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인줄 알았는데 비닐하우스

내가 충청북도 진천으로 오게 된 까닭은?

by SWAN PD

가족과 함께 진천으로 이사를 간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첫 마디가 “연고가 있어?” 이 말이었다. 그만큼 진천은 나와 딱히 엮일만한 연결고리가 없는 개연성 제로의 지역이긴 했다.


처음엔 엄마가 폐가 많이 아프셔서 공기 좋은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단순했던 생각이 현실이 되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병원은 어디로 다녀야 하지? 마트는 걸어서 갈만큼 가까운데 있나? 교통이 너무 불편하진 않은가? 심지어 이사를 결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파주에 있는 집을 보러갔을 때는 동생이 빨래 널 곳이 없다고 반대를 했을 정도였다. 어찌 보면 인생을 통틀어 정착이란 것을 처음 하게 될 수도 있을 마지막 집이라 생각하니 더 까다롭게 조건을 따지지 않았을까 싶다.


선한 지인이 갈데가 마땅치 않으면, 본인의 (부모님이 사시던) 집에 편히 와 있어도 좋다는 놀라운 제안을 해 주기도 했고, 어떻게든 의지만 있었다면 공간이 좁긴 해도 원래 살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익숙한 환경의 동네에서 계속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를 계속 억지로 구겨넣는 것 같은 불편한 감정이 어딘가 느껴졌다. 말 그대로 마음이 편치 않고, 당당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지 않고, 어떻게든 내 힘으로 이사를 깔끔하게 마치고 싶었다.


가진 돈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수도권을 포기했더니 의외로 많은 선택지가 펼쳐지더라.

수도권과 제법 가까우면서도 싼 곳을 잘도 찾아냈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진천을 선택했다.


생거진천 사거용인 (生居鎭川 死居龍仁)

진천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 즈음 우연히 알게 된 말인데 ‘살아서는 진천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이 좋다‘는 뜻이라고 해요. 진천과 용인 둘 다 살기 좋은 곳이라 이런 말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용인에서도 살아보고 진천에서도 살아보는 나 같은 사람은 참 복 많은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이사한 바로 다음 날,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돌아오는 길, 눈 앞에 펼쳐진 비닐하우스 바다가 낯선 나라에 여행을 온 듯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여기가 어디지? 난 왜 여기 와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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