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는 플라스틱 인간?

청동기, 신석기시대에 이은 플라스틱기 시대

by 노래하는이자까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퇴근길, 밥을 해 먹기 귀찮은 날이라 여느 때처럼 음식 배달 어플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카레집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3단계 매운 카레와 곁들여먹을 사이드 메뉴까지 시켰다.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은 약 30분, 집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초인종이 울렸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인 것 만으로 너무나도 편리하게 저녁식사가 내 식탁 위에 도착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곧장 뒷정리에 나섰다.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지만 매번 정리할 때마다 참 귀찮고 곤욕스럽다. 1인분 어치 카레를 포장하기 위해서는 밥을 담는 그릇, 반찬통 세 개, 사이드 메뉴 그릇까지 약 열개가 넘는 일회용 그릇이 필요했다. 이 중에 밥이 담긴 종이 그릇 빼고는 모든 게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 배달음식을 먹다 보니 나 혼자서 일주일에 20~30개의 크고 작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냉장고만 열어도 페트병부터 소스통까지 반 이상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비단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cos)에서 유래했다. 성형하기 알맞다는 뜻인 만큼 플라스틱은 다른 소재에 비해 모양을 잡기 쉽고, 사용이 편리하며 가격까지 저렴하다. 플라스틱이 최초로 발명됐을 당시에는 가히 혁명이라 불렸다 한다. 가볍고 실용적인 이 소재는 나무, 철, 고무를 대신해 각종 물건에 활용되어 왔고 1950년 첫 대량생산 이후 해마다 생산량이 늘어나 현재는 연간 약 4억 600만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2017년 기준)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물질이 그렇듯 플라스틱의 장점만큼 단점도 컸다. 우유팩 등 종이 용기는 분해되는데 약 2-3개월이 걸린다. 나무는 약 2년이 걸리며, 캔이나 자동차 타이어는 30년이 이상이 걸린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생수통 하나가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까? 답은 약 500년!

내가 태어나자마자 쓰기 시작한 젖병과 어제 마신 음료수병은 먼 훗날 내 백골이 진토가 되어도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과연 재활용에는 유용할까? 안타깝게도 인간이 지난 65년간 사용해온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단 9%만이 재활용됐다. (*출처-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나머지는 바다로 흘러가거나 소각되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의 최대 천적이 됐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전망이라니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지 않을까?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영행을 미칠까? 생선이나 해산물 섭취, 그 외에도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일주일에 약 신용카드 한 장 분량. 크기까지 작아서 세포인 척 몸속에 흡수돼 호르몬계나 면역체계를 망가뜨린다고 한다.


편리한 시대의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플라스틱기 시대에 사는 플라스틱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편리하고 유용한 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을 향해 도약할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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