 시작한 이 사건. 하지만 점점 파 해쳐 갈수록 사건의 가해자인 신부의 숫자가 늘어나고 스포트라이트팀은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1명에서 9명으로, 9명에서 20명으로. 스포트라이트팀은 혹시 자신들이 빼먹은 것이 있을까 오랫동안 이 사건에 대해 연구한 정신요법 의사에게 전화를 하며 물어봅니다. 그리고 의사가 하는 말에 갑자기 사무실은 고요해지지요.
"20명이요? 저한테는 너무 적은 숫자로 들리는데요? 내 연구에 의하면 적어도 보스턴에 있는 신부들 중 6%는 아동 성추행에 가담했어요."
영화에서 20년 동안 이 사건을 연구해왔고 실제로 가해자 신부들을 만나 의학적으로 진찰할 수 있었던 정신요법 의사는 스포트라이트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난 그들의 언행과 행동을 연구해 오며 깨달았어요. 이건 현상과도 같다고요."
그들은 사제들 이기전 환자이자 범죄자입니다. 아동성애자이자 강간범인 셈이죠. 그들이 신부라고 해서 보통 범인들과 뭐가 다른 것 일까요? 아마도 그들이 그렇게 우러러보는 하나님도 그들을 보통 사람들과 같이 보고 똑같은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
영화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기자 미셸 파이퍼는 용의 선상에 오른 90명의 신부 중 어렵게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에게 정말 아이들을 성추행했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그 신부는 이렇게 말하지요.
"그래요. 난 그 아이들을 만졌죠. 내가 그 아이들을 성추행했어요. 근데 그게 다예요. 절대로 개인적인 쾌락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성추행 한적은 있지만 강간한 적은 없다 말하며 자신은 개인적으로 쾌락을 느낀 적이 없다고 강조하는데요. 흐르는 시간 속에서 뉘우침 한번 없어 보이는 그의 무책임 한 언행과 너무나 떳떳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가 차게 만듭니다.
극 중 피해자들의 대표, 필 사비아노는 이렇게 말하지요.
"그들은 이것이 단지 신체적 학대라고만 말하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해요. 이건 영적인 학대였으니까요."
영적인 학대. 사제라는 권세 아래 신도자들을 우롱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학대한 그 성폭행범들이 한 짓은 신체적 학대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 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을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멀어지게 만들었고 그들의 믿음을 깨뜨려 버렸으니까요.
언젠가 당신이 그토록 존경하고 믿었던 사람이 당신을 욕보이게 만들면 기분이 참 뭐라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근데 믿고 존경했던 그 사람이 신부님이라면? 사제들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메신저일 뿐이지 신 그 자체는 아니지요. 그러므로 그들은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그의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01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자유언론의 승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가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져서인지 장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사실적이며 매우 디테일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것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화나고 찝찝하기까지 한 이 감정은 무엇일까요?
물론 사건에 직접 연루된 범죄자인 신부들도 문제가 많지만 그들의 뒤를 봐주고 사건을 은폐하고 은닉하려 했던 교회라는 집단과 그들과 공모해 사건을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막아버린 많은 사람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착잡하고 무겁게 만듭니다. 그들도 모두 다 공범이자 모방범이니까요.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에게 멀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지요.
2014년 4월, 세월호가 많은 생명을 태운채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혼란 속에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 누구의 말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이 모든 일들이 꿈은 아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안으로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죠.
바로 그 시점에서 나서야 할게 바로 언론입니다. 어둠의 시간 속에 그나마 사람들에게 희미하게나마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직하고 올바른 언론이니까요.
그런 의미로 정말 반가운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에게 21세기에 진정한 언론의 초상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영화가 아닐 수 없을 것 입니다.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