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고수 엄마와 초보 딸이 만나면 할 수 있는 요리
엄마가 몸이 많이 쇠약해진 탓에 살림에 완전 초보인 내가 요즘, 이리저리 엄마가 하던 집안 일을 어떻게든 대신 해 내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ㅜ
첫 술에 어찌 배부르랴…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파게티를 5분도 안 되어 뚝딱 해 내며 어깨를 으쓱 하고 있는데 엄마가 한참 스파게티 담긴 접시를 보다가 냉장고에서 꺼낸 채소를 얇게 썰어 살포시 위에 얹는다.
헐… 무미건조한 공장 음식이 훌륭한 수제 요리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오감만족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엄마가 평생 살림을 하시며 축적한 모든 노하우를 한꺼번에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파게티 말고도 요즘 놀라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번에 불도저처럼 모든 걸 해치우려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뭐든 조금씩 여러번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엄마의 살림 스타일이 너무 느려서 답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물을 항상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거나, 식사 후 남은 음식이 거의 없어 (정성껏 한 음식이라 그런지 몰라도) 음식물 쓰레기가 안 나온다거나, 설겆이 할 때 항상 끓는 물로 그릇들을 소독한다거나, 세탁물 분류를 오염 정도, 색깔, 재질 등으로 엄청 나눠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삼시세끼를 먹고 씻고 또 짓고 하다보면 하루가 눈깜짝할 새 훌쩍 지나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난한 과정을 쓱싹 인스턴트 음식 마냥 잘라내 버리기엔 공들인 시간들이 아까웠다.
예술 작품을 빚어내는 거장과 견줄 만큼 엄마의 살림은 보석 같았다. 지금은 찻잔만 들어도 손이 덜덜 떨리고, 폐의 많은 부분이 엑스레이 사진에서 하얗게 보일 만큼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는 상태지만 가족을 위하는 귀한 손길과 마음은 사그러들지 않고 불씨를 이어간다.
엄마가 옳다. (요즘 들어 문득 내가 맞고 엄마가 틀리다 생각하던 많은 일들에 부끄러움이 밀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