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수 크게

기다리면 맞을 줄 알았다.

by 이쑤

중학교 때 교복을 맞추던 날,

엄마 손에 이끌려 간 곳은 학교 앞 교복집이었다.

우리 때는 교복에도 브랜드가 있어서

브랜드 교복과 아닌 교복으로 나뉘었다.


사실 브랜드 교복이라고 해서

겉모양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켓이나 블라우스에 살짝씩 보이던 친구의 교복과는 다른로고 부분이 유독 눈에 거슬리긴 했다.

어른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선택이

그때의 나에겐 이유 없는 비교처럼 느껴졌고,

담담하게 넘기기엔 너무 또렷했다.


엄마는 내가 입어본 자켓보다

한 치수, 아니 그보다 더 큰 옷을 찾아 입혔다.

나는 거울 앞에서 팔을 접어보고,

치마도 허리춤을 한 번 더 접어 올려 입어야 했다.

블라우스나 치마는 그래도 가려지기라도 했지만,

자켓은 가장 눈에 띄는 옷인데도

엄마는 “곧 크면 맞아”라며 말했다

그날 흘러내리는 자켓의 어깨선만큼이나

교복을 맞추는 내내 내 마음도 함께 내려가 있었다.


언젠가는 맞겠지, 하고 입었던 시간은

결국 한 번도 오지 않은 채로 지나갔다.


엄마는 오빠네 아기가 백일이라며

옷을 하나 사두라고 했다.

세 달 된 아기에게 줄 거라

6개월 아기용 사이즈를 골랐는데,

작다며 바꾸라고 난리다.


그때 문득 알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항상 ‘조금 더 큰 것’을 준비하는 일이지만,

성장은 늘 우리의 계산보다 빠르거나 느리다는 걸.


나는 끝내 맞지 않는 큰 교복을 입고 자랐고,

황달로 누렇던 조카는 이미 걱정을 앞질러 잘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