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뭐 먹지?
아유 저런~ 고개가 자꾸만 숙어지며 극단의 피로가 몰려드는데 저 깻잎 전쟁은 끝나가지 않은 채 또 저녁이라니.
오늘은 오랜만에 성당의 새벽 해설이다. 그동안 지독한 기침감기로 겨우 당번 때마다 독서만을 하면서 지냈는데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지만, 예정대로 해설해보기로 한다. 무난히 시작은 했으나 목이 근질거리면서 도중에 마이크를 의식하며 캑캑거리다 겨우 마치다.
집에 와서 어제 주문해놓은 붕장어 내 마리중 한 마리는 구이용으로 따로 놓아두고 나머지는 물을 넉넉히 붓고 불을 때다. 요가 가야 하는 시간이어서 요플레로 아침을 때운다. 병에 담은 술 선물을 포장하여 쇼핑백에 담아 편지도 한 장 써서 요가방으로 출발한다. 나의 전통주가 어쩌면 요가선생님만은 선물대상자로 제격일 듯 하여서다. 한 시간동안 몸을 풀고 나니 개운하다.
집에 돌아와 푹 물러진 붕장어를 머리와 뼈만 골라 믹서기에 곱게 갈아 체에 받혀 뼈를 골라내다. 살도 한번 살짝 돌려서 육수를 만든다움 양념장을 만들어 시래기에 버물여 육수와 함께 끓이다. 여기에 고추 죽순 양파 버섯 등 야채를 넣어 간을 하고 푹 고아내면 장어탕이 완성이다. 점심으로 한 그릇 그득히.
두시에 시작하는 수영반에 가야 한다. 가는길에 도서관에서의 몇장의 출력물을 위해 usb를 챙긴다. 날이 더워질수록 수영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그제 왜 안 나왔어?“하고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소속감이랄까. 그리고 오늘 독서, 해설 좋았어~하시는 성당 교우님들도 만날 수 있다. 씻고나서 카운터에 프린터기를 쓸 수 있느냐 하니 그런 서비스는 없다고 한다. 젠장. 길건너 미삼까지란 말인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여기는 도서관이 아닌가. 도서관에서는 복사와 출력서비스가 없을리 없지. 1층 가서 또 묻다. 2층 가세요. OK.
집에 돌아와 보니 주문해 둔 깻잎이 도착해 있다. 호기롭게도 ”깻잎장아찌와 깻잎찜 그리고 생 깻잎 장을 하리라“ 씻는 거부터 난관이다, 씻었다. 물을 빼서 장아찌용 양념을 끓인다. 식힌다. 맞는 용기를 찾아서 재운다. 이제는 생 깻잎 장. 양념을 만들다. 켜켜이 재운다. 레인지에 한 바퀴 돌리다. 다음은 찜. 생전의 어머님이 잘하셔서 우리 집 최애 반찬이다. 켜켜이 도리뱅뱅으로 깻잎을 돌려가며 양념장을 끼얹어 푹 삶아낸다. 그런데 해도 해도 졸아들지가 않는 거다, 겨우 완성했는데 아까 생 깻잎찜이 맛이 없어. 또 찜으로 전환한다.
이 대목에 저녁 먹자고 한다.