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차린 밥과 국은 무조건 행복입니다.
일만 하느라 정신 없던 시절.
밥을 해 먹는다는 것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일을 조금 덜 하고, 그 시간에 집밥을 해서 먹을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미 지난 일이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데, 그렇다면 예외 없이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교회를 정하고 나서, 새벽 기도와 주일 예배를 나간지 2주 정도 지났을까? 목사님이 집으로 한 번 찾아 오신다고 한다. ”수요일 10시쯤 어때요?“ 엄마가 아직 손님맞이를 할 엄두가 안 난다고 걱정스레 말하던 때와는 달리 “네, 그렇게 하시죠.“ 흔쾌히 약속을 잡으신다.
엄밀히 말해 흔쾌히 보다는 목사님의 천진난만 포스에 제안를 거절하지 못하고 정도가 맞으려나?
수요일로 목사님 오시는 날이 정해지자 그 날부터 엄만 메뉴를 생각하고, 바로 재료를 준비하신다.
생찹쌀가루를 구하려고, 온 동네 방앗간을 다 가봤지만 결국 다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들린 하나로마트에서 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찹쌀가루를 사는데 성공.
그걸로 동글동글 새알심을 만들어 팥죽에 넣으신단다.
수요일이 되자 팥죽이 잘 만들어졌는지 우리끼리 아침으로 먼저 맛을 보았다. 나는 너무 맛있었는데 엄마는 한 입 먹어보시더니 새알심이 조금 되다고 하신다. 더 질게 늘어지는 식감을 원하셨나보다. (하긴 질면 이가 안 좋은 아빠가 더 쉽게 드실 수 있겠는데? 혹시 엄마도 츤데레인거 아닌가? 살짝 의심해 봤다.)
9시 반쯤 두 분이 먼저 오셨고, 그 다음 한 분이 오셨다.
이제 목사님만 오시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래 네 분 정도 오실거라 예상했다.) 벨이 울리고, 집으로 세 분이 더 들어오셨다. 모두 여섯 명이었다.
이렇게 대규모 손님이 집으로 찾아오시다니…!!!
다행히 팥죽과 물김치를 준비했던지라 양을 인원 수에 맞게 조금씩 조절해 나누니 모자르지 않고, 모두 흡족하게 잘 드시고도 몇 그릇이 남았다.
우연히 목사님이 선물로 주고 가신 그림에도 밥과 국이 ‘행복‘이라는 글자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인생 별 거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