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 나는 “부드러워”, 마크는 “깨끗해”
문 앞에 단단히 포장된 택배 상자가 하나 와 있었다.
커피에 진심인 지인이 보내준 5종의 드립백 커피였다.
(완결이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 방금 네이버 찾아보니 44권으로 완결되었군요) ‘신의 물방울‘ 만화책을 보면, 와인을 마시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마치 영화 한 편처럼 묘사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커피나 차, 와인 같은 물건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 재미있다. 아직 ‘신의 물방울’처럼 긴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짧은 단문이나 형용사 모음 정도?
GESHA “산뜻하고 시크하고 깨끗해“
ETHIOPIA CHELBA ”조용하지만 다정하고 부드러워“
HOUSE BLEND “아무 자극이 없어 공기같아“
ETHIOPIA “묵직해 어딘가 흙이 느껴져”
ABAYA GESHA “까탈스런 차도녀“
나는 부드러운 ETHIOPIA CHELBA를, 마크는 깨끗한 GESHA를 첫 잔으로 골랐다.
형용사를 좋아한다.
좀 더 많은 형용사, 좀 더 많은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
신기한 것은. 5종류의 다른 커피를 마시고, 또 비교도 해 봤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 커피를 보내준 사람과 모두 조금씩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뭐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형용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잘 몰랐던 나를 알게 된다.
가령, 부추전을 너무 많이 먹어서 더부룩한 배가 싫고, 구운 바나나는 날 것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는 식으로.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다채로운 경험과 느낌들로 채우다 보면, 나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형용사나 짧은 문장, 아니면 어떤 이미지가 완성되지 않을까?
금요일 오후, 병원 예약이 잡혀 있다.
어떤 느낌이냐고?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안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이제 겨우 듣게 된 기분? 지난 1년이 그만큼 힘들었나보다. 더 늦지 않게 다독여주기.
전일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간암표지자(AFP) 수치가 작년에 비해 다소 상승(8.2 -> 9.8, 정상<9.0)으로 확인됩니다. 간초음파에서 관찰된 작은 결절들에 대한 정밀검사 위해 CT촬영을 권고드리오니 12시간 금식 후 내원하시면 진료 후 검사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