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의 철학 여행 [도서]

[Review] 사유의 길라잡이 - 이언의 철학 여행 [도서]

by 소네클로시


나에게 철학은 다소 먼 주제이다. 나에게 가장 철학이 삶에 가까웠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수능 사회탐구 과목으로 선택했던 '생활과 윤리'를 공부하던 때이다.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 때 급하게 배우고 공부했던 것이라 철학을 배운 것이 아니라 그저 점수를 잘 맞기 위한 암기를 한 것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일타 강사이신 '이지영' 선생님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여러 딜레마 상황과 철학자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대학교 때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학능력시험 사회 탐구에서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해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하고 그 관심도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전공과도 거리가 먼 철학은 관심 밖 영역이 되었다.


그래도 누구나 어떤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고심하며 이에 대한 해설을 듣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 정도의 얄팍한 관심은 있었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이 얕은 관심에서 나에 대한 고민과 세상에 대한 탐구심을 꺼내주었다.









%ED%8F%89%EB%A9%B4.jpg?type=w1


<이언의 철학 여행>



이언의 여행 여정


20210105153538_mtphssei.png


평범한 청소년인 이언은 어떤 노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실일지도 모르는 꿈에서, 혹은 꿈일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그는 노인의 질문에 대답을 얼버무리기도 하고, 당당하게 대답하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게 노인과 나눴던 대화를 말씀드린다. 부모님은 이언이 막혔던 질문과 궁금했던 점들을 명쾌히 해소해준다. 그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기특한 눈빛으로 이언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숨기고 대화를 황급히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집을 나와 이언은 제프와 같은 절친과 함께 이야기하며 그동안 깨달은 점들을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고 상황을 대처해나간다.



노인은 이언에게 총 13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질문을 던진다. 이언은 노인의 지도 아래, 어떠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고 선택을 조작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이 세상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언은 순간순간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반문하는 노인의 질문에 막혀버린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이 옳은가, 저 인물의 선택이 합당한 것인가, 등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심오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주석을 통해 기본적인 참고사항을 읽다 보면 나도 이언이 되어 이 철학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나와 이언


노인과 이언의 대화, 부모님과 이언의 대화를 읽다 보면, 이언과 나를 동일시하게 된다. 현실의 나는 이언보다 생각이 짧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노인의 허를 찌르는 여러 질문에 정신이 쏙 빠져버리는 건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A인데, 저렇게 보면 B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연결되니 지금 읽는 책이 소설인지, 철학서인지도 헷갈리고 이 이야기들이 현실과 멀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워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도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었던 확실한 경험은 그동안 얼버무리고 지나갔던 화제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껏 너무 어렵다고 느껴져 생각을 포기하고 넘어갔던 주제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210105154033_wfayyfog.jpg


나의 생활과 가까운 지식, 과학부터 다소 멀게 느껴지는 신과 악, 자유의지까지 넘나드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유익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생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 책 속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읽고 주인공의 대사와 생각이 곧 나의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큰 반문 없이 책을 읽는 터라 노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언이 곧 내가 되어 주눅 들기도 했고 이언이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에 감탄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독창적 의견을 내기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는 조용한 나였기에 더더욱 이러한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가지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나만의 대답


하지만 이 책이 독자에게 원하는 건 이언의 생각에 따라 독자가 그대로 좌지우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노인의 질문에 스스로 자신만의 대답을 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했지만, 이언이 아닌 현실 속 내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천천히 되물어보는 연습을 했다. 역시 쉽지는 않았고, 아직도 제대로 확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들도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오래 내 책상에 꽂아두고 볼 것 같다. <더 깊은 질문들>이라는 마지막 챕터에서는 그동안 내가 생각해보기 꺼렸던 분야의 질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겨울은 이에 대한 나만의 답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철학이 모든 분야, 학문의 깊은 뿌리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13가지 주제의 챕터를 읽으면서 여러 고전 문학 작품들이 떠올랐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철학에 대해 사유하지도 않고, 제대로 알아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읽었기 때문에 작품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깨달음과 모습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읽으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뜻깊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는 게 이번 겨울의 목표가 되었다.


20210105154249_hoemwvlq.jpg


세상의 존재하는 과학, 이기심, 자유의지, 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가는 이언을 보며 이에 대해 논쟁하는 여러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게끔 자리를 만드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논문 '대심문관'을 쓴 이반과 함께 이언이 신과 자유의지에 대해 논쟁하고, 톨스토이와 이언이 전쟁과 사회체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댔다. 그들이 탄생시키는 대화 하나하나를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고전에 대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작가들에 대한 연구도 찾아보고, 철학에 대해서도 깊게 공부를 한다면,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유명한 철학자들과 고전 작품 속 등장인물이 서로 만나 논쟁하는 하룻밤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이언의 철학 여행>을 읽고 생각나는 점들을 써 내려가다 보니,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유독 이루고 싶은 일들이나 소망이 많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독자의 행동을 유발하는 책은 흔치 않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이 참 소중하다. 철학은 심오한 배움과 가르침이라고 느껴 어렵게 다가왔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그동안 내가 생각하기를 미뤄왔던 주제에 대해 쉽고도 친절하게 풀어주었다. 어려워 보이는 화제에 대해 노인과 이언의 대화를 지도 삼아, 한 번쯤은 기분 좋은 머리 아픔과 함께 나만의 의견을 가져보면서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1602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