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Sheets of Sound

[Review] ‘Sheets of Sound’로 만난 재즈의 밀도

by 소네클로시

2025년의 마지막 날, 동생과 함께 성수아트홀을 찾았다. 재즈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것을 취미로 삼아온 입장에서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Plays Sheets of Sound’는 한 해의 끝을 차분히 정리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특히 최근에는 재즈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말 공연을 넘어 ‘재즈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인적인 정의를 새롭게 세우게 만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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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곡(Re-composition)으로 만난 재즈의 본질


이번 공연은 존 콜트레인을 비롯한 재즈사적 거장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는 이를 단순히 편곡해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재작곡(Re-composition)’이라 명명한 방식으로 원곡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즉, 익숙한 멜로디를 재현하기보다는 원곡이 가진 구조와 에너지를 새로운 형태의 오케스트럴 재즈로 다시 만들어내는 접근이다.


흥미로운 점은 원곡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음악을 비교하기보다는 경험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복잡하면서도 단단하게 응집되어 있었다. 불협화음으로 느껴질 법한 수많은 음들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그 질서와 밀도 자체가 참 신기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저 악기들이 각자의 음을 내는 것을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 폭발적인 힘으로 만들 수 있는지, 나의 머리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현실로 만든 작곡가와 편곡가, 연주가에게 큰 대단함과 존경을 느꼈다.



낯선 악기 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앙상블


공연장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 위 악기들의 라인업이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사이에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이질적인 악기들이 과연 조화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공연 시작 전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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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그 의문은 곧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각 악기가 지닌 음역과 질감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오히려 빈 공간을 채우며 화음을 만들어냈다. 어떤 순간에는 지금 들리는 주된 소리가 어느 악기인지 따라가 보게 되었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었다. 낯섦은 곧 집중으로, 집중은 곧 몰입으로 이어졌다.



복잡하지만 불협하지 않은 ‘Sheets of Sound’


‘Sheets of Sound’라는 개념은 존 콜트레인의 연주 스타일을 설명하는 용어로, 밀도 높은 음의 연속을 의미한다. 실제로 공연에서 들은 음악은 한 겹 한 겹 소리가 쌓여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음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공간을 채우지만, 그 안에서 혼란보다는 질서가 먼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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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험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겼다. 집에 돌아가 원곡들을 하나씩 찾아 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음악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재즈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도, 이 공연은 재즈가 얼마나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구조를 지닌 음악인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소리의 밀도와 여백, 재즈의 또 다른 매력


이번 공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들은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울려 퍼질 때보다, 오히려 몇 개의 악기만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면들이었다. 일렉 기타의 선율 위로 플루트의 유려한 음색이 더해지는 순간, 혹은 일정한 피아노 리듬 위에 색소폰과 기타가 얹히는 장면들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강한 몰입을 만들어냈다. 재즈가 가진 힘은 반드시 큰 소리나 화려한 편성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공연을 통해 실감했다. 최소한의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고, 그 여백마저 음악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재즈는 매우 섬세한 장르라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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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 Plays Sheets of Sound’는 한 해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 더없이 차분하고도 깊이 있는 공연이었다. 잘 알지 못했던 재즈라는 장르를 통해 오히려 음악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고, 공연이 주는 집중과 몰입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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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어떻게 보냈든, 그 시작과 끝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1년의 인상은 달라진다. 공연을 통해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이 밤의 기억은 2025년을 좋은 감정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중요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며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들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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