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옷 스타일이 완전 다른 엄마와 나
엄마의 옷을 옷걸이에 걸어 하나씩 정리했다.
평생 동안 엄마의 옷을 이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싹 다 구경해 본 적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세대 차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기성복보다 맞춤복이 훨씬 더 많더라.
엄마의 옷이 맞춤복이다 싶었던 이유는 첫번째로 옷걸이에 새겨져 있던 예를들면 ‘미다모아‘ 같은 왠지 동네 의상실로 추측되는 이름 때문이었고, 두번째로 디테일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범상치 않은 디자인 때문이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취향이다 ㅜ
대학 때 전공을 의(衣)생활로 선택한 것이 어쩌면 엄마한테 물려받은 DNA 때문은 아니었을까?
공주같은 옷을 좋아하는 엄마와 달리 나는 튀는 스타일보다 무난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아…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써스데이아일랜드 풍의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알프스 정도 되는 산의 들판에 벌러덩 누워서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을 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싶은 꿈이 있었지... 잠시 잊고 있던 취향이다.
한 가지 옷을 입었을 때 모습만 조각조각 볼 때와 달리 옷장에 주루룩 걸린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내 옷을 보니 의외로 알록달록한 색 계열이 많아 놀랐다.
기본적으로 우리 가족은 타고난 에너지가 적은 편이라 몸을 감싸는 옷을 화려한 색깔로 입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한 것은 아닐까? 요즘 웜톤, 쿨톤처럼 퍼스널 컬러 찾는 것이 유행인데 우리집 옷장은 확실한 웜톤인 듯.
그나저나 옷장 정리를 하다보니 엄마에게 더 늦기 전에 예쁜 옷을 입혀 드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엄마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과연 잘 찾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하면서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거라 믿는다. 내년 엄마 생신 때는 꼭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할머니로 변신시켜서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는 사진 선물해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