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by 리썬

완벽한 계획이 있는 하루였다. 퇴근하고 요가원까지 가는데 넉넉잡고 1시간 10분. 심지어 조금 시간이 지연될 것까지 계산해서 1시간 20분 전에 회사를 나섰다. 수업 시간 30분 전에 지하철역까지 도착을 했고 버스로 갈아타는 곳에 서 있었다. 네이버 지도는 나에게 다양한 버스 번호 선택지를 보여줬고 그 중 하나가 운 좋게 바로 도착했다. 오늘 아주 착착 들어맞는구먼. 뿌듯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근데 뭔가 석연찮았다. 분명 이 버스 저번에 탔을 때는 요가원 쪽이 아니라 다시 강을 건너가는 루트였던 것 같단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요가원이 있는 직진이 아닌 우회전을 해버렸고 그대로 강을 건너고 말았다. 젠장. 늦으면 수강권 하나가 날아가는 거란 말이야.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저번에도 이 버스 잘못 타서 강을 건넜는데 나는 왜 바보같이 그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했을까.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는 실망감과 시간이 없다는 촉박함이 나를 휘감아버렸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나 스스로에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렇게 화가 잔뜩 난 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저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강을 배경으로 빨간 해가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 최근에 본 일몰 중 가장 예쁜 일몰이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버스를 잘못 타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을 보지 못했겠지?


너무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그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해 놓친 아름다움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처럼 가끔은 예상하지 못한 실수로부터 새로운 즐거움이 나타나기도 하는 거다. 목표를 향해 완벽하게 나아가려고 너무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고 어느 정도의 실수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요가도 다행히 앞 수업이 늦어져서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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