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미리 준비하는 특별한 하루
표지 사진 “헬카페” © markcfoto
마크의 비문증(눈 앞에 검은 날파리들이 떠다니는 것 같아 보여 날파리증이라고도 한다)이 갑자기 심해져 회사 근처 안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상태가 안 좋다. 금요일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렇게 6월 17일부터 예측하지 못한 ‘14일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지금”이 어쩌면 인생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구간의 끝자락일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번째 날, 6월 17일 화요일 “성수”
오전에 마크는 병원에 갔다가 성수동을 촬영하고 왔다.
얼마 전 카메라와 렌즈를 샀는데 고민이 많아 보였다.
나는 마크의 시선이 그냥 좋은데, 본인은 아직인가?
두번째 날, 6월 18일 수요일 “판교”
살면서 우연히 자꾸 접점이 생기게 되는 사람이 있다.
마크의 고등학교 동창이 그랬다.
20년 전 카페를 할 때는 우연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자주 빵과 와인을 사가던 단골이었고, 5년 전 마크씨 사진관을 할 때는 큰 수술로 힘들었을텐데 회사 다닌지 30년이 되었다며 일부러 가족들을 데리고 와 사진도 찍고 고기도 같이 먹었다.
그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2주 동안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하셨다고 한다.
세번째 날, 6월 19일 목요일 “한남”
츠타야 한남에서 마크가 카드 지갑 2개를 선물로 사준 바람에 이제 카드를 딱 2개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번째 날, 6월 20일 금요일 “을지로”
LP바 전축 촬영.
마크의 눈 수술 때문에 안과에 갔다. 수술을 받고 나면 측면 시야가 어두워진다고 의사가 수술 직전 주의를 주었는데 그 말에 둘 다 덜컥 겁이 나서 수술을 받지 않고 그냥 병원을 나왔다. 측면 시야가 어두워지면 도대체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한건지… 다른 상급 병원에서 한 번 더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한 달 후 예약이 가능했다… 잘 한 결정일까?
다섯번째 날, 6월 21일 토요일 “동탄”
빵집에서 일을 해 볼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구인 공고중인 곳이 있어 거기서 친구들을 만났다.
빵이 바삭하고 맛있긴 했는데… 선뜻 용기가 안 난다.
여섯번째 날, 6월 22일 일요일 “정자”
지인 추천으로 크크크 치킨을 먹었다. 맛있었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그리 다르지 않게 사는구나. 벌써 몇년 전인데 제주도에서 만난 그 때가 좋았다.
일곱번째 날, 6월 23일 월요일 “광교”
카페그루비(Cafe Groovy) 촬영.
마크가 꽁꽁 숨겨둔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생각해 둔 배우가 있다고 했다. 멋진 계획이었다.
나는 이런 계획이 있으면 당장 뭐라도 하고 싶어 안달인데 마크는 항상 뭔가 시작하기 전에 고민이 많다.
너무 완벽한 걸 기대하기 때문일까?
여덟번째 날, 6월 24일 화요일 “이태원”
헬카페 촬영.
마크가 휴가 동안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이벤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스틸로 촬영한 곳을 다시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아홉번째 날, 6월 25일 수요일 “합정”
예전 회사 동료가 창업을 했다. 내가 본 중 제일 활짝 핀 얼굴이었던 것 같다. 그 표정이 자꾸 지워지지 않는다.
https://www.allroundplay.com/
열번째 날, 6월 26일 목요일
개인적으로 요즘 AI 기술이 접목된 응용 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지금, 선물‘이란 프로젝트에 재능 기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딱 한 명만 빼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멋진 분들과 함께 협업중이다. 이 작업을 할 때 나는 그냥 신이 난다.
열한번째 날, 6월 27일 금요일 “강촌”
노플랜 마쿠스트의 예측불허 로드무비
안면도를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북쪽으로 어쩔 수 없이 경로를 변경했다. 바닷가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배가 고파 중간에 강촌에서 닭갈비만 먹고 돌아왔다. 그래도 새로 발견한 마크씨 안에 좀씨, 조씨, 학씨, 쳇씨들 때문에 즐거웠다.
열두번째 날, 6월 28일 토요일
‘물고기자리‘라는 곳에서 숙성회를 먹었다.
마크가 아파서 먹는 걸 잘 먹어야 하는데 내가 요리를 잘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맨날 외식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다보면 식비가 계속 어마어마하게 나갈텐데… 이리저리 고민이 많다.
열세번째 날, 6월 29일 일요일 “장충동”
얼마 전 마크가 보여 준 시나리오의 주인공을 만나러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 (못 갈 뻔 하다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다. 연극은 기대보다 별로였지만, 우리가 보러갔던 배우의 연기는 좋았다. 딱 정량 만큼.
덜 하지도 더 하지도 않았다.
열네번째 날, 6월 30일 월요일 오늘이다.
새벽 2시에 쓰기 시작한 글이 5시를 훌쩍 넘겼다.
마지막 날을 잘 보내고 싶어 글을 미리 쓰려고 한 건데 쓰다보니 지난 13일을 회상하는데 시간을 다 썼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