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찍어본 가족의 뒷모습, 오늘도 감사한 하루
성탄절 축하 예배를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앞서 가는 가족의 뒷모습을 찍어둔다.
아빠, 엄마, 동생 모두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아직은 혼자서 잘 걸어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진천에 오기 전과 후가 어디서 가장 차이가 많이 날까 생각해 봤다. 이리저리 머릿 속이 복잡해도 삼시세끼 만큼은 명료하게 챙겨먹는 것? 먹고사니즘이라고 하는 말이 그래서 더 이상 나랑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로 요즘처럼 삼시세끼를 열심히 챙겨 먹은 적은 없었다.
신기한 것은 마치 칸트처럼 정확한 아빠의 루틴이다.
매일 같은 시간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시계를 맞췄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아빠가 그렇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나타나신다.
밥 생각이 없어도 상을 차리고, 뭐든 먹어야 한다.
처음에는 아빠의 삼시세끼를 매번 준비해 드려야 하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어떻게든 간단한 메뉴로 전체적인 식단을 바꿔보려 했으나…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밥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빵이나 면 같은 분식류 식사에 영 적응을 못하시기도 했고,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가 너무 싸고 좋은데 이런 걸 안 먹으면 뭘 먹냐며 집밥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너무도 완강하셨다.
그래도 가끔 외식을 하자고 할 때 은근 거부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매일 삼시세끼 집밥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결론을 (매우 지혜롭게도) 내리신 듯 했다.
아빠의 칸트식 루틴과 완벽주의 살림 고수 엄마, 살림 초보 딸 둘이 어설픈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혔다 화해한다.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처음이라 그런지 초보에겐 막막한 여정이다.
내일 아침은 또 뭘 먹어야 하나?
엄마에게 물어보면 미리 고민하지 말고, 내일 냉장고를 보고 정하면 된다고만 하신다. (흠… 즉흥적이시네…)
나는 여태까지 mbti가 INTP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랑 같이 있다보니 점점 INTJ가 아닐까 싶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즐겨야 하는데 항상 궁금하기만 하다. 과연 엄마는 내일 어떤 메뉴를 준비하실까?
아직 그렇다할 솔루션을 체득하지 못했는데, 삼시세끼 말고도 첩첩산중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더미다.
그래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뭘 먹을까?”
나이가 드니 점점 기초가 중요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