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망할뻔한 붙박이장

파란만장했던 붙박이장 이전 설치 이야기

by SWAN PD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용인에서 진천으로 이사하면서 안방 붙박이 장롱을 입구 방으로 옮겨 1522-0468(고객센터)에 다시 옮기는 작업을 하기로 선불드렸는데, 제가 85세 늙은이라 밤에 잠이 안 오고, 생각해 보니 현재 안방이 3미터 30cm이니 양쪽 기둥 다시 만들어 세우면 장롱이 3미터 기둥 15cm씩 양쪽 30cm 예쁘게 될 것 같아요.

기둥 값은 어디에 드릴까요?
엄마가 고객센터 전화하기 전 미리 써 놓은 글

이번 이사에서 골치아팠던 한 가지는 붙박이장이었다.

용인에서 처음 주문을 했던 붙박이장은 가로가 3미터 40cm였고, 진천은 이보다 10cm 짧은 3미터 30cm였다. 문제는 이삿짐 업체에서 안방으로 장을 옮길 수 없다고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직접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태라서 이삿짐 센터 분들을 믿고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 물었더니 입구 방에 넣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입구 방에 상하좌우 몰딩이 다 떼어진 상태로 덩그러니 3미터 장이 (좌측정렬로 우측 벽 쪽에 빈 공간이 ㅜ) 들어가 있었다. 장 본체에서 분리된 몰딩은 어디다 둘데가 마땅치 않아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버렸다. ‘이렇게 버릴 수 밖에 없나?‘ 본체와 한 세트였던 자재들이 아까웠지만 다시 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작은 방에 붙박이장이 있던 모습


이사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엄마가 갑자기 단어가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하면서 말을 잘 못 하신다. 입이 자꾸 마르고, 물도 짜다고 하시며 계속 시름시름 앓으시길래 ChatGPT에게 물어보니 뇌 혈류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알려준다. 아마 이사를 하면서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붙박이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신 모양이다.


결국 엄마는 이삿짐 센터에 전화를 해서 (원래 자리인) 안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붙박이장 회사에 다시 연락을 했다 하셨고, 불편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일부 금액을 환불 받으셨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통화가 어려운 고객센터에 단순 이전 설치가 아닌 없어진 몰딩을 추가 주문하는 것은 80대 노인에게는 힘든 숙제였다. 단순 이전 설치 선금 지불까지를 훌륭하게 해 내신 엄마는 거기서 탈진, 그 이후는 나와 동생이 알아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기존 자재가 품절이라 비슷한 색을 근처 매장에 가서 직접 확인 후 주문하고, 20cm 자재를 방 크기에 맞게 잘라내야 해서 가공비를 추가 입금하고, 배송과 설치 일정을 조정하고, 마지막으로 붙박이장을 들여놓을 빈 안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안방으로 붙박이장 옮길 때 위치 표시


우여곡절 끝에 설치를 다 끝내고 보니 또 다시 엄마가 옳았다. 좁은 입구 방에서 불쌍한 붙박이장이 붙박이가 아닌 채 망가진 장으로 지낼 수도 있었는데 까다로운 엄마 덕분에 제자리를 찾았다.


보기에 좋았다. 돈도 더 깨지고 몸도 마음도 다 고생은 했지만 예쁘게 설치된 붙박이장을 보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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