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루하지 않은 변화의 예술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건, 정형화된 갤러리의 고요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주되고 움직이는 에너지였다. 벽면에는 작가들의 포스터와 낙서, 작업의 흔적들이 켜켜이 붙어 있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의 대화와 음악,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소리가 뒤섞여 흘렀다.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혼란스러움이 오히려 <어반브레이크 2025> 전시의 매력이었다. 마치 한 번의 방문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계속 변화하는 현장 속에 들어왔다.
전시장 곳곳에는 각기 다른 아티스트들의 포스터와 이미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단순히 이름이나 작품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이 압축된 시각적 언어들이었다. 어떤 포스터는 대담한 타이포그래피와 강렬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또 다른 포스터는 연필로 그린 섬세한 드로잉 위에 짧은 문장을 얹어, 시와 그림 사이 어딘가를 걸었다. 이런 포스터들은 서로의 개성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한 벽면 안에서 묘하게 어우러져,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집합적 캔버스로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개성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여러 장르의 음악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거리 축제 같았다. 관람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포스터를 하나하나 읽거나 촬영했는데, 그 모습조차도 전시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각자의 개성이 곧 전시의 주제와 맞물려, ‘지루하지 않은 예술’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탈을 쓴 퍼포먼스였다. 그들은 단순히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조형물 사이를 걸으며 천천히, 때로는 느릿하게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어떤 순간에는 전시장 위쪽 구조물에서 움직이며, 마치 관객이 아닌 ‘공간’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탈과 몸짓에서 전해지는 이질감과 매혹이 묘하게 섞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또 한쪽에서는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고, 크루들이 모여들어 즉흥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춤은 안무가 정해진 공연이 아니라,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되는 움직임이었다. 관객 중 몇몇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고, 춤추는 이들과 지켜보는 이들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짧지만 강렬한 순간은 마치 전시의 테마를 몸으로 체현한 듯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작가가 실시간으로 캔버스에 드로잉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펜 끝에서 선이 태어나고, 그 선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그 어떤 완성작보다 생생했다. 관객은 단순히 ‘결과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과정’ 속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장면이 겹쳐지며, 전시는 그저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현장이었다.
각 부스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였다. 어떤 부스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주인공이었다. 둥글둥글한 선과 발랄한 색감, 유머러스한 표정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 부스를 지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등장했다. 거대한 도시의 파편들이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충돌하고 섞이며,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부스는 완전히 속도를 늦추고, 자연의 고요함을 담아냈다. 나무, 물, 하늘, 그리고 바람의 질감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과 청각까지 자극하는 듯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개성들이 한 전시장 안에서 어우러지면서, 관객은 단일한 ‘전시 경험’이 아니라, 매 순간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전시의 대표 문구, 였다. 이는 단순한 선언문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증명되고 있었다. 포스터에서, 퍼포먼스에서, 드로잉에서, 그리고 각 부스의 개성 속에서, 예술은 더 이상 정적인 그림이나 조형물에 머물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흥미롭고 생생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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