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는 무슨 색일까

팔순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

by SWAN PD

크리스마스 이브하고도 밤 9시가 다 되어 가는 지금, 문득 오늘을 특별하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흠칫 놀랐다.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함께 먹는 특별한 음식도 선물도 캐롤도 케이크도 올해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냉장고에 있던 남은 호박팥죽, 소고기무웃국, 시리얼과 우유로 삼시세끼를 소박하게 해결하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드라마와 영화를 하루종일 같이 봤다.

엄마는 피곤한지 초반에 좀 보시다 이내 잠이 드신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크리스마스 같지 않다.

내일 교회에서 성탄절 축하 예배를 드리면 어느 정도 크리스마스라는 기분이 들까?

휴대폰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때 사진을 스크롤해서 본다. 올해는 그동안 항상 함께 했던 마크 대신 부모님과 동생이 곁에 있다. 마크가 있는 동탄과 내가 있는 진천은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기만 하다.


그저 기도를 할 뿐이다.

올해는 블루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는 마크 곁에도 부디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 때 통닭을 사가지고 오셨던 따뜻한 아버님 같은 분이 안전하게 함께 하기를…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아빠 지인이 매년 보내주시는 2026년 다이어리들로 동생이 트리를 만들어 반짝이는 전구들로 장식을 해 놓으니 제법 기분이 났다.

센스있는 동생 덕분에 평범했던 부모님과의 잿빛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채로운 무지개빛으로 변했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하지 않다고 그게 그렇게 이상하게 여길 일인가? 일상이 특별해도 이상할 건 없잖아?

이제는 특별한 날을 더 이상 특별하다 여기지 않기로 하면 어떨까? 어찌 보면 내게 남은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적다고 볼 수 있는데 하루라도 값지게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날을 보내고 싶다.


얼마 전 엄청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멋져서 아직도 그 잔상이 많이 남았다. 애쉬그레이로 탈색을 했다는데 우아한 성숙미가 물씬 풍겼다. 탈색은 시도해 보고 싶지 않지만, 컬러는 정말 탐났다.


노년에 한번쯤 따라하고픈 애쉬그레이 탈색 머리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래서 애쉬그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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