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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ul 13. 2016

실존했던 여작가의 삶을 그린 영화 5편

소소한 영화관 특별전 #14

저의 집에서는 매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실존했던 여작가의 삶을 그린 영화 5편 특별 상영전이 열렸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1. <미스 포터, 2006>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로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르네 젤위거.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목소리는 영화 <미스 포터>에서 동물들과 교감하는 동화작가 '비아트릭스 포터'역에 안성맞춤이었는데요. 어렸을 적부터 동물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낸 <미스 포터>. 영화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당당히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는 그녀와 그녀 곁에서 한 평생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던 노먼 워런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피터 래빗.'


여성의 인권이 아직 보살펴지지 않았던 20세기 초, 수많은 무시와 반대를 무릅쓰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아동문학을 출판하는 데 성공한 비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 1866-1943). 훗날 그녀의 작품인, <피터 래빗 이야기>는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으로 뽑히며 전 세계로 출간되는 쾌염을 토하기도 하지요. 또한 출간 100년이 훌쩍 넘은 현재에도 그녀의 '작은 친구들'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한테도 인기를 얻는 그림동화로 남아있습니다.



2. <실비아, 2003>



20세기, 버지니아 울프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여류작가로 불리던 실비아 플라스의 삶을 그린 영화, <실비아>.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와 다니엘 크레이그는 각각 '실비아 플라스'와 그녀의 남편인 '테드 휴스'로 출연하며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당대 최고의 여작가를 그려낸 영화로서 세간에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아쉽게도 평론가들에게 '이 실비아 플라스의 전기영화는 교양 있는 멜로 영화의 수준을 넘기지 못했다'라는 혹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자전적 소설 <벨 자>


어렸을 적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던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 1932-1963). 그녀는 커서 스미스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하고, 또 사후이지만 20세기 최고의 작가들 중 한 명으로 뽑히고, 퓰리처상(시 부분)을 받는 등 어쩌면 작가로서 최고의 성공을 안고 갔다 말할 수 있는데요. 하나 명성 높았던 그녀의 커리어와는 다르게 그녀의 삶은 항상 짙은 먹구름이 가득했습니다.


잘못된 자가진단을 하고 목숨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항상 따라다녔고. 후에 사랑하는 사람, 테드 휴스를 만나고 잠시 나아지는 듯했지만, 순탄치 못했던 그들의 결혼 생활(남편의 바람기와 여성편력)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만듭니다. 짧고도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실비아 플라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작품들보다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여작가'로서 더욱 잘 알려져있는 불운의 천재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세이빙 MR. 뱅크스, 2013>



우산을 타고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보모, '메리 포핀스.' 그녀를 탄생시킨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영국에서 살고 있는 깐깐한 여작가, 패멀라 L. 트래버스인데. <세이빙 MR. 뱅크스>는 딸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명작을 영화화시키려 노력하는 미키 마우스 아버지 '월트 디즈니'와 고집불통 메리 포핀스 엄마 'P.L. 트래버스'의 험난한 공동작업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는 본래 동화였던 <메리 포핀스>가 뮤지컬 영화로 탄생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녀가 기억하기 싫어하는) 트래버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데요. 각자 영국과 미국에서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엠마 톰슨*과 톰 행크스. 영화에서 그들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 최고의 앙상블이 되어 보기 좋은 하모니를 이루어 냅니다.



1899년 호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간 후, 배우, 저널리스트, 댄서 등 많은 직업을 거쳐 작가가 되고, 훗날 <메리 포핀스>라는 명작을 탄생시킨 작가, 패멀라 L. 트래버스 (본명 Helen Lyndon Goff, 1899-1996). 그녀가 창작한 메리 포핀스는 사실 그녀가 이름까지 따올정도로 너무나 사랑했던 돌아가신 아버지 (Trevers Goff)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작품이였는데요. 1934년부터 1988년까지 그렇게 그녀는 총 여덟 권의 걸쳐 '20세기 가장 뛰어난 판타지 명작'에 꼽히는 <메리 포핀스 시리즈>를 완성시킵니다.  


*다재다능한 여배우 엠마 톰슨은 지난 2012년, 비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 110주년을 기념하여 직접 <The Further Tale of Peter Rabbit (피터 래빗의 더 나아간 이야기)>를 집필하기도 했다. 



4. <디 아워스, 2002>


2002년 최고의 변신으로 칭송받는 니콜 키드만의 '버지니아 울프'


니콜 키드먼에게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애를 안긴 작품, <디 아워스>. 영화 '디 아워스'는 퓰리처 상을 받은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댈러웨이 부인>이 다른 시대를 살아간 세명의 여인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뽑히는 버지니아 울프. 영화에서 그녀는 명성과는 반대로 우울하고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작품인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그녀. 그녀는 과연 집필을 잘 마무리하고 그녀를 괴롭히는 정신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영국에서 태어나 한 시대를 풍미한 또 다른 여작가,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 그녀 또한 한 평생을 정신이상 증세(허탈감, 환청, 극심한 조울증)를 겪으며 힘겹게 살아갔는데요. 영화 '디 아워스'의 오프닝 내레이션이기도 한 이 글은, 그녀가 집 근처 울프강에 산책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전, 남편에게 남긴 글들입니다.


사랑하는 그대,

내가 다시 미쳐가는 게 확실해요. 제가 느끼기에 우리는 다시 그 지독했던 시간들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내가 못 견뎌낼 거예요.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최선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어요. 당신은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주었어요. 그 누구도 당신보다 잘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 병이 오기 전까진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전 이제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어요. 당신의 삶을 내가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난 알아요. 내가 없다면 당신이 일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생략) 만약 그 누가 저를 구해줄 수 있었으면 그건 바로 당신이었을 거예요. 당신의 확고한 선량함만 빼고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 갔죠. 난 당신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을 거예요. 두 사람이 만나 우리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V.

                                                                                                                 출처: Wikipedia <Virginia Woolf>



5. <비커밍 제인, 2007>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영화 <비커밍 제인>은 작가로서의 오스틴의 삶과 그녀가 가졌던 톰 리프로이와의 순수한 사랑을 영상에 그려내고 있는데요. 언제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있는 노처녀 제인에게 나타난 '신사답고 잘생기고 유쾌한(제인 오스틴이 직접 이렇게 표현함 )' 청년 톰 리프로이. 무일푼이라는 것만 빼면 완벽한 커플인 그들은 과연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서로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지.


제인 오스틴의 생이 엘리자베스처럼만 풀렸어도.


BBC에서 조사한 '지난 천년 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조사에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2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19세기 최고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1775-1817). '그래서 둘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고 마무리되는 그녀의 소설들과는 다르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생을 마감했는데요. 살아생전 주목받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들 또한 그녀가 죽은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여류작가로서 그녀에게 거대한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소소한 영화관 특별전에 올려지는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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