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낯선 경험은 끝이 없을까

처음엔 두려움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그저 담담할 뿐

by SWAN PD

지난 달 12일부터 옥천에 위치한 아파트 분양사무실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혹자는 분양상담 일을 한다 하면 뭔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선택하는 마지막 직업 아니냐고, (주변에서 들었던) 걱정 어린 말을 부지런히 전해 준다.


맞다. 우린 절박하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래서 뭐든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 보기로 했다.

부모님 집을 알아보다 우연히 알게 된 (분양상담 일을 20년 넘게 하고 계신) 팀장님과 부장님 두 분의 권유로 대전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새로운 분양상담사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치 여행을 온 듯 낯설었지만 설레임도 존재했다.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앞섰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6개월은 버텨보자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첫째 날, 숙소를 구했다.

대전에 구한 숙소는 4층 짜리 빌라였는데 동네가 조용하고 내부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바로 계약을 했다.

출퇴근하기도 좋고, 주인 분도 좋고, 단기로 계약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좋았는데 보일러가 고장난 줄 모르고 다이소에서 산 핫팩으로 몸을 덥히며 지낸 며칠이 너무 바보 같았다. 보일러 온도가 보이는 패널에 온도 숫자 대신 Uo라는 문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 난방도 온수도 안 나왔는데 보일러 고장이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것이었다. 인터넷 연결 때문에 잠시 들리셨다가 보일러가 고장인 걸 알게 된 주인은 어떻게 이 추운 날씨에 그러고 있었냐며 심히 놀란 눈치다 ㅜ

다행히 주인과 오랜 친분이 있어 보이는 보일러 전문가 분이 빠르게 방문을 해 주셨고, 집은 곧 따뜻해 졌다.


수많은 휴대폰 매장 중 가장 끌렸던 곳으로 © markcfoto


둘째 날, 새로운 전화번호가 생겼다.

분양상담 일을 시작하며 겪은 가장 큰 변화였다.

업무용 전화번호가 따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일을 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내 번호를 알 필요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번호가 하나여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분양상담 일은 내 전화번호를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많이많이 알릴수록 계약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사적인 번호와 함께 쓰기에 이 일은 너무도 외향적이고, 능동적이고, 개방적이었다. 모르겠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010-2559-1151
요구(르트와) 매일 (올리브)오일


2559와 2259, 1151과 1511이 계속 헷갈려서 처음에 실수도 많이 했다. (새로운 번호가 어느 정도 익숙해 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 일부러 번호를 고를 때 잘 외워지지 않을까 싶어 같은 번호가 연달아 있는 걸 선택했는데 의외로 비슷한 번호끼리 뭐가 더 맞는지 잘 모르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내 번호를 틀리지 않고 잘 외울 수 있도록 고민을 한참 하다가, 발음 나는대로 ”요구르트와 매일 올리브 오일“ 이렇게 아침 루틴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아이템들로 숫자를 매칭시켜보니 훨씬 번호가 잘 기억났다.


전단지, 스탬프, 스티커, 유튜브, 블로그, 홈페이지 등 모든 매체에 노출되는 업무용 전화번호가 생기니 마치 지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느낌이다.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분양상담 홈페이지


이제 다음 주면 옥천에 온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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