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위한 디자인 [도서]

[Review] 판을 읽는 힘과 실행하는 용기에 대하여

by 소네클로시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업무를 그 프레임 안에 넣어 빠르게 정렬한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금 논의의 초점이 어디인지, 어떤 선택지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유난히 빠르다. 그 결과물은 종종 ‘모범답안’과 가깝게 느껴진다. 주변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 소문이 나고, 자연스레 존경하고 자꾸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계신지 보게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늘 궁금했다. 저 프레임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걸까. 3년차 주니어로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의 분위기나 업무의 판을 읽어야 하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그런데 그때마다 감각에만 의존해 눈치를 보며 대응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바로 여기서 ‘판을 읽는 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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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위한 디자인>



판을 읽는 힘은 감각이 아니라 훈련이다


저자는 판을 읽는 힘을 단순한 눈치나 경험치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전문성과 도메인이 결합된 결과이며, 반복을 통해 강화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제시하는 과정은 꽤 구체적이다. 관찰의 층위를 높이고, 언어 뒤에 숨은 신호를 포착하며, 이해관계의 지도를 그린다. 흐름과 타이밍을 읽고, 추상화와 구조화를 훈련하며, 연결의 직관과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메타인지 상태에서 케이스 리뷰로 반복한다.

판은 전문성과 도메인의 합이다.
첫째, 관찰의 층위를 높인다.
둘째, 언어 뒤의 신호를 포착한다.
셋째, 이해관계의 지도를 그린다.
넷째, 흐름과 타이밍을 읽는다.
다섯째, 추상화와 구조화를 훈련한다.
여섯째, 연결의 직관과 시뮬레이션을 한다.
일곱째, 메타인지를 유지한다.
여덟째, 케이스 리뷰를 반복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회사에서 회의나 업무 논의가 왜 종종 막연하게 느껴졌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나는 그동안 판을 읽으려 하면서도, 체계 없이 감각에만 의존해왔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방식은 “잘 봐라”가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설명에 가깝다. 판을 읽는 힘은 센스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훈련 가능한 사고 과정이라는 점이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추상화와 구조화에 대한 설명이다. 추상화는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지금 다루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아보는 행위에 가깝다. 회의 중에 지금 주제가 무엇인지, 이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의식적으로 정리해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의 경험과 지식에 대응시켜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 과정이 구조화다. 이 두 가지가 반복될수록, 업무의 판은 점점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 판단의 책임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AI 시대의 사고 훈련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는 AI가 만들어낸 요약이나 결과물을 정답처럼 소비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의심하고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이 일의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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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회사에서 AI 툴을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경계하게 되는 것은 거짓말과 확증편향이다. 내가 던진 질문의 방향에 맞춰, 그럴듯한 주장만 모아 제시하거나 과장된 결론을 내놓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객관적인 판단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 책은 그래서 AI를 ‘대신 생각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검증하는 도구’로 위치시킨다. 선택을 대신 맡기는 순간, 일의 책임도 함께 넘겨버리게 된다. 반대로 결과를 의심하고 점검하는 사고의 관성을 유지할 때, 비로소 도구는 도구로 기능한다. 이 태도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점점 더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완벽한 계획보다 함부로 실행하는 용기


마지막으로 가장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메시지는 ‘함부로 실행하는 용기’였다. 완벽한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기보다, 다소 서툴고 무심하더라도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요즘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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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계획은 언제든 무력해질 수 있다. 방향 자체가 틀려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럴수록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가진 정보와 판단을 바탕으로 일단 움직여보는 것이다. 실행을 통해 얻는 피드백만이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계획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3년차 주니어로서 나는 종종 망설인다. 이 선택이 맞을지,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닐지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도 많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담대하게 나아가 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행은 실패를 동반할 수 있지만, 실행하지 않는 상태는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디자인 책이라기보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 방식에 대한 책에 가깝다. 판을 읽는 힘은 감각이나 경력이 아니라, 관찰과 구조화, 메타인지와 리뷰를 통해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현실적인 위로와 동시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회사라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일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직장인에게 충분히 공감할 만한 메시지가 많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 소개 문장이 오래 남는다.

사람과 기술, 브랜드와 맥락을 연결하는 디자인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

자신을 이렇게 명료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 전문성도, 도메인도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박혔다. 언젠가 나도, 나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고 훈련을, 이 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 직장인 특히 주니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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