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제주 2

제주에서 한 달, 해외보다 좋은 몇 가지 이유

by 노래하는이자까야

신서귀포의 숙소를 미리 결제하고, 날짜에 맞춰 항공 티켓팅까지 마쳤다. 정확히 며칠을 머무를지 몰라 돌아오는 표는 구입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제주에서 한 달을 조금 넘긴 37일 때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행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제주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단체 여행으로 시작해, 30대에 들어선 후에 1년에 한 번씩은 향했던 제주다.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가봤고, 여행만 한 달 동안 다니는 것도 번거로울뿐더러 가고 싶은 관광지도 더 없었다. 그렇다고 계획 없이 예쁜 카페 찾아다니며 낭만을 찾는 건 나의 여행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제주에서 한 달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다.


그중 첫 번째는 승마였다. 서울에서도 승마를 배우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승마장은 차를 타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위치했다. 매주말 다른 약속을 포기하고 파주나 일산까지 시간과 체력을 써가며 다닌다면, 말 그대로 가능하기는 했다.

말의 고향으로 불리는 제주에는 많은 승마장이 있는데 다만, 도심지와는 꽤 거리가 있는 지역에 몰려있다. 신서귀포 지역을 한 달 동안 지낼 장소로 선택한 것은 교통편과 생활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승마장 중 한 곳이 신서귀포에서 버스를 타고 딱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서울에서 미리 대략적인 가격을 알아두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근처 몇 군데 승마장 리스트도 뽑아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은 것은 숙소와 가깝고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원. 서울에서도 요가와 필라테스 강습을 꽤 받아본 적이 있으나, 퇴근 후 하는 운동은 그야말로 위태로울 때 겨우 살기 위해 하는 운동일뿐이었다. 제주에서의 저녁 요가는 37일 내내 아침부터 여행하고 승마하고 친구들 만나 관광을 하며 바쁘게 지낸 나의 심신을 달래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승마장 입구에서 매일 나를 반겨주던 말 그리고 주택을 개조한 조용한 요가원

돌이켜보면 제주에서 머무른 총 37일 동안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체험을 했지만, 승마와 요가 이 두 가지 만으로도 나만의 한 달은 꽤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 외에도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 오름투어 그 외 관광 등등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간과 능력이 되는 한 대부분의 것을 계획하고 해냈다.

아마도 해외였다면 관광지를 구경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느끼느라 '나' 자신보다는 '여행'에 더 집중했을 것 같다.


제주 한 달 살기는 오로지 나의, 나에 의한 그리고 나만을 위한 완벽한 3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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