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초 짧은 연애를 마치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감정도 정리되고 나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재미있어지면서 심리 검사를 받았다. TCI와 문장검사를 통해 내가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성향인지 알아보았다. 사실 검사만 받고 상담까지는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상담을 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벼운 기대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2회차까지 받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꽤나 만족스럽다.
일단 온전히 나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는 원래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 무슨 고민이 있거나 어떤 특정한 생각들이 막 들 때에도 딱히 그것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두렵고 나와 어떤 식으로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굳이 나의 사소하고 긴밀한 부분까지 아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에 가면 나의 고민과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말 깊게 파볼 수 있다. 애초에 이 대화의 목적은 '나'의 내면을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고민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다. 상담사분께서 정말 다양한 주제로 심도 깊은 질문들을 해주시는데 그런 질문들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그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진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상담을 하고 나면 드는 은근한 후련함이 좋다.
심리 검사와 2회차 상담까지 하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것이 있는데 나는 '나'라는 자아가 강하고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다. 이 말은 곧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에 대해서 들으니 더 명확해졌다. 나는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어떤 회사가 되었든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보다 조직의 이익 그리고 대부분 윗사람들의 입맛을 가장 많이 반영하게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많지 않다. 특히 지금의 회사는 더 그렇다. 무엇이든 본인들의 의견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고 그 일들을 결국 우리 팀에 넘기는 사업팀부터 디테일에 너무 집착해서 똑같은 일을 여러 방식으로 정리하게 하는 팀장님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 상황이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과 맞지 않는 환경이라는 것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한 달간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새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꽤나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람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향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으나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관계 이상향과 현실에 대한 괴리가 존재하고 그 괴리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종종 스스로를 고립시키고는 했다. 작년에는 운동을 통해 편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었는데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타인과의 관계에 쓸지 아니면 나에게 쓸지를 항상 결정해야 하는데 작년과 올해 초까지의 나는 그 모든 에너지를 타인에게 쏟았다면 지금은 나 스스로에게 쏟고 있는 상황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퇴근 후의 시간을 모두 나에게 투자해도 하루가 모자라기 때문에 타인에게 쏟을 에너지가 없다. 대체로 이런 나의 생활에 큰 불만이 없다가도 가끔은 사람들과 왁자지껄 놀았던 근 몇 개월간의 순간들이 그립다. 지금은 나의 내실을 다질 시기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갈망하는 그런 양가적인 감정으로부터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관계를 막 시작하기에는 나는 타인에 대한 수줍음이 높기 때문에 쉽게 시작하기 어렵다. 이런 나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상담을 통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나의 약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이해했는데 무의식적으로는 아직도 나 스스로에 대해 불만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머리로만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약점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