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에 도전하다

첫 2주간의 기록. 무엇인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by 리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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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전주 여행 중 우연히 들린 독립서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독립 출판물을 보았다.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근자감이 피어올랐다. 그러던 중 책방연희에서 열리는 독립출판 클래스를 알게 되었고 냅따 신청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독립출판 도전기!


7월부터 매주 화요일 6주 동안 진행하는 클래스로 이제 막 2주가 지났다. 퇴근하고 거의 1시간 20분 거리를 걸려 가서 강의를 듣고 집에 오면 거의 10시가 다 된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설렌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오는 설렘이 굉장히 오랜만이라 재미있다. 일단 나는 주제만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아무런 원고도 없던 상태였다. 어찌 되었든 6주 후에는 책이 무조건 나온다는 선생님의 무시무시한 말은 결국에는 내가 그만큼 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예고였다. 실제로 2주간 원고 작업부터 판형, 표지, 교정교열까지 꽤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시작이었지만 무엇인가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진짜 독립출판이란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주제부터 목차, 표지 디자인, 심지어 책 판형까지 작가의 개성을 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정말 고민의 끝이 없다. 다 정한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 보면 별로인 것 같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근데 그 과정이 나쁘지 않다. 이건 내거고 내가 하는 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거니까. 그 누구도 나에게 이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훼방 놓는 사람이 없다. 주변에서 피드백은 줄 수 있을 뿐 그것들을 반영할지 말지에 대한 최종 선택권은 결국 나에게 있으니까.


독립출판은 쉽게 정리하자면 크게 정하기 파트와 만들기 파트가 있다. 정하기는 책의 뼈대가 되는 주제, 목차 그리고 판형을 정하는 것. 그리고 만들기는 원고 작성부터 표지 디자인, 실제 포토샵과 인디자인을 통해 책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둘 다 만만치 않다. 정하기에는 선택의 압박이, 만들기에는 창작의 고통이 따른다. 나의 정하기와 만들기의 현 상황이다.


[정하기]

1. 주제 정하기: 올해 30살이 되면서 정말 다양한 일을 겪고 여러 감정을 경험했는데 그러한 경험 속에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고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는 목적으로 주제는 크게 '30살의 나의 기록'이 되었다. 30살부터 꾸준히 매년마다 시리즈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2. 제목 및 목차 정하기: 제목은 30살 혹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목으로서 '30살'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길 바랐고 약간은 위트 있는 느낌을 생각하고 있었어서 아니, 내가 벌써 30살이라고?로 결정했다.


목차는 내가 적어두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적고 싶은 대략적인 주제들을 정했고 그를 바탕으로 크게 관계, 나에 대한 생각, 커리어 3가지 대분류로 나누어서 작성하였다.


3. 판형 정하기: 사진 에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작고 가벼운 느낌을 원했다. 원래는 중철제본으로 노트 같은 형태로 제작하려고 했으나 중철 제본은 최대 48페이지라고 하여 페이지에 제약이 있을 것 같아 '아무튼 시리즈'의 판형인 110mmx178mm로 결정했다.


[만들기]

4. 원고 작성: 본문 원고 작성의 시작이다. 주제를 잡고 그에 대한 생각을 쭈르륵 적어나가는 과정이다. 어떤 주제는 생각이 잘 나서 글이 금방 채워지는 반면에 어떤 주제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오래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상황이던 일단 한 번 쭈르륵 적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중에 교정교열을 진행할 터이니 우선은 1차 초고를 완성해 놓아야 창작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본문 원고뿐만 아니라 앞뒤의 책날개와 뒷 표지에 어떤 글을 넣을지도 고민해야 했다. 대부분 앞 날개에는 작가 소개를 넣기 때문에 정말 간단하게 나에 대해서 작성하였고, 뒷날개에는 세상의 모든 30살들을 응원하는 멘트를, 뒷 표지에는 본문에서 나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을 발췌하여 넣기로 하였다.


5. 표지 디자인: 나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을 잡아야 한다. 사실 디자인이나 그림에 대한 미감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가장 어려웠다. 아이디어는 어찌저찌 생각이 났으나 이를 실제 그림으로 그려보니 너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이걸 어떻게 잘 다듬을 수 있을지 선생님과 논의를 해봐야겠다.


나는 본캐가 게임 마케터이기 때문에 30살이라는 것을 인생 퀘스트의 한 레벨이라고 설정하여 지금 그 레벨을 깨 내가는 중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표지를 그리기로 하였다.


6. 포토샵으로 사진 출력용 형태로 변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그대로 출력하게 되면 색감도 차이가 나고 무조건 깨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포토샵을 통해 RGB -> CMYK로 이미지 모드를 변경하고 채도 조정, 이미지 사이즈를 조정하여 출력용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 작업이기 때문에 생각을 비우면서 진행하기 좋았다.


7. 인디자인에 얹히기: 이렇게 대략적으로 준비된 원고와 사진을 인디자인에 조판하는 작업이 있다. 여기서 어떤 서체를 활용할지 글과 사진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심플하게 글과 그 글에 상응하는 사진을 마지막에 배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도 나름 생각 비우고 하기 좋아서 쉽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원고가 수정되고 추가됨에 따라 인디자인 조판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신기하게 무엇인가가 되어가고 있다. 타이트한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는 나 자신이 나름 뿌듯하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선생님이 한 60-70%의 완벽함을 목표로 하라고 했단 말이야. 그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8월에 샘플북이 나오면 그걸 보고 수정과 원고 추가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는 출간을 해보고 싶다. 나의 원대한 꿈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떻게 지나 나의 글이 나올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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