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제주

한 달 살기, 제주로 결정

by 노래하는이자까야


지난해 4월 지인들과 짧게 다녀온 이후, 정확히 1년 만의 제주행이다. 처음 한 달 살기를 결정할 즈음 주변에선 자신의 버킷리스트 이기도 하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제주는 내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제주 한 달 살기를 결정한 데에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많은 이유들이 있기 때문.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시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꼬박 2년이 넘었다. 20년 1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 한국에서 멀지 않은 마카오에 일주일간 다녀왔다. 당시엔 명절 전주 즈음 시간이 생겨 가볍게 나들이처럼 다녀왔던 거였는데, 돌이켜보면 그 여행을 다녀온 걸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마카오를 다녀온 후, 일주일 후부터 전염병 창궐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시 나는, 그 해 6월 스페인 한 달 여행 계획을 세우고 항공편까지 구매를 했었는데,

결국 3월이 되기 전에 표를 취소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적 위로, 또는 나의 정신병적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던 여행을 몇 년간이나 못 가게 됐다. 그리고 못 감.


그 이후엔 일을 했던 기억뿐이다. 평소 1년에 한두 달쯤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고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져왔는데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으니 딱히 일을 쉬어야 되는 이유도 없었다.


20년 12월엔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한동안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적응을 하느라 나름 재밌게 지냈던 것 같다.

모두들 알다시피 당시엔 여행은커녕 친구와 밥 한 끼 먹는 것도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여름이면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나는 수영장에 가는 대신 바다그림을 구입해서 집에 걸어두었다. 그 중간중간 회사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자택격리를 두 번 정도 하게 됐다. 그땐 정말 12층 아파트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상상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이건 진실이다.


그때쯤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내년이면 여행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에 찬 이야기를 했으나, 그 이야기를 3년째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싱가포르 여행 정보 기록

올해 초부터는 슬슬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괌이나 사이판 같은 몇몇 휴양지를 다녀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싱가포르였다. 가본 적이 없기도 하고 도시국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몇 날 며 칠을 정보를 들여보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벌써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해외여행 가능 여부는 시시각각 하루가 멀다 하고 변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트래블 버블 체결 국가였으나, 사실상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행 티켓을 팔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싱가포르 여행 정보를 밤새 가며 찾아보다가, 기대감과 함께 피로도가 상승했다.


“그래 뭐, 돌아올 때 PCR 검사받으면 되지, 그런데 양성이면 어떻게 해? 한국에 못 오는 거야?”


이런저런 고민이 쌓여갈 때 즈음 ‘제주 한 달 살기’ 블로그 리뷰가 눈에 들어왔다. 여행지로 제주는 나에게 엄청난 매력까진 없었지만, 여행이 아니라 제주도에 아예 집을 구하고, 하고 싶은 것들 맘껏 하면서 한 달 있는 건 얘기가 다르지 않은가.

자취도 해보지 않고 혼자 살아본 적도 없어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밤샘 재택근무를 하며 스트레스를 한껏 받던 어느 날 새벽, 나는 갑자기 숙소 어플을 켜고 서귀포에 있는 원룸 오피스텔 30일 숙박 패키지를 결제해버렸다. 그렇게 나의 제주행이 결정됐다.

지금은 제주에 있다. 그리고 더 있고 싶어.



한 달 동안 지낼 제주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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